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_01_김피디의 불펀한 생각] 마흔다섯, AI라는 파도 앞에서 중심을 잡는 법
< 홀로서기 >
마흔다섯, 참 묘한 나이다. 예전 같으면 불혹(不惑)을 한참 넘겼으니 어떤 외풍(外風)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마땅한데, 2026년 새해는, 기대보다 막연한 불안감이 앞선다. 세상은 ‘AI다’, ‘에너지 혁명이다’ 하며 요란한데, 나만 제자리에 멈춰선 기분 탓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중심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였을까. 며칠 전 밤잠을 설친 날, 유튜브를 뒤적이다 전 지구적 혁신가 일론 머스크와 시대의 예보관 송길영의 영상을 홀린 듯이 봤다. 미래를 꿰뚫는 그들의 통찰을 듣다 보니 비로소 펜을 들 용기가 생겼다. 2026년, 이 거친 파도 속에서 우리는 대체 어떻게 버텨야 할까. 그들의 예측을 빌려 나만의 '생존 매뉴얼'을 정리했다.
첫째, '조직'이라는 낡은 뗏목에서 내려 나만의 '완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3년 전 조직을 나온 내게는 참 반가운 소리지만, 사실 우리 세대에게 '조직 밖'은 여전히 두려운 곳이다. 대기업을 다니던 김 부장이 겪는 드라마 속 현실처럼, 회사 밖은 정글 혹은 사막으로 묘사되곤 한다. 심지어, 우리 세대는 IMF를 겪으며 가장 안정적인 공무원과 선생님을 최고의 직업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송길영 작가는 이제 '경량화'된 개인만이 살아남는다고 단언한다.
과거엔 수십 명이 필요했던 일을 이제 AI와 결합한 한 명이 해내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남의 결재를 2주나 기다리는 대신, AI라는 무기로 기획부터 실행까지 홀로 끝내는 '완결성'. 이것이 없다면 우린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 일론머스크가 예측한 미래 >
둘째, 이 지루한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가 되어야 한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머스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시뮬레이션일 확률이 높다고 믿는데, 그 운영자는 '지루한 시뮬레이션'은 그냥 꺼버릴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독특한 가설을 제시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떠올랐다. 지난 4년간 K리그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개성 넘치는 서사를 만들어낸 그는, 결국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수원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정효 감독처럼 남들이 가는 뻔한 길, 조직이 시키는 각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서사를 만드는 사람만이 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고 머스크는 역설한다.
< 퍼스널 브랜딩 >
셋째, 수직적 위계 대신 '느슨한 연대'로 숨 쉴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송길영 작가는 핵개인의 시대, ‘고독’은 필연이라 말했다. 조직 밖의 추위와 고독이란, 참으로 서러운 것이다. (그건 내가 겪어봐서 잘 안다) 하지만 그는 그 고독이 개인의 원동력이자, ‘창작’의 필수 연료라고 덧붙인다. 그러니 ‘가볍고 기민한 독립체’로 홀로 서기 위해서는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던 에너지’로 내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찾으라고 권한다.
나 또한 3년 전 독립할 때, '더 이상 남 눈치 보지 않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로도 먹고살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버텼다. 그 결과, 콘텐츠, 축구, 로컬 등등의 관심사를 매개로, 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이들과 느슨하게 연대하며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막연히 "GPT나 써볼까" 하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대신 당신에게 가장 부족한 '결핍'을 찾아야 한다. 문과라 코딩이 두려운가, 개발자라 디자인이 막막한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AI 툴 하나를 정해 딱 1주일만 미친 듯이 파고들어 보라.
작년 공공 데이터 대회 준비 당시, 나 역시 코딩 툴 하나를 익히느라 며칠 밤을 끙끙 앓았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그 몰입의 시간은 나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켰다.
퍼스널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글 대신 1일 1 포스팅이면 충분하다. 지금 이 칼럼을 그만 써야겠다 싶으면서도 계속 이어오는 이유도 같다. 비록 부족하고 아쉽더라도, 오늘의 배움과 느낌을 짧게 남기는 '마이크로 포스팅'을 시작해라. 이 작은 조각들이 모여 훗날 '나'라는 브랜드의 거대한 서사가 될 것이다.
송길영 작가는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떠오른다고 예견한다. 그 말에 뜨끔해 새해다이어트를 시작했지만, 비단 몸무게 이야기만은 아닐 테다. 일론 머스크의 예견대로 노동이 생존이 아닌 '정원 가꾸기' 같은 취미가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단순히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시뮬레이션 우주에서 가장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해, 혈연과 지연을 넘어선 느슨한 연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2026년의 끝자락, 당신은 어떤 흥미로운 기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