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준의 책읽기] 감시와 처벌(권력의 통제와 인위적 질서)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옮김, 나남
권력의 통제와 인위적 질서
권력이 만든 세상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문명이 진화할수록 생활 여건과 편의성은 증대되지만 개인의 사생활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사회는 안전과 범죄 예방이라는 미명하에 설치된 감시카메라가 24시간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스스로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당하는 아이러니한 삶을 살고 있다. 조직 생활도 마찬가지다. 군대식 계급과 수직적 서열 속에서 승진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자신을 불태우고 있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은 쓴 이유에 대하여 “근대적 정신과 새로운 사법 권력과의 상관적인 역사를 밝히는 것이다. 그것은 처벌을 관장하는 권력이 근거를 두고 있고, 정당성과 법칙을 받아들이고, 영향을 넓혀가면서 그 엄청난 기현상을 은폐하고 있는, 과학적이고 사법적인 복합실체의 계보학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해석해보면 그동안 행해진 국가적, 사회적 질서 유지를 위한 법률적 관계(사법, 공법, 사회법 등)와 조직(군대, 검찰, 경찰 등), 시설물(교도소, 관공서, 학교 등)들은 과거 권력의 속성을 가지고 현재까지 확대 재생산한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의 자유의지는 점차 억압되고 통제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쩌면 커다란 감옥 같은 곳이다. 이와 관련 벤담의 판옵티콘 감시 체제를 통해서 권력의 속성을 엿볼 수 있다. 팝옵티콘의 구조는 끊임없이 대상을 바라볼 수 있고, 즉각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지하 감옥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 권력 또한 지속적이고 완전하고, 도처에 있고, 또한 모든 것을 가시적으로 만들면서 자신은 보이지 않는, 감시 도구를 가지고 있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은 ‘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신체형, 처벌, 규율, 감옥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중세시대의 군주는 범법자(죄인)의 신체에 낙인을 찍고, 권력의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형벌을 집행했다. 하지만 범법자가 억울함을 토로하고, 국가나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여 광장의 군중을 선동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는 폭동과 소요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신체형은 군주의 폭력과 민중 측의 반발이 서로 대립해 있는 분기점이 되어 점차 일반화한 처벌이나 유순한 형벌로 바뀐다. 결국 형벌제도는 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죄를 그 차이에 따라 나누어 관리하기 위한 장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규율은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 있다. ‘개체’ ‘자리’ ‘서열’을 조직화함으로써 기능적이고 위계질서를 갖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규율의 훈련은 시선의 작용에 의한 강제성의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규율에 따른 징벌을 통해 유지시키고자 하는 질서는 혼합된 성격을 갖고 있다. 그것은 법과 계획서, 규정에 의해 명료하게 인정된 인위적 질서이다. 감옥은 자유의 박탈이라는 단순한 형태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감옥이 범죄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즉, 아무리 감옥을 확장하고 폐쇄적으로 만든다고 해도 범죄자의 수는 일정하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푸코는 감옥의 기능과 효과를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감옥이 교정의 역할을 실행하는가, 감옥에서는 재판관·정신병·의사·사회학자가 관리자와 간수들보다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감옥인가 감옥 아닌 다른 것인가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그 규범화 장치들의 거대한 증가와 새로운 객관화의 정착을 통해 이뤄지는 권력 효과의 확산이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 산업이 크게 부각되면서 인간의 활동 영역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반면에 권력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할 것이고, 사람들에 대한 통제(감시와 처벌)는 훨씬 지능화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