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예술인 기본소득의 시대를 선포하라!
1. 보이지 않는 가치의 증명: BTS에서 한강까지
< 광화문 BTS 컴백 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ARIRANG,
2026년 3월 21일 저녁 8시, 광화문에서 펼쳐진 BTS의 완전체 복귀 무대는 경제, 문화, 정치를 넘어선 거대한 사회적 현상이었다. 전 세계 아미(ARMY)의 철통같은 지지 속에 귀추가 주목된 3년 9개월 만에 돌아온 그들을 보기 위해 나도 덩달아 컴퓨터를 켜고 넷플릭스의 두둥 사운드에 접속했다.
일부에서는 공연이 저쩌고 관람객 수가 어쩌고 주변 상권이 어쩌고저쩌고 경제 효과를 숫자로 따지며 실패이니 부실하다느니 왈가왈부 평가를 해댔다. 보이는 것은 그러했을지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숫자 게임이 아니었다. 이 공연이 준 '보이지 않는 결과물'을 간과한 것이다. 복귀 무대에서 보여준 BTS의 나라 대한민국은 골든 코리아까지 이어진다.
2026년 오스카를 휩쓴 <케데헌 골든> 애니메이션과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광주의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값어치는 돈의 가치로는 매길 수 없는 가치의 값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바로 이러한 숫자로 매길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최고의 가치’를 생산하는 영역이다.
2. 흔들리는 토대: 취미가 아닌 ‘노동’으로서의 예술
문화예술 활동은 개인의 취미이기도 하지만 그 차원을 넘어 사회적 기여가 큰 영역입니다. 수익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 자기 성취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면 공공의 지원 역시 필요합니다.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은 그런 맥락에서 검토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지금 문화예술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래가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립니다. 지금 문화예술계는 위험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언급했듯,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인이 25만 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은 고작 3천 명(청년 중심)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매우 정확하다.
2012년 「예술인복지법」 시행 이후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도입되면서 예술인은 창작활동준비금, 생활안정자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여러 복지 제도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장 큰 사업인 창작활동준비금은 약 2만 명에게 연 300만 원을 지원하는 수준으로 예술인 전체 규모에 비하면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지원은 신청과 심사를 거쳐 일부만 선정되는 선별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예술인을 문화 노동자(cultural worker)로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을 갖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공연예술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 실업보험 제도인 ‘앵테르미탕 뒤 스펙타클(Intermittents du spectacle)’을 운영한다. 예술인이 일정 기간 동안 약 507시간의 예술 노동을 증명하면 공연이 없는 기간에도 실업급여 형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단기 계약이 반복되는 공연예술 노동의 특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독일 역시 예술가 사회보험 제도(Künstlersozialkasse)를 통해 프리랜서 예술가에게 건강보험과 연금보험, 요양보험 가입을 보장한다. 보험료는 예술가 개인뿐 아니라 정부와 예술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 함께 분담한다. 그 결과 독일의 예술가는 프리랜서 신분이지만 일반 노동자와 유사한 사회보험 체계 속에서 보호받는다.
한국의 예술 정책이 여전히 지원사업 중심에 머물러 있는 반면, 유럽의 여러 국가는 예술을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제도화하고 있다.
3. AI 시대의 선언: “AI는 작동하고, 인간은 존재한다”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명제를 ‘AI는 생성하고 고로 작동한다’ 로 패러디해보자.
우리는 인공지능(AI)이 기술과 의술을 넘어 반려로봇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수명은 연장되겠지만, 역설적으로 AI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 즉 ‘예술’의 가치를 더욱 강조한다.
AI는 과거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결과물을 ‘출력’하며 작동하지만, 인간 예술가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관찰하며 시대의 아픔을 공감한다. “AI는 생성한다, 고로 작동한다.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처럼,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사유’와 ‘경험의 층위’는 오직 예술가의 삶 속에서만 나온다.
