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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상‘s 클래식] 봄에는 이런 음악을...

나윤상| |댓글 0 | 조회수 52


아파트 앞산 한 편에 하얀 백로 떼가 나타난 것을 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의 신비로움은 인간의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매년 봄이 시작하기 전에 찾아와 늦가을에 떠나는 백로들이야말로 봄의 전령이 아닌가 싶다.


봄을 여는 클래식 음악은 많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이 있고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도 대표적 봄 곡이다. 하지만 봄은 색채가 짙은 서양음악보다 먹의 농담과 여백이 여유로운 한국의 전통 음악이 더 어울린다.


가녀린 더위를 품은 봄바람을 안고 차분히 내리는 봄비 또한 클래식 음악보다는 국악과 어울려야 더 운치가 있다. 그중에서도 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역시 가야금 산조라 할 수 있다.


산조(散調)는 서양음악 형식으로 치자면 일종의 재즈라 할 수 있다. 산조는 토박이 말인 ‘허튼 가락’의 한자어이다. 조선시대 언문으로 치부했던 우리말의 위상을 생각했을 때 격식께나 차리려고 한자로 옮긴 것인데 그러다 보니 ‘흩어져 버린 가락’으로 의미가 빗나가 버렸다.


허튼 가락이란 잘못된 가락이 아닌 특정한 형식이 없는 가락이란 뜻으로 즉흥 연주를 말한다고 한다. 여하튼 오랜만에 봄비와 함께 거실에서 가야금 산조를 들었다.


< 임은정 가야금 산조 >


오랫동안 CD걸이에 방치돼 있었던 임은정의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를 찾았다. 가야금 산조는 조선 말기 김창조에 의해 만들어졌고 김병호는 김창조의 후학으로 스승을 넘어 스스로의 음악을 창조했으니 청출어람이라 하겠다.


보통 1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가야금 산조와 다르게 김병호류는 35분 정도로 짧지만 그 짜임새와 형식이 어느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임은정 김병호류 가야금 산조는 악당 이반에서 나온 것으로 이 레이블은 전국의 고택 등을 찾아 라이브 연주 소리를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엊그제 소식을 들으니 아직도 꾸준히 앨범을 발매한다는 소리를 듣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국악에 대한 관심이 무뎌진 국내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앨범 가격은 여타 앨범과는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싸다. 비싸다고는 해도 한번 들어보면 그 음질에 반하고 만다.


빗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 나오는 가야금 소리는 잠시 무릉도원에 앉아 있는 듯 착각하게 만들었다. 봄이 오는 소리는 또 이렇게 깨닫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풍류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풍류란 누가 설명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DNA에 들어있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했던가. 주위에 이런 풍류를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우리 것을 아는 것은 국수주의도 아니고 배타주의도 아니다. 문화의 뿌리를 잃고 헤매는 민족의 앞길에 무엇이 있을까.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에는 한민족의 문화 전통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지난해 광주시립 창극단에서 무대에 올린 ‘애춘향’을 보면서 많이 느낀 부분이 있다. 춘향전이 이렇게 애달팠던가, 이렇게 절절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야기였던가를 몰랐던 것에 대한 회한이 몰려왔었다.


특히, 춘향가 중 ‘갈까부다’ 대목에서는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명창은 귀명창이 있어야만 인정받는다.


예향의 도시는 외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에 있다는 것을 안 올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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