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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상‘s 클래식] 좋은 연주와 나쁜 연주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윤상| |댓글 0 | 조회수 55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연주에 따라 달라지는 감동의 포인트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을 듣는다고 해도 지휘자의 해석과 연주에서 오는 감흥은 매우 다르다. 어떤 지휘자의 해석은 만족할 정도로 도파민이 분출되지만 분명 잘못된 연주는 아닌데도 시큰둥한 공연이 있다.


칸트의 말대로 청중의 음악을 판단하는 인식능력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도르노의 견해처럼 음악 그 자체가 청중의 인식 판단을 조정하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 무심히 연달아 열렸던 한 공연을 보고 나서 깨달은 지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2월 3일부터 6일까지 광주예술의 전당에서 특별기획으로 ‘2026 그랜드 오케스트라 위크’가 개최됐다. 3일 광주시립교향악단으로 시작해서 KBS 교향악단, TPSO 스트링 앙상블(일본), 13인의 빈 필하모닉 수석 및 현역 단원으로 구성된 필하모닉 앙상블 프로그램이다.


여유만 있었다면 다 보고 싶은 공연이었으나 물적, 시간적 제한으로 이 중 첫날과 둘째 날 공연을 관람했다.


광주시향은 ‘Nr.2’란 제목으로 브람스의 대곡 2곡을 연주했다. 제목대로 모두 2번 타이틀을 단 피아노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을 이병욱 지휘와 박재홍 피아니스트 협연으로 연주했다.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2번은 제목만 협주곡이지 형식이나 연주 시간으로 볼 때 하나의 교향곡이라 봐도 무방하다. 1881년 그의 나이 48세에 초연된 이 협주곡은 1번(1858년)과 무려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이렇게 1번과 2번이 차이가 난 이후는 바로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려져 그만큼 인정받고 싶었던 브람스의 처절한 시절이 자리 잡고 있었던 배경이 있다.


실내악과 협주곡 등으로 인기와 평단의 인정을 받은 브람스가 주위로부터 클래식의 완성된 형식이라는 교향곡은 언제 나오는가에 압박을 받는다. 브람스의 이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바로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음악계는 교향곡의 완성이라는 찬사를 받은 합창 교향곡을 과연 뛰어넘는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아니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어깨를 함께 하는 수준만이라도 될 수 있는 음악이 나와야 하는 시대적 기대감이 있었다.


바로 그 수준에 맞는 음악가를 브람스로 보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압박감은 그에게 20여 년이라는 시간적 차이를 남기고 말았다. 물론 그의 1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당시 음악계를 만족시켰다.


이 고단한 숙제를 마친 브람스는 이제 자신의 능력을 타인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나온 작품들이 바로 이 2번 작품들이다.


이날 이병욱 예술감독의 작품은 깔끔하고 박수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감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날 김홍재 예술감독이 객원으로 지휘한 KBS교향악단의 레퍼토리는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2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이었다. 가장 무난한 형태의 프로그램이다. 보통 짧은 소품 하나 이어지는 협주곡 뒤에 인터미션 그리고 교향곡 하나.


이날 김홍재 예술감독의 지휘는 마치 춤을 추는 듯 경쾌했다. 그가 제12대 광주시향 예술감독이었던 점을 떠올리면 오랜만에 친정을 찾았다는 기쁨도 있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그날의 연주는 가슴 한편이 북받쳐 오르고 끝내 조용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을 정도의 감동을 받았다, 


좋은 연주와 나쁜 연주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감동을 주느냐 못 주느냐는 있을 수 있다. 연일 열린 연주회를 보고 난 후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하나의 반짝임이 뇌리를 스쳤다.


그것은 바로 설렘이었다. 연주의 첫 음이 시작하기 전에 그 조용한 적막도 하나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첫 음에서 나오는 그 기대가 설렘으로 받아들여지느냐 아니냐는 커다란 차이로 다가온다.


경험으로 볼 때 그것은 현장에서도 마찬가지고 기록매체도 마찬가지다. 그런 설렘을 줄 수 있는 연주를 찾는 것이 클래식과 가장 빨리 가까워지는 첩경일 수 있다.


그리고 인생에서 그런 연주를 직접 듣는 것으로 또 다른 클래식 연주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그 기대감이 각박한 이 세상에서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 영상은 2024년 10월 10일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Stadttheater Osnabrück)에서 카펠마이스터로 있는 송안훈 감독이 코레아 쿱 오케스트라와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한화 11시 콘서트에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2악장을 연주한 장면이다.

* 송안훈 카펠마이스터는 군산 출신으로 전남대 음악과를 졸업한 뒤 독일 유학 후 유럽 음악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유럽 음악 전통과 작품 해석을 잘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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