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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패배자와 생존자

채문석| |댓글 0 | 조회수 83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20대 직장인. 그는 더 이상 엑셀 함수들을 외우지 않는다. 복잡한 조건문이 필요해지는 순간, 그는 머리를 쥐어짜는 대신 생성형 AI에게 상황을 설명한다.


“A열은 상품명이고, B열은 가격이야. 5만 원이 넘으면 ‘고가’라고 표시해주는 함수를 만들어줘.”

잠시 후 수식이 나타난다. 그는 복사해서 붙여넣고, 다음 일로 넘어간다. 이 모든 과정이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교실의 30대 교사는 생활기록부 작성에서 해방됐다. 학생의 성향 몇 가지를 적고 “학부모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정중하게 써달라”고 요청하면, 초안이 곧바로 나온다. 예전 같으면 밤을 새우며 다듬어야 했을 문장들이다.


40대 바이오 기업 팀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임원 보고서를 AI에게 맡긴다. 문장을 고치고 표 간격을 맞추는 일 대신,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오늘 회의에서 어떤 방향의 이야기를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손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시간이다.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더 이상 똑똑해지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더 잘 묻는 법을 배웠다.

이런 차이는 하루 이틀로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몇 달, 1년이 지나면 쉽게 메울 수 없는 격차가 된다.


< AI 생성 이미지 >


변화의 파도는 담장을 넘어 일상으로 스며든다


이러한 변화는 직장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네 경로당에서 스마트폰을 붙들고 애를 먹던 한 노인이 있다. 병원 예약 하나 하려면 늘 자녀에게 전화부터 걸어야 했다. 앱은 복잡했고, 작은 글씨는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요즘 그는 휴대전화에 대고 말한다.


“근처 내과에 예약 좀 해줘.”

그는 기술을 배운 것이 아니다. 기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배웠다.


2026년의 AI는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음성으로 물으면 대답해주고, 그림으로도 설명해주며, 몇 번을 반복해도 짜증 내지 않는 도구다. 덕분에 나이의 장벽은 생각보다 쉽게 허물어진다. 이쯤에서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2026년의 생존자는 누구이고, 패배자는 누구일까.


< AI 생성 이미지 >


성실함이 더 이상 미덕이 되지 않는 시대


2026년의 생존자는 AI를 ‘내가 못 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비서’로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반대로 패배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AI를 구경거리로만 여기고, “나는 안 해도 돼”라며 선을 그은 사람들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패배자들이 결코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여전히 성실하다. 야근도 마다하지 않고, 맡은 일에 책임감을 느낀다. 문제는 세상이 더 이상 그 성실함만으로 보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직은 직접 하는 게 더 정확해.”

“지금 방식이 더 안전해.”


이런 말로 변화를 미루는 사이, 누군가는 AI를 활용해 몇 초 만에 결과를 만들어낸다. AI 시대의 잔혹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력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었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활용해 얼마나 빨리 판단했는가”가 핵심이다.


그래서 2026년의 패배자는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 방식을 바꾸지 않은 사람이 된다.


판단은 인간이, 실행은 AI가


생존자들은 AI에게 완벽한 답을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초안을 맡기고, 판단은 자신이 한다. 정보 수집은 AI에게 맡기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인간의 몫이다. 문장 다듬기는 기계가 하고, 맥락과 책임은 사람이 진다. AI 덕분에 일을 덜 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우리는 종종 말한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나이가 들어서 어렵다고. 하지만 2026년은 그렇게 묻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묻는다.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보았는가?”

오늘 서툰 질문 하나를 던지는 직장인과 노인은 이미 생존자의 길에 들어서 있다. 미래는 많이 아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먼저 불러본 사람의 것이기 때문이다.


2026년,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성실하지만 멈춰 선 패배자일까,

아니면 질문하며 나아가는 생존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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