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 갱년기는 처음이라] ep9. 갱년기, 축제처럼
갱년기 나에게 다정해지자 Ⓒ갱년기뽀기미
#10월의 어느 멋진 날, 온통 축제
전국이 축제로 들썩이는 10월이다. 10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전국의 단풍 절정 시기에 맞춰 남도 여러 곳에 가을꽃 축제도 만개했다. 언제부턴가 10월이면 심심찮게 열리는 맥주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광주도 '충장축제', '광산세계야시장', '서창억새축제'를 시작으로 마을마다 축제가 넘쳐났다. 가을 축제로 모처럼 대학가도 신나는 풍경이다.
하필 오늘은 또 10월의 마지막 날. 한때는 10월 31일만 되면 전국 온 거리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가득하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에서 할로윈데이로 축제를 즐길 때 우리에겐 ‘잊혀진 계절’로 기억하던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내 여고 시절엔 누가, 언제, 어디서 시작된 지로 모르게 모 제과회사의 A비스킷에 편지를 써서 전하는 풍경도 있었다. 커피와 잘 어울린다는 그 비스킷이다. 이제는 비스킷보다 깊고 독특한 맛의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이면 족한 나이가 됐다. 그래서 11월 8일 동명동 카페거리 일원에서 열리는 '동명 커피 산책'에 가 볼 예정이다. 깊어져 가는 가을과 딱 어울리는 축제 아닌가?
광주 시청 광장에서 오늘부터 열리는 '김치축제'에도 관심이 간다. 더 이상 여고 시절 낭만으로만 이 가을을 살 수 없는 중년의 주부 처지에서는 사실 커피보다 올해 김장이 더 걱정되기도 한다. 기후위기로 커피나 배추 농사가 다 힘들어졌고 커피도 더 이상 기호식품이 아닌 생필품에 자리 잡은 지 오래라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김장 준비도 해야 하고 취향에 맞는 좋은 커피도 찾고 싶은 갱년기의 가을이다.
#다시 오지 않을 갱년기, 축제처럼
생애주기 중 가을쯤에 해당하는 갱년기도 응당 축제로 누려봐야 하지 않겠는가? 꼭 요란한 불꽃이 터지고 정신없이 시끄러운 축제장처럼은 아니어도 좋다. 어디 내놓고 자랑할 만큼은 아니지만 조용히 가꿔온 취미에 조금 더 용기 내서 덕후짓을 해보는 거다. 슬쩍 플리마켓에 손 얹어 보거나 작은 공연에 참여해도 좋다. 지역에서 모집하는 글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자서전을 쓰거나 가을 문학에 스며들어도 좋겠다. 이번 기회에, 축제에서 얻은 정보로 시니어 바리스타에 도전해본다면 그도 훌륭하지 싶다. 축제란 가끔 가면을 쓰고, 다른 내가 되어보기도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새겨졌다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처럼(오역이라는 설도 있지만) 지금 누리지 않으면 금방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축제도 짧고 갱년기도 짧으니까.

갱년기, 커피에 눈뜬다Ⓒ갱년기뽀기미

갱년기 덕후질로 소근육 활동 중 Ⓒ갱년기뽀기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