기본소득은 예술가들이 AI와 속도 경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유한 인간적 가치를 탐구하게 돕는 창의적 노동의 대가다. 생계 위협으로 예술가의 삶의 동력을 꺾는 것은 사회가 미래 경쟁력인 ‘독창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4. 세대 불균형의 해소: 축적된 시간의 존중
언제부터인가 현재 한국의 예술정책이 청년 예술가 프로젝트 지원사업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으며 여전히 청년 중심의 정책 발굴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청년 예술가에게 창작의 발판을 제공하는 정책은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정책 연구자들은 이러한 구조가 중장년과 원로 예술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낳고 예술 정책의 세대 불균형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화예술의 축적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의 K-컬처 성과는 오랜 시간 실패와 실험, 가난과 고독 속에서도 사유의 작업을 놓지 않고 더께의 층을 이어온 중장년과 원로 예술가들의 축적된 시간 위에서 만들어졌다. 예술은 단기간의 성과로 완성되는 산업이 아니다. 수십 년의 경험과 사유, 그리고 반복된 실패 속에서 비로소 깊이를 얻는다.
창작의 깊이가 형성되는 시기에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확보하지 못하면 예술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 정책 역시 특정 세대에만 집중될 것이 아니라 세대 전체를 포괄하는 구조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원칙은 분명하다.
예술은 취미가 아니라 노동이라는 인식이다. 그리고 그 노동은 청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과 원로 예술가들의 시간과 경험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세대를 위한 지원이 아니라 예술 노동 전체를 인정하는 그리하여 세대 불균형의 해소를 할 수 있는 예술인 기본소득 정책 시행이다.
5. 2026년 지방선거: ‘장식’에서 ‘사람’으로의 대전환
지방시대의 완성은 결국 ‘예술가’에게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저마다 ‘문화도시’를 외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화려한 랜드마크 건립이나 단기 축제 개최가 아니라, 그 도시의 예술가들이 ‘시민’이자 ‘노동자’로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토양을 갖췄는지 물어야 한다.
그동안 지방 행정에서 예술은 축제나 관광을 위한 ‘부가적인 장식’으로 취급되어 왔지 않는가! 다시 질문해보자. 예술을 소비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생산의 노동으로 볼 것인가.
전자는 이벤트에 예산을 쏟겠지만, 후자는 예술가의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구축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의미를 생성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 본질을 지키는 예술가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인공지능 시대에 지자체가 가져야 할 가장 선명한 정책 방향이다.
6.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오직 예술뿐이다.
< 연극 삼매경 사진:국립극단 >
최근 국립극장에서 제작한 연극 삼매경 공연장에서 수많은 상념 속에서 머물렀다. 조명이 꺼지고 배우들을 향한 갈채가 사라지고 관객들의 발걸음이 사라진 뒤에도 한참을 자리에 앉아 심장이 박동하였던 순간들을 되뇌어 보았다. 무엇이 나를 그렇게 숨을 쉬게 했는가?
삼매경은 함세덕 작가의 연극 동승을 현재화한 연극이다. 35년 전 주인공 도념 역할을 한 배우 지춘성은 그 공연 이후 늘 질문에 질문을 달고 산다. 로비 밖에서 서성거리는 관객들의 얼굴이 질문에 질문을 달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공연장 밖 어디에선가 맥주 한잔하면서 도념을 이해하려고 할 것이며 버스 안에서 도념의 삶을 되짚어 보려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BTS를 통해, 골든 노래가사 속에서, 소년이 온다의 동호의 눈빛을 통해 너와 나를 알아가고 삶을 자세를 배우게 된다. 예술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단단한 다이아몬드가 연마되어 금강경이 되어 빛나는 삶의 원석으로 스며들게 만드는 예술가가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그것인 것이다!
정리하며,
문화예술은 사회가 소비하는 가장 고급의 공공재다.
그 공공재를 생산하는 노동을 사회가 인정하지 않을 변명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했던 문화예술인 기본소득이 정책화 되어 시행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인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