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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나의 기억의 흑백사진] ep1. 광주 교육감의 역사, 현실과 이상의 거리

배이상헌| |댓글 0 | 조회수 115

교육감 민선시대가 곧 16년을 채운다. 2026년엔 다섯 번째 주민직선 교육감을 선출한다. 이 글은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제언이거나 곧 진행될 선거에 대한 비평과는 거리가 있는 글이다. 퇴직 이후 나의 일상은 몸을 잘 모시고자 화순에 갇혀 있다. 가끔씩 광주로 발을 내딛지만 공청회나 학술행사, 지인들과 독서모임 정도의 제한적 일상이기에 광주의 교육정치, 배후의 다양한 흐름을 눈에 담거나 상상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이 글은 2022년까지 광주에서 네 번의 교육감 선거를 겪으며 쌓인 나의 기억들을 풀어내는 것으로 교육자치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글 첫 편이다.


현 이정선 교육감은 광주광역시교육청의 10대 교육감이다.(전남의 김대중 교육감은 19대) 교육감 임기 4년을 생각하면 40년이 흐른 것인데 그 출발은 광주가 전남과 분리되어 직할시로 승격한 1986년 제1대 교육감 안종일이다. 전교조 출범 당시 광주교사 128명이 해직될 당시의 교육감이다.


이후 지금까지 광주교육행정은 여섯 분이 책임졌다. 안준, 김원본, 두 분이 재선이고, 3선 교육감 장휘국과 단임으로 끝난 초대 교육감과 6대 안순일을 포함해서 이제 10대 현 교육감에 다다른 것이다. 간선시대까지의 모든 교육감들은 작고하신 상태이다.


1~2대는 국가임명이었으며, 지방자치가 시작한 3대부터 6대까지는 간선이었는데, 3대는 교육위원 7명이 뽑는 간선, 4~6대는 학운위원들까지 선거인단으로 점차 확대되는  간선이었다. 2010년부터 주민직선제가 시행되어 광주시민들은 7대부터 10대까지 네 번의 교육감 선출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 3대까지도 교육감선출은 학교현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국가 임명의 1,2대나 단 7명의 교육위원이 선출하는 3대까지는 교육감의 신상이나 공약이 학교 현장이나 시민들에게 전해질 까닭이 없지 않겠는가. 최소한 교육감선출이 학교현장의 관심사가 된 것은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감선출에 참여하게 된 4대 때부터이다.


4대 교육감 선거는 1998년인데, 광주광역시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된 첫 해가 1996년이다. 이 시기 웃픈(!) 기억은 평소엔 학교운영위원에 나서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가 4년에 한 번 교육감선거가 거행되는 해가 되면 학교운영위원 선거를 두고 팽팽한 긴장이 연출되고 후보도 많아지는 장면이다. 교육감후보들이 투표자를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고자 치밀한 작업들을 진행하였던 것이다. 한정된 인원의 투표권 때문에 암암리 부정선거 소문도 흘러나오는 시기였다.


학운위원이 참여한 간접선거에서 김원본 교육감이 두 번에 걸쳐 당선되었고, 다음엔 안순일 교육감(6대)이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0년에 이르러 드디어 전 주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전국 동시 주민직선 교육감 선출이 시작된다.


시민직선 교육감으론 최초 교육감이 전교조광주지부장과 교육위원을 역임한 장휘국이다. 이후 3선까지 성취하며 가장 오랜 기간인 12년을 재임하였고(7~9대), 2022년에 10대 교육감으로 이정선이 당선된다. 


1987년 대통령직선 헌법 개정에서 지방자치 시행을 명문화한 이후 교육감의 주민직선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렸다. 2000년대 교육위원 선거가 이미 주민직선 형태로 집행된 바 있으나 결국 주민직선 교육감을 선출함에 이르러 허울뿐인 교육자치에서 실질적인 교육자치의 무게감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민직선제도가 교육자치의 완성은 아니다. 교육자치를 위한 유력한 수단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것을 전제로 15년을 넘기고 다섯 번째 선출의 시기가 다가오는 현실에서 교육자치는 과연 얼마만큼 성취한 것인지, 어디서 멈춰 있는지, 무엇이 가능했고 무엇이 불가능한 상태로 쳇바퀴를 돌고 있는지 냉정히 살피는 것은 자치를 위한 시민의 엄연한 과제이다.


“교육감을 학부모가 뽑지 않고 왜 학교와 아무 상관도 없는 나 같은 시민이 뽑는단  말인가?” 많은 시민들이 의아해 하며 한번쯤 던지는 것이 앞의 질문이다.


이 질문은 ‘왜?’라고 묻고 있지만 사실 ‘어떻게 투표하란 말인가?’라는 질문도 이어져 있다. 즉 공교육에 대한 판단을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또 후보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난감해하며 때론 짜증을 토하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시장이나 시·구의원은 정당을 중심으로 투표하는 1차적 기준을 가지고 있고, 또 뉴스 등을 통해 수시로 해당 정보들이 던져지고 있고 이웃들과의 토론을 통해 자기 판단을 만들어갈 수 있지만 교육감 후보를 판단하기에는 정보도 부족하거니와 판단기준에 대한 상식화된 사회적 합의나 주의주장을 경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감후보 여론조사를 두고 일각에서 던지는 문제의식도 앞의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즉 조사설문 과정에서 후보경력에 ‘노무현’을 언급하니 1위 후보에 가깝게 부상하고, ‘노무현’을 빼니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런 블랙코미디가 없다. 죄송하지만 현 전남교육감 김대중의 당선 이유로도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이 ‘김대중’이라는 동명이인 효과였다.


김대중이 무슨 죄고, 노무현이 무슨 죄인가? 문제는 유권자가 후보를 모른다는 것이고, 문제는 정치적 호감도가 교육자치제도의 교육감선거에 직접 개입한다는 것이며, 문제는 공교육제도 그 자체를 판단할 사회적 기준이 숙성되어 있지 않고 훈련되지 않았으며, 그것을 소통한 그 어떤 과정도 설계함이 없이 숱한 투표용지 사이에 끼어 갑작스레 어디엔가 표기할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보자. 교육감선거를 주민직선으로 하는 것은 공교육의 내용과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대한민국 공화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이고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교육이라는 것이 무색무취 중립적이어서 단지 자녀의 학습능력을 평가해주는 측정기관이기만 하다면야 헌법이 굳이 교육자치까지 언급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대한민국 헌법1조,31조)


즉 국민 일반의 학습내용(교육과정)을 만들고, 그것을 학생에게 전하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과정이라는 전제로부터 결국 공교육은 학부모라는 이해당사자의 판단영역이 아닌 국민 일반의 시민권 행사의 영역이라는 정치적 원칙과 법리로부터 현재의 교육자치제도가 작동하고 있음이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너무도 분명한 현실투표의 딜레마와 교육자치의 이상은 왜 이렇게 뜬금없기만 하고 태양과 명왕성처럼 먼 거리로 느껴지는가?


불가능한 문제인가? 아니면 길도 내지 않고 달려드는 무모함인가? 아니면 15년이 지나도록 여전한 이 과제에 대해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의 죄를 짓고 있는 것인가?


당사자 교육감은 이렇듯 교육자치의 일반적 과제에 대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또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교육감후보들은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별 꼼수를 다 부려 표만 훔쳐 가려 하기 전에 그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에 어떤 기여를 하고자 하는가? 그들이 내미는 약속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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