플레이제주( https://playjeju.co.kr/ )에 눈길을 끄는 신선한 행사가 올라왔다.
일명 ‘제주북페일' 제주북페어 탈락자들이 멋대로 만든 축제! 그 행사의 기획 의도를 보자.
<“메일함을 새로 고침한다. 새로 도착한 메일은 여전히 없다. ‘분명 결과를 오늘 메일로 알려 준다고 했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7시다. 초조한 마음에 제주북페어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 본다. 메일을 기다리는 나 같은 사람들로 댓글 창은 이미 난리다. 그중 한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확정팀에게는 메일로 안내드렸습니다.’라는 짧고 투박한 설명 한 줄. 아, 탈락하면 안내를 안 해주는구나. 속상하다. 그리고 이내 억울하다. 왜 떨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문득, 이미 겪어 본 일 같은 기분이 든다. 대입, 취업, 자격증, 공시. 누군가 짜 놓은 판에 들어가려고 애쓰다가 합격/불합격 앞에서 작아졌던 적이 한두 번인가? 할 만큼 했다. 이제 내 판은 내가 짠다. 기죽지 마라. 우리가 하면 돼!”>
제주에서는 2019년부터 ‘책도 운동회라는 걸 해 보자’라는 컨셉으로 북페어가 시작되었다. 제주에 독립책방들 붐이 일어났고 바로 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보자는 기획이었다. 대회 참가는 전국의 독립책방들이 가능한데 그러다 보니 제주 책방들의 참여는 30% 내외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제주 북페어에 들어가지 못한 출판인과 책방들의 반란(?). ‘제주 떨거지 북페어’라고 당당히 말하며 <제주북페일>이란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 https://www.playjeju.co.kr/bbs/board.php?bo_table=festival&wr_id=1198 )
<이게 실 fail 리 없어> <탈락도 락이다>라는 위트있는 포스터도 만들었다.
그 이후에도 보수적인 아르코 웹진에 광주 문화 소식 관련 글을 쓰게 되었는데 내가 선택한 내용이 <비엔날레에 돌을 던져라>는 주제로 안티비엔날레 취재였다. 신선한(?) 반응을 얻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그 뒤로 나와 편집장은 교체되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웹진을 만들고 싶어 주제나 소재에서도 파격을 허용해 준 편집장님에겐 참 미안한 일이다. 비엔날레를 후원하는 문체부의 잡지에 '비엔날레에 돌을 던지라'니..., 음.
세상은 주류들의 것이다. 힘과 권력이 그들에게 있고 그들의 말은 명분이 되지만 바른 이야기도 비주류가 선택하면 관심종자가 된다.
80년도엔 역사를 짱돌로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돌멩이를 하늘로 던지며 피워 올리던 수많은 꽃, 불꽃 같은 인생을 꿈꾸던 때, 그런 것들이 희망이고 삶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고 보면 제주의 북페일 행사는 귀여운 짱돌이다.
강물에 던지는 물수제비에도 파장은 일어난다.
<제주북페일>이 만들어낼 동그란 물결.
더 이상 실패가 아니며 ‘탈락’이 아닌 ‘락’이라는데 올 봄, 숨은그림찾기 같은 마이너들의 축제 역시 눈여겨봐야겠다.
세상은 승자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쫄지 말자.
작은 물방울로도 바위를 깨고, 돌멩이들이 모여서 성이 된다.
사실 역사는 아웃사이더들의 연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메세지를 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