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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진의 로컬&지역발전 이야기]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열린 라키비움을 위하여

이여진| |댓글 5 | 조회수 325

광주 관광의 새로운 킬러콘텐츠  

국내 지역별 관광통계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관광데이터랩을 통하여 본 광주 관광 현황(2024.1~12월 기준)을 보면 관광지 검색순위 100위 이내에 광주지역 관광지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으며 시도별 순위에서도 전체 방문자 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에 랭크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광주는 여전히 관광 불모 도시인 것이다. 


< 한국관광데이터랩-방문자 수 현황 >

 


여행자들이 광주에 잘 오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다를 접하고 있는 인천이나 부산, 강도, 제주, 전남, 경남에 비하여 자연 경관상 불리한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광주와 비슷한 여건에 놓여 있다고 생각되는 대전이나 대구에 비하여서도 현저히 순위가 떨어지는 점은 조금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광주관광이 부진한 점은 교통, 숙박, 물가, 환경, 여행객 지원프로그램, 관광콘텐츠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혹시 주옥같은 구슬들이 많지만 이를 제대로 꿰매어 관광 상품화하지 못한 데서 이유도 어느 정도는 있질 않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해안절경, 해수욕장, 깊은 계곡을 보유한 높은산, 강변, 넓은 들판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유하지 못하여 관광지로서 핸디캡을 안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도시 속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원들을 발굴하여 특색있는 관광상품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이글에서는 도시 속 관광자원으로서 지금까지 전혀 부각되지도 않았고 지자체 차원에서도 이를 공공용도로 활용하려는 실천 의지가 부족하였던 자원들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도시 속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생활문화자원들의 관광콘텐츠화 가능성 그리고 킬러콘텐츠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라키비움 

라키비움(Larchiveum)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의 기능과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의미한다.

지난 2008년 미국 텍사스 주립대 메간 위젯 (인포메이션 엔지니어링) 교수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고, 학생들은 세계 2차대전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 도서관, 전쟁기념관, 국가기록원 등 자료가 산재해 있어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던 불편함에 착안하여 최초로 주창하였다. 


여러 종류의 자료와 정보를 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이용자들의 편의를 높인 새로운 형태의 시설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 들어 라키비움은 단순한 자료 관람이나 열람을 넘어 강연, 전시, 커뮤니티 활동, 휴식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포함하는 융복합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결국 라키비움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을 합해 놓은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제대로 된 라키비움을 구현하고 있는 곳이 국내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 라키비움의 장점 >

 


광주 원도심에 널린 보물들

광주 동명동, 산수동, 계림동, 서석동 등 원도심에는 시민들이 평생동안 수집하여 소유하고 있는 도서, 카메라, 무선정보통신기기(라디오,TV등), 생활소품 등 수집자원(여기에서는 생활문화자원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들이 있는데 이제는 도시관광 활성화 측면에서 이들 자원을 지역의 공공재로써 의미와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가치를 부여하여 지역관광콘텐츠자원으로서 활용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광주 원도심 속 시민 소장 생활문화자원 예시>


동명동카페거리에 있는 세계카메라영화박물관은 이수환 관장이 30여 년 동안 사재를 털어가면서 전 세계 카메라 200여 년사에 기념비적으로 등장하였던 카메라를 모아 놓았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카메라만 이곳 박물관에서는 10점이 넘게 소장하고 있어서 그 값어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지금도 매주 토요일이면 전국 곳곳에서 MZ여행자들이 SNS 입소문을 타고 소리 없이 관람 오는 곳이기도 하다.



독립영화감독으로 일했던 조대영감독이 산수동과 계림동 허름한 창고를 빌려, 그동안 모아놓은 도서 9만여 권과 비디오테이프 5만 개 역시 귀중한 자원이다. 이곳의 책들은 조대영감독이 테마별로 큐레이션 해놓은 도서들로서 지금은 절판된 희귀본들이 상당수 있으며 비디오테이프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창고 가득히 쌓여 있다. (2년 전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3만여 개를 빌려 가서 ’원초적 비디오본색‘이라는 기획전시회를 열어 10만여 명이 넘는 관람 인원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전문가들은 비디오테입에 들어있는 영상이 문제가 아니라 비디오테이프(케이스) 그 자체가 하나의 물성을 지닌 것으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조선대학교 장황남박물관 역시 100여 년 동안의 라디오, TV 등 무선정보통신기기를 모아 놓은 곳으로 재미동포 의사 장황남씨가 학교에 기증하여 전시되고 있는 교내에 있어서 시민 접근성이 떨어지고 방문객들도 많지 않아 아쉬운 실정이다. 



