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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와 바로크의 대비로 탐색해 본 건축의 시대정신

박호재| |댓글 0 | 조회수 83

건축은 존재의 투영이자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건축의 이같은 정체성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중세 고딕 양식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건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편이지만, 사상과 정치가 건축 양식에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양식의 대비적 흐름은 시대정신이 양식 변화의 모멘텀이 되는 사례를 가장 알기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서양 건축사의 한 지점이다. 


르네상스 문명은 대성당의 시대를 오래도록 구가해 온 중세 가톨릭교회의 큰 위기로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었고, 신대륙 발견과 인간 생활 중심 과학의 진전, 그리고 시민자본이 기반이 된 상공업의 발전은 가톨릭교회 중심 세계관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러한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교회는 재정위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맹목적 신앙심을 모아낼 수 있는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점점 쇠락해갔다. 요즘의 세태어로 설명한다면 ‘집토끼’를 교회에 묶어둬야 할 절체절명의 필요성 앞에 놓이게 된 셈이다.


그 필요성은 교회를 ‘극적인 공간’ 으로 만들어가는 시도로 나타났다. 성화는 명암이 극렬하게 대비되는 표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으며,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한 빛의 연출도 두드러졌으며, 건축의 주요 요소들 또한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역력해지기 시작했다. 


<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왼쪽)와 안토벨로 다 메시다의 수태고지 >


이 과정을 가장 극적인 대비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수태고지’ 라는 성화의 변화이다. 천사 가브리엘이 지상에 내려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했음을 알리는 장면을 그려낸 ‘수태고지’는 수많은 화가들이 의무처럼 즐겨 그렸던 주제다. 


동일한 주제이긴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수태고지와 바로크 시대의 수태고지는 그 표현의 기법이 천양지간이다. 르네상스의 수태고지가 평면적이며 ‘쿨하다’ 는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면 바로크의 수태고지는 ‘극적 구도’를 연출하며 감정을 자극한다. 


건축의 주요 요소에서도 르네상스와 바로크는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 르네상스가 정방형의 실용적 평면을 중심으로 건축의 한 부분이 특별하게 강조되지 않은 평등성을 지녔다면, 바로크는 기둥과 벽면에 ‘니치’(굴곡)를 활용해 명암이 대비되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한 바로크의 교회는 제단에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치장이 도입된다. 


< '모든 장식은 죄악이다' 선언한 아돌프 루스의 빌라 뮐러 >


바로크의 과도한 표현주의는 생활공간 중심의 로코코를 거치며 점점 희미해지다가 ‘장식은 죄악이다’는 과격한 주장을 서슴지 않으며 건축의 본질을 외면한 장식주의를 경멸한 아돌프 루스(체코출신, 현대건축 선구자)의 선언을 거쳐 바우하우스에 이르며 소멸돼갔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시공이 간편한 콘크리트라는 경제적 재료를 활용해 단순하고 명쾌한 입체미를 앞세운 바우하우스 양식 또한 ‘노동자들을 위한 건축이라는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위에서 살려본 바와 같이 시대정신의 표상으로서 그리스 로마 양식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달려온 건축문화는 이제 첨단 AI시대를 맞아 어떠한 양식의 변화로 우리들에게 다가설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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