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광주 > 웹진 『플광24』 > 수집의 즐거움과 의미

웹진 『플광24』


수집의 즐거움과 의미

주광| |댓글 0 | 조회수 50


2026년 4월 15일. 오후 2시에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 9층 다목적강당에서 전남광주 북박물관 추진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광주에서 활동하며 많은 책을 모은 장서가들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전남광주 북박물관추진 시민모임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취지에 공감하는 15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1부 행사에서 ‘왜 북 박물관인가?’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해주신 전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장우권 교수는 북박물관 설립의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김종구 조선대학교 도서관장, 이여진 광주동구문화관광재단 이사, 김규랑 상무소각장 문화재생사업 총괄기획자, 박지현 ㈜문화토리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해서 북박물관 설립에 필요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2부 담론은 전남광주 북박물관추진 시민모임 소속 장서가들이 ‘책과 더불어 삶의 여정’을 주제로 책을 모으는 과정에서 일어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이었다. 전공분야 연구를 하면서 고서를 많이 수집한 김대현 전남대 명예교수, 오디오 전문 서적과 음반들을 수집한 김용철 동명새마을금고 이사장, 각종 도서 10만 권과 비디오테잎 5만 장을 수집한 조대영 동구인문학당 감독과 필자가 수집과정에서 발생한 에피소드와 애환을 이야기했다.


행사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하는 시간에 나눈 대화에서 광주전남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도서가 무려 1,000만 권이 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책들을 모아 북박물관을 만든다면 책을 통해 사상과 감정, 기억을 보존하고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공공 문화공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수집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종류는 가리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도 어깨동무, 소년중앙, 새소년 등의 월간 어린이 잡지나 만화를 유독 좋아했다. 1975년에 중학교 입학한 이후로는 월간 영어를 구독해서 보았고, 팝송에 관심이 많던 고등학교 시절 이후에는 월간 팝송을 구입해서 읽었다.


월간 팝송은 DJ들의 필독서로 70,80년대 실력 있는 DJ들은 월간팝송을 달달 외울 정도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월간팝송 외에도 음악세계, 뮤직피플, GMV, 핫뮤직 등의 음악전문잡지가 나왔고, 클래식 음악 전문잡지 객석도 가끔 구입해서 읽었다. 그렇게 쌓여가는 책들과 더불어 DJ로서 당연히 구입한 각종 LP는 일반 가정집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LP와 음악잡지를 활용한 LP 카페 창업이었다. 1990년대 중반 카페 창업 초기에는 그런대로 잘 운영되는 듯했으나, 세상은 변해서 M.Net이나 KMTV 등의 케이블TV로 영상음악으로 보는 시대가 되어 더 이상 LP는 환영받지 못했다.


3년 만에 카페를 접고 가지고 있는 LP와 잡지를 그대로 집으로 다시 가져가려 하니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5,000여 장의 LP는 그대로 두고 책은 버리는 것이었다. 나의 시간과 추억이 버려지는 느낌이었으나 카페 사업 실패로 면목이 없던 나는 그렇게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나의 이런 사연을 이야기했더니 듣고 있던 조대영 감독이 경매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더니 월간 팝송 한 권에 3, 4만원에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버려지고 처분되는 책을 모아 놓은 기능을 하는 북박물관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담양LP음악충전소 사진 출처:@damyang_lpmusic_station >


그런데 북박물관은 단순을 책을 보관하는 공간보다는 아카이브 + 문화공간의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은 아니지만 LP를 이용한 문화공간인 담양 LP음악충전소가 그 한 가지 예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음원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공간만 차지하던 광주 MBC 소장 LP 2만여 장은 2022년에 LP음악충전소로 그대로 옮겨졌다.


담양 읍사무소 옆 3층 건물, LP음악충전소에는 LP 외에도 아날로그 방송 장비가 고스란히 보존, 전시되어 있는데 공간 구성은 1층 카페와 2층 LP전시 및 체험공간, 굿즈샵 그리고 3층 음악감상실로 이루어져 있다.



담양 LP음악충전소가 만들어진 2022년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12년, KBS 광주방송국에 있었던 LP 1만 2천 장은 광주문화재단에 기증되었다. 당시 기증식에 참여해서 LP를 틀었던 나는 기증의 취지를 잘 알고 있다. 광주 시민을 위한 음악감상실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LP들은 3년 동안 박스에 담긴 채로 광주문화재단 지하 수장고에 보관되다가 2015년 광주사직포크음악축제 때 당시 광주음악창작소에 임대되어 일부가 전시용으로 사용되었다.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산하기관인 음악창작소는 이후에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사직동 구 KBS건물에서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LP 1만 2천 장 일부는 사무공간에 전시되어 있고 절반 정도는 창고에 보관 중이다. 언제든지 광주문화재단에서 요구하면 반환한다는 조건으로 임대한 이 LP들은 원래 목적에 맞게 활용되어야 한다.


소장가들이 가지고 있는 책들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 광주 MBC의 LP와 KBS광주방송국의 LP가 극명하게 잘 대비되어 보여주고 있다. 우리 지역에 세계 최초의 북박물관이 들어서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지역민들의 중지를 모아 바라는 염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0 댓글


카카오톡 채널 채팅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