필자는 최근 3년여 동안 이렇게 광주 원도심 내 도처에 널린 자원들이 산재한 것을 보면서 이를 잘 연결 짓거나 통합하여 전시한다면 충분히 전국적인 주목거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소장자들과 자주 교류하면서 라키비움에 관한 구상을 주제로 두 차례나 세미나를 기획하여 진행(2022.10월, 2024.10월)하였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그리고 산발적이나마 가끔씩 일간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이들 자원들에 대한 소개 기사가 실리기도 하였고 뜻있는 학자나 지식인들의 기고문이 게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는 상당한 예산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바, 지자체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렵다는 현실 속 제약에서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시민들이나 독지가가 나서서 라키비움을 지어 준다면 모를까)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열린 라키비움

라키비움을 통한 생활문화자원들의 관광자원화를 위하여 지자체는 초기에 시설, 일부 콘텐츠 구축 등 마중물적 지원을 하고 이후 지속적 콘텐츠 구축이나 운영은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국내 최초의 열린 라키비움 추진모델을 제시하면서 이글을 맺기로 한다. 


<기본개념>

ㅇ 기본적으로는 도서관+박물관+(기록관)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전시, 체험활동, 교육, 세미나, 공연, 소모임 등이 다양하게 펼쳐지는 커뮤니티형 라키비움(카페& SHOP포함)  

ㅇ 지자체 등 관에서는 마중물적 지원으로 유휴건물들을 활용하여 초기 시설을 마련하고 시민들이 콘텐츠(카메라,도서,정보통신기기)를 제공하고 운영에 참여

ㅇ 지속적으로 시민들이 가진 생활문화자원들을 무상기증, 무상임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확장

ㅇ 대여료, 입장료, Café, Shop, 기획전시 등 수익화 가능한 부분 추진으로 지자체 부담을 최소화


<콘텐츠>

ㅇ (초기구축) 도서, 카메라, 정보통신기기, 도시의 기록물(예시 충장로역사)등

- 카메라 (4,500점), 도서(9만여 권), 정보통신기기(4,500점) 및 기타 시민 소장품

ㅇ (상시구축) 일반 시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카메라, 도서, 기록물, LP, 정보통신기기 등을 기증 등으로 확대


<운영>

ㅇ 공간 구축 초기단계의 기증자의 경우 개인 의사를 반영하여 일정 기간 민간 큐레이터, 해설사, 분야별 매니저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기회를 제공

ㅇ 자료의 전문적 수집, 보존, 관리 등을 위하여 전문 큐레이터, 관리자 등 지원

ㅇ전시, 교육, 공연, 세미나 등 구축 자원들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건립>

ㅇ (신규건축시) 지역 내 적정 부지 매입 후 건축 (충장로 조흥은행자리, 엔터시네마옆 공용주차장 자리, 동명동 어린이복합문화관부지 등 )

ㅇ (기존건물 활용시) 동부경찰서 이전 시 해당 부지와 건물, 전일빌딩245(일부 공간), 영상복합문화관(일부공간), 기타 노후건물 등


<고려사항>

ㅇ 기존 도서관, 박물관 및 미술관법, 기록관법 등과의 관계 (예 : 등록박물관 형태로 할 건지)

ㅇ 관리운영 주체, 반관반민 형태 등 운영방식, 소요비용(건립, 운영)

ㅇ 콘텐츠 확충 방안 (예 : 시민 기증, 영구무상임대, 기부채납 방식)

ㅇ 구축방안 (건축신설, 기존건물 리모델링), 구축장소 (지자체 소유 유휴부지, 건물 등)



맺는말 

유속불식(有粟不食) 무익어기(無益於饑)란 말이 있다. 앞서서 이야기했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다. 광주 원도심 도처에는 널린 카메라, 도서, 비디오테이프, 무선정보통신기기, LP 등 구슬들이 있으나, 유지 비용과 장소 등 사적 운영관리의 한계에 직면해 있고 타 지역 이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슬들의 소유자가 지역사회에 기증의사를 밝히고 있기에 이를 잘 꿔매어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열린 라키비움을 만든다면, 그것도 시민들이 지속가능하게 라키비움 콘텐츠를 확장해나간다면 광주 관광의 새로운 보물(킬러콘텐츠)이 될 수도 있다. 


지역의 관광진흥을 위한 새로운 킬러콘텐츠로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구슬들을 잘 꿔매는 식견과 지혜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5 댓글
주광 10.20 17:12  
정말 공감가는 의견입니다. 이른 시일에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소연 10.21 09:34  
광주 원도심의 숨은 가치들이 시민과 함께 문화공간으로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플레이광주 10.21 15:48  
늘 좋은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동은 10.22 13:26  
저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 광주의 갈 만한 곳을 소개할 때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영화 관련한 곳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언어를 넘어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예술이기도 하니까요. 귀중한 자료들을 라키비움에서 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레드 10.22 18:16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광주에도 문화관광 자원이 많은데, 사람들이 너무 모른다는 것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민관합동 으로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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