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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12월, 충장로 ‘우다방’의 추억

주광| |댓글 1 | 조회수 172


올가을 이후, 광주의 첫눈이 지난 12월 3일 저녁에 내렸다. 첫눈이 오는 날은 무조건 충장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우다방’에서 무작정 친구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충장로1가 입구에서 ‘우다방’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사모아레코드, 25시 음악사, 광주소리사에서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성탄절과 연말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눈이라도 쌓이게 되면 충장로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걸어간다 하기보다는 밀려가는 분위기가 겨우 내내 이어졌다.


‘우다방’은 충장로 2가 옛 광주우체국 앞에 놓인 계단을 말한다. 광주 사람들의 약속 장소로 많이 쓰이면서 다방이라 불리게 된 것인데, 10여 개의 공중전화 부스가 있어서 연락하기도 좋고, 높은  계단 위에 올라서면 멀리까지 보여서 친구가 오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광주 시민의 약속장소 ‘우다방’이 1994년에 노래로 만들어졌다. 당시 광주에서 활동하던 가수 황규승이 작사, 작곡한 ‘우다방’의 가사를 살펴보자.


우다방(광주우체국) -황규승 작사, 작곡 1994


혹시 아시나요 광주 우체국

사람 많은 충장로에 있어요

만나기에 마땅한 곳 모르신다면 

거기서 만나기로 약속하세요

혹시 아시나요 광주 우체국

우연하게 옛 친구도 만날 거에요


두리번거리며 서있는 총각

시계만 자꾸 쳐다보는 아가씨

힘없이 돌아서는 안타까운 사람

반갑다고 소리치며 손잡는 사람

혹시 아시나요 광주 우체국

사랑도 맺어지는 만남의 광장


앞으로 두발 뒤로 한발 토요일 오후 

동전을 바꿔주던 해태 아줌마

어려운 이웃돕기 공연도 하고 

고향 생각 님 생각에 소식도 전하는

혹시 아시나요 광주 우체국

사랑도 맺어지는 만남의 광장


황규승은 1980년대 후반부터 광주우체국 계단에서 꾸준하게 버스킹을 했다. 그때 본 풍경을 가사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첫눈이 오는 날이나 크리스마스이브처럼 특별한 날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뒤엉켜서 앞으로 두 발짝 나가면 뒤로 한 발짝 밀렸다.


당시 우체국 계단 옆에는 공중전화 부스가 10여 개 있었는데 휴대폰이 없던 그 시절에는 약속 장소를 확인하고 연락을 하던 수단으로 공중전화가 자주 이용됐었고 부스 앞에는 전화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늘 긴 줄이 늘어섰다.


광주우체국 계단 모퉁이에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바꿔 주던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분을 해태아줌마라고 불렀는데 해태 타이거즈 야구단의 광주 경기가 있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무등경기장 야구장을 찾아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으로 유명해져서 해태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해태아줌마에게 껌을 사면 거스름돈으로 받은 동전이 생겨서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해태아줌마가 동전을 직접 바꿔주다가 점점 자리는 비우는 일이 많아지더니 나중에는 동전하고 껌을 바구니에 놔두면 광주 시민들이 알아서 동전으로  바꿔가는 형태로 바뀌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보여준 광주공동체 정신이 해태아줌마의 동전 바구니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프로야구가 시작되던 1982년 당시에 공중전화 요금은 20원이었고 이 노래가 처음 나온 1994년에는 한 통화에 30원에서 40원으로 인상되었으니 통화를 하려면 동전이 많이 필요했던 시절이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황규승은 1965년 전남 완도군 고금면에서 태어났다. 조선대학교 이공대학 식품공학과에 다니던 대학시절부터 충장로의 라이브 카페에서 통기타 가수와 DJ로 활동하면서 가사도 쓰고 곡도 만들었다. 특히 광주우체국 계단과 옛 전남도청 앞 축협 광주지점 계단에서 거의 매일 불우이웃과 백혈병,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자선 버스킹을 꾸준하게 했다.


1990년에는 포크동아리 ‘통기타와 노래쟁이’를 만들어서 활동했고 1994년 제1회 무등가요제에서 자작곡 ‘왜’를 불러서 대상을 수상했다. 무등가요제는 딱 한 번 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광주에서 열린 전국단위 가요제로서는 가장 큰 규모였다. 무등가요제 대상 수상 후 황규승은 자작곡을 모아 독집 앨범을 발표한다.


1994년 1집 ‘광주 우체국’, ‘사랑은 F학점’을 발표했고 1996년에는 2집 ‘다시’. ‘비오는 날의 연가’. ‘푸시맨’을 발표했다. ‘화해’. ‘우리 함께’를 타이틀로 발매한 1999년 3집 앨범에서는 1집에 실려 있던 ‘광주 우체국’을 락 음악풍의 ‘우다방’으로 편곡하고 제목을 바꿔서 다시 불렀다.


그리고 ‘사랑은 F학점’, ‘통기타와 노래쟁이가 그대에게’라는 시집도 발표했고 광주 KBS ‘정영남의 FM 뮤직쇼’와 KBS 2R, 오후의 대행진 ‘황규승의 가요교실’ 코너에 고정 출연했다. 그 외에도 광주 MBC, 목포 MBC, 광주교통방송 등에서 방송 패널로 활동했고 노래교실과 레크레이션 강사로 많은 활동을 했다.


1990년부터 광주에서 열린 호남신인가요제가 영,호남 신인가요제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황규승은 제4회 대회 대상곡 홍송림의 ‘비오는 날의 연가’와 은상곡 이성희의 ‘껌’을 작사, 작곡해주었다. 제6회 영호남 신인가요제 대상을 받은 노은경의 곡과 동상을 받은 정형숙의 곡, 1995년 목포가요제, 영·호남 신인가요제, 광주가요제 등에서 대상을 받은 오명자에게 곡을 만들어 주는 등 왕성한 작사, 작곡 활동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음악활동을 하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이후 신앙에 의지한 황규승은 신학대학 음악학과를 거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양산동의 찬송하는 교회의 목사님으로 목회 일을 하면서 음악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겨울의 날씨가 예전만큼 춥지도 않고 캐럴이 사라진 충장로의 풍경에 더해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우다방’은 더 이상 광주 시민들의 약속 장소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광주우체국도 대인동 동부소방서 앞으로 이전하고 옛 광주우체국은 충장로우체국으로 규모를 줄여 운영하고 있다.


공실률이 30%에 이르는 충장로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해마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가장 붐볐던 그 시절 ‘우다방’과 충장로의 추억은 우리들 가슴에 그대로 남아있고, 노래 ‘우다방’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충장로의 부흥을 기원해본다.


황규승 - 우다방 링크주소

https://youtu.be/cbrvuAFty8w?si=tFMNed-CJxnRe5Mj


 


1 댓글
12.16 11:05  
추억 가득한 글에 울컥 했습니다.
그리운 시절 그리운 마음 가득해집니다.
보고싶네요. 우다방 앞에서 만났던 친구들.
노래 끝까지 듣게 됩니다. 해태 아줌마에서 웃음이 피식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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