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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상 - [시대유감] 거리의 파토스

플레이광주 0 105 03.17 10:15

 

프리드리히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법과 정의를 귀족과 천민간의 신분 격차에서 나오는 파토스가 만들어낸 도덕적 규율이라고 규정했다. 이전까지 선과 악으로 대변되는 도덕의 개념을 신이 내려준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인간 사이의 신분 간격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며 현실적 진단을 내린 것이다.


 

-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법재판소] -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다. 윤 대통령의 석방 결정은 일부 강성 지지층 이외에 국민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단 중형이 선고 가능한 피의자가 풀려난 것에 대한 충격뿐 아니라 그간 보수적 판결을 유지했던 법조계의 상식선을 무너뜨린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구속 적부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제25형사부는 판결문을 통해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공소가 제기되었는지 여부와 체포적부심사를 위한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을 구속기간에 불산입하는 문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당시 피고인의 구속기간이 만료되었는지의 여부 등을 중점 사항으로 봤다.

 

여러 논점이 오간 판결문이지만 가장 핵심적 내용은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여 온 종래의 산정방식이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핵심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지 않았던 문제를 갑자기 시간의 개념을 변환시켜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되었다는 논리로 석방을 결정했다.

 

재판부의 석방 결정에 심우정 검찰총장은 신속하게 항고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윤 대통령의 석방은 너무도 간단히 진행됐다.

 

심 총장의 결정이 그의 고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심 총장은 심대평 전 충남지사의 아들이고 정진석 비서실장과 같은 공주 출신이다. 이뿐 아니라 공주는 윤 대통령 부친인 고 윤기중 교수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모든 배경적 의심을 지운다고 가정해도 그를 검찰총장에 임명해준 주군이 바로 윤 대통령 아니던가.

 

심 총장의 배경에 자신을 검찰총장에 임명시킨 주군에 대한 의리를 생각하면 그가 해방 이후 검찰이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했던 구속기간 날 계산을 재판부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지적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게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윤 대통령의 석방 문제가 이쯤에서 끝났으면 그래도 좀 달랐을까? 탄핵 인용을 바라는 국민 입장에서는 욕이라도 한 번 하고 남아있는 탄핵 선고에 집중하면 될 문제니까.

 

문제는 11일 대검에서 일선 청에 보낸 심 총장의 결단이었다. 대검은 기획조정부 정책기획과장 명의로 구속기간 산정 및 구속취소 결정 관련 지시사항으로 각급 청에서 대법원 등의 최종심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구속기간을 산정"할 것으로 지시한다.

 

헌법 11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깨지는 소리다.

 

사항이 이쯤 되면 필자가 왜 서두에 니체의 거리의 파토스라는 개념을 이야기했는지 이해할 거라고 믿는다.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예외가 없던 원칙이 대한민국 단 한 사람에게만 이례적으로 적용된 것에 어떤 이해를 구해 봐도 니체가 제시한 해석 이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기득권이 보여준 무시무시한 거리의 파토스는 그 추운 겨울날 얼어붙는 손을 부여잡고 촛불과 응원봉을 들며 민주주의를 외치는 국민을 모두 현실의 , 돼지로 치환시켜버렸다.

 

이제 삐뚤어진 대한민국을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마법 지팡이는 헌법재판소에 달렸다. 대한민국을 정상화 시킬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신분적 패배감으로 분열을 시킬 것인지 모든 것은 8명의 재판관의 결정에 맡겨졌다.

 

어려운 판결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과서에 나온 대로 법전에 나온 대로만 판결하라는 것이다. 정치적 판결은 이 나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파토스(Pathos) -  나무위키

감정이란 의미의 그리스어 단어. 그리스어로는 파토스(πάθος), 영어로는 “페이소스”로 발음한다. 한국에서는 과거 페이소스가 대세였으나 근년에는 파토스로 통일되는 추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청중을 사로잡는 세 가지 방법으로 꼽은 로고스(논리), 파토스(감성), 에토스(신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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