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래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거나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 원망, 기원, 희망을 담아낸다. 전해오는 옛노래 가운데 강강술래 노래에서도 그 옛날 우리들 특히, 여성들 삶의 모습이 한껏 표현된다.
- 강강술래 공연 사진 [출처:부산국립국악원] -
노래를 통해 삶의 무게가 무거웠던 여성들은 때론 슬퍼서 목 놓아 울다가, 때론 흥에 겨워하면서 묵묵하게 그렇게 이겨내곤 했다. 삶 속에서 느끼는 절망과 고통을 절절히 받아들이면서도 그들은 언제나 희망을 놓지 않았다. 노래로 풀어낸 그들만의 삶의 지혜가 농익어 있는 것이다.
만물 가운데 꽃은 자연의 모습을 가장 정제해서 표현한 아름답고 우아한 산물이다. 그 옛날 여성들은 꽃 중에서 어떤 꽃을 좋아했을까? 지금처럼 그 옛날에도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나 꽃이 만발했을까? 아닐 것이다.
장미나 국화처럼 화려한 꽃도 아니고, 지금처럼 어느 곳에서나 어느 때나 꽃이 만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행여 꽃이 피었다 한들 한가롭게 꽃을 관망할 여유가 얼마나 있었을까? 그래도 그 옛날 여성들 역시 꽃을 좋아했을 것이기에 들이나 산에 핀 꽃들을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가아가 우리아가 강강수월래
꽃중에도 좋은꽃은 강강수월래
무슨꽃이 좋다드냐 강강수월래
나락꽃이 좋답디다 강강수월래
아차꽃은(*두번째 꽃은) 뭔꽃인고 강강수월래
보리꽃이 좋답디다 강강수월래
삼차에는 뭔꽃인고 강강수월래
면화꽃이 좋답디다 강강수월래
사차꽃은 먼꽃인고 강강수월래
콩폴꽃이(*콩팥꽃이) 좋답디다 강강수월래
- 출처 : 임동권, 한국민요집Ⅲ -
강강술래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던 그 여성들은 꽃 중에서도 나락꽃, 보리꽃, 면화꽃, 콩팥꽃이 제일 좋단다. 그들은 매화나 국화처럼 선비의 절의를 상징하는 꽃이거나 난초나 연꽃처럼 미덕을 상징하는 꽃을 선별하여 노래하지 않았다. 그들의 삶 속에서 나락이나 보리, 면화, 콩팥은 없어서는 안 될 생명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 꽃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을 게다. 그들의 눈에 비친 꽃은 곧 그들 삶의 꽃이요, 생명의 꽃이자 생존의 꽃이었던 것이다.
뒷동산에 할미꽃은 강강도술래
싹날 때에 늙었나 강강도술래
호호백발 할미꽃 강강도술래
늙어서도 할미꽃 강강도술래
젊어서도 할미꽃 강강도술래
호호백발 할미꽃 강강도술래
웃마당에 유자꼳아 강강수월래
앞마당에 성냥꼳아 강강수월래
붉어꼳아 희어꼳아 강강수월래
너나혼자 잘키워라 강강수월래
이별허고 나는간다 강강수월래
- 출처 : 지춘상, 전남의 민요 -
어찌 나락꽃, 보리꽃, 면화꽃, 콩팥꽃만 있으랴! 그들은 할미꽃, 유자꽃, 성냥꽃, 붉은꽃, 흰꽃을 보면서도 그들의 모습을 회상했으리라. 이런 꽃들은 주변 가까운 곳에 언제나 함께 한 꽃들로,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꽃일게다. 그렇게 화려하지 못해 사람들의 눈길 한번 끌지 못했을 그런 꽃들을 바라보며 노래했던 것이다.
자연의 한 부분으로 피었다가 지는 꽃을 보면서 자신들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동화되어 그렇게 세상에 순종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젓동산천 묻지말고 강강수월래
뒷동산천 묻지말고 강강수월래
처렁나무 밑에다가 강강수월래
묻어주소 묻어주소 강강수월래
처렁꽃이 피지먼 강강수월래
한봉지도 꺽지말고 강강수월래
두봉지도 꺽지말고 강강수월래
우리친구가 찾어오면 강강수월래
한봉지만 껑꺼주소 강강수월래
- 출처 : 지춘상, 전남의 민요 -
그러면서 때론 그들이 꽃이 되기도 한다. 처렁나무 밑에 묻힌 자신이 ‘처렁꽃’으로 피어 친구가 오면 한 봉지만 꺾어달라고 노래한다. 자신의 모습을 처렁꽃으로 비유하는 그 맘이 왠지 슬픔으로 그득하다. 그들에게 꽃은 그리움의 대상이나 자연에 대한 순박한 표현을 넘어, 꽃 그 자체가 자신의 모습으로 동화되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