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준의 책읽기]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지음, 성은애 옮김, 창비 >
혁명, 그리고 희망과 절망
역사의 흐름은 이외로 사소한 사건에서부터 바뀌고, 또한 그 결과가 어디로 흘러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프랑스혁명의 발단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절대왕정의 헤픈 씀씀이로 인한 재정 파탄도 한 몫을 했다.
프랑스는 루이 14세의 사치와 미국의 독립전쟁 지원으로 국가 재정이 파탄 직전에 이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귀족계급에게 세금을 부과하려 하지만 귀족과 성직자들은 크게 반발한다. 한편 시민계급은 기성질서를 타파하고자 국민의회를 새로이 구성한다. 이들은 <권리선언>을 발표하고 공화정을 선포하지만 혁명의 파급을 두려워하는 주변 국가들은 프랑스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이에 프랑스혁명 세력은 시민군을 결성해 주변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내부에서는 공포정치를 펼친다. 프랑스혁명은 비록 나폴레옹의 군부 쿠데타로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지만 유럽 사회에 자유, 평등, 박애 사상을 퍼트리고 봉건체제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파리와 런던 두 도시를 오가며 격변의 시기를 담고 있다. 이 당시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은 오만과 사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민중들은 빈곤과 굶주림에 허덕인다. 이로 인해 혁명이 일어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배층에 대한 증오가 거세지고 단두대의 참혹한 복수가 자행된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들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두 도시 이야기≫는 혁명의 시대를 배경으로 거친 역사의 풍랑에 빠져 휘청거리는 인간의 처절함과 광기 그리고 희망과 절망을 담고 있다.
소설은 복잡한 구성으로 짜여 있으며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의사 출신 ‘마네트’ 박사이다. 그는 아무런 죄 없이 18년 동안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 있다가 나온 후 허름한 다락방에서 구두를 만드는 일을 한다. 이후 그의 딸 루시와 재정을 담당했던 은행원 로리의 도움을 받고 런던으로 돌아간다.
1789년 7월 14일, 분노한 파리의 민중들이 정치범 수용소인 바스티유감옥을 습격하면서 혁명이 본격화된다. 드파르주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동포여, 친구여, 우린 준비가 되었다. 바스티유감옥으로 가자!” 프랑스의 모든 숨결이 그 혐오스러운 단어 모양으로 만들어진 듯 울리는 함성으로, 살아 있는 바다가 일어나, 파도에 파도를 더하고, 심연에 심연을 더하여, 도시로 넘쳐흘러 그 지점까지 밀려갔다. 점차 혁명의 열기가 프랑스 전역으로 불꽃처럼 번진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국왕은 사형선고를 받고, 참수되었다. 노트르담성당의 거대한 탑에는 밤낮으로 검은 깃발이 휘날렸다. 1792년 8월이 다가왔고, 귀족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짐승 같은 밤이 온통 파리를 뒤덮었다. 거리를 따라 죽음의 마차가 덜그럭덜그럭 공허하고 가혹하게 굴러갔다. 여섯 대의 사형수 호송 마차가 단두대에 그날의 포도주를 날라다주었다.
모든 인간은 서로에게 심오한 비밀과 신비의 존재이듯이 저 컴컴하게 모여 있는 집들 하나하나가 모두 나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수십만 개의 뛰는 심장들 하나하나도 상상해보면 가장 가까이 있는 심장에게도 하나의 비밀이라는 것! 어쩌면 두려움, 심지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 중 얼마간은 이와 연관이 있다.
저자는 프랑스혁명의 근간이 되는 자유, 평등, 박애를 그리기보다는 그 이면의 원초적 인간 존재와 삶의 가치를 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