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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의 책읽기] 사기(史記)

류재준| |댓글 0 | 조회수 66

< 사마천 지음, 소준섭 옮김, 서해문집 >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는 역사 자체를 위해 기록해야 한다. 역사 이외의 다른 목적 때문에 기록해서는 안 된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의 객관적 흐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 역사다”라고 말한다. 역사는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준비해갈 수 있는 중요한 가르침과 정신적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조선의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라고 말했다. 절대군주인 그가 왜 역사를 두려워했을까? 그는 권력의 무상함과 후대의 냉정한 평가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이 죽은 이후에 실록을 편찬했는데, 이는 왕의 간섭 없이 사실을 기록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의 기록을 중요시한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 이전의 기록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고조선의 발자취를 ≪사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 듯싶다.


사마천의 ≪사기≫는 황제로부터 한 무제까지 약 3천 년 역사를 기록한 통사이다. 제왕을 기록한 12본기, 제도를 정리한 8서, 연대기에 해당하는 10표, 제후를 기록한 30세가, 의롭거나 탁월한 인물을 기록한 70열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130편, 52만6천5백 자에 이른다. 기존 역사책은 연도별로 기록하거나 사건 위주로 정리한 데 비해 ≪사기≫는 인물 위주로 기록했다. 이런 역사 서술 방식을 <본기>의 ‘기’와 <열전>의 ‘전’을 따서 기전체 서술이라고 한다.


사마천은 흉노와 맞서 싸우다 투항한 이릉 장군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47세에 사형을 당할 위기에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서 궁형(남성을 잃고 내시가 되는 형벌)을 선택한다. 죽음보다 더 치욕스런 삶을 유지하면서 쓴 ≪사기≫는 역사․문학․사상․정치․경제․ 군사․법률․천문․지리․의학․수리․점술 등을 망라한 방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조선열전>은 고대 중국 정사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 역사와 관련된 최초의 기록이다. 사마천은 한때 한나라의 태사라는 관직에서 일했기 때문에 조선에 대한 시각이 공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 없지만, 만약 고조선 역사를 우리 손으로 기록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조선열전>을 요약하면 “조선의 왕은 한 번도 한나라에 입조한 적이 없었다. 한무제 2년, 섭하를 사신으로 보내 조선의 왕 우거를 설득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이런 와중에 섭하가 마부를 시켜 조선의 비왕 장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조선은 기습 공격을 하여 끝내 섭하를 죽였다. 이에 격분한 한무제는 전국의 죄수들을 모아 조선을 공격하였다.” 고조선은 여러 차례 한나라의 침략을 막아내고 오히려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 분열이 격화되면서 재상들이 한나라에 투항하게 이른다. 결국 원봉 3년(기원전 108년) 여름, 조선의 작은 나라(니계)의 재상을 지낸 삼이 보낸 사람에 의해 우거왕이 살해당하자 조선은 멸망하고 네 개의 군으로 분할되었다. 이것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낙랑·임둔·진번·현도이다.


사마천은 고조선 멸망과 관련하여 “우거왕은 험난한 요새의 지형을 과신하여 나라를 멸망에 자초했고, 섭하는 한나라와 조선의 전쟁의 단초를 만들었다. 또한 누선 장군은 그의 실책을 후회하였지만 오히려 반란을 의심받았다. 좌장군 순체는 공로를 다투다가 결국 공손수와 함께 처형되었다. 이 전쟁에서 두 장군 모두 치욕을 당했으므로 아무도 공적이 없게 되었다”라고 소회를 적고 있다.


사마천은 임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기≫를 집필한 이유를 이처럼 밝히고 있다. 


천한 노예와 하녀조차도 자결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하려 했으면 언제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과 굴욕을 참아내며 구차하게 삶을 이어가는 까닭은 가슴속에 품고 있는 깊은 염원이 있어 비루하게 세상에서 사라질 경우 후세에 문장을 전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는 붓에 모든 힘을 기울여 자신의 맺힌 한을 문장으로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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