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근성 작가의 ‘만물 미술트럭’… 공공미술 생명력 다시 불러일으켜
< 인삼주 그림으로 지불 중인 손님 사진:유형주 >
천근성 작가의 ‘만물 미술트럭’ 이라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만물미술트럭은 돈 대신 그림으로 거래하는 이동형 시장 퍼포먼스다.
동대문 시장에서 열렸던 사례를 보면 프로젝트가 구성되는 과정 자체가 재밌다. 트럭 한 대가 축제 공간에 도착한다. 트럭 위에는 과일, 채소, 약재, 완구류 등 동대문 일대 시장에서 직접 사 온 100가지 물건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계산대는 없다. 대신 이젤이 몇 대 펼쳐져 있다.
“이거 얼마죠?”
“돈은 안받아요. 그림으로 받아요.”
미술트럭을 찾은 행인들은 원하는 물건을 고른 뒤 이젤 앞에 앉아 그 물건을 직접 그려야만 가져갈 수 있다. 그림은 결제 수단이 되고, 참여자의 시간과 손의 노동이 화폐를 대신한다. 물론 대충 그리면 가져갈 수 없다. 사물을 깊게 관찰하고 집중해야 한다.
< 출저 : 일단, 천근성 블로그 >
공공미술의 역동성이 시들해져만 가고 있는 요즘 천근성 작가의 시도는 공공미술의 진정한 생명력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Public Art’ 는 언제부턴가 ‘Community Art’ 로 불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보여주기보다는 공동체와 소통하고 문제점들을 직시하는 형질의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된 명명이다.
개념화된 공공미술이 횡행하는 현상 속에서 거리의 시민들에게 ‘그림 그리기’ 라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펼치는 천 작가의 시도는 획기적이고 각별해 보인다. 만물 미술트럭 프로젝트를 접하다 보니 문득 필자가 제2회 광주비엔날레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큐레이션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강원 작가와 주홍 작가가 참여작가로 프로젝트에 합류했었다. 강원 작가의 전국 유랑 퀼트 퍼포먼스가 매우 인기를 모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제는 페미니즘이었고, 전국 대도시의 예술거점에서 보자기를 펼쳐놓고 하고 싶은 말,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쓰고 그리게 했다. 단 여성만 참여할 수 있었다.
1천 점 이상의 천 그림이 모아졌고 비엔날레 개최 기간에 전시공간 일대 야외에 간이 구조물을 설치하고 모두 내걸었다. 각 도시에서 거리 그리기 행사에 참여했던 여성들이 야외 전시공간을 돌며 ‘윌리를 찾아라’ 게임처럼 자신의 그림을 찾아보는 일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줬다.
서울 인사동에서 천 그림을 모을 때 공중전화 박스에서 들리던 어느 여학생의 전화 목소리가 지금도 새록하다. “엄마, 나 인사동 길거리에서 그림 그렸는데, 내 그림이 광주 비엔날레 야외 전시장에 걸린데.”
그 여학생이 제2회 비엔날레에 참여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단지 광주에서 열리는 비엔날레가 서울 인사동 거리를 걷던 어느 여학생과 소통했다는 점을 오래도록 기억해두고 싶다.
만물 미술트럭을 몰고 전국을 떠도는 천근성 작가의 지갑사정이 좀 걱정이긴 하다. 지방의 기획자들이 천 작가의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