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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 갱년기는 처음이라] ep8. 갱년기의 사회적 관계

곽복임| |댓글 0 | 조회수 129


#1_귀찮아서 밥숟가락은 어떻게 드냐?


얼마 전, 친구와 대화 중에 “요즘은 만사가 다 귀찮아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라며 근래 통 운동을 못하고 있다고 얘기를 했더니 “만사가 귀찮은데 밥숟가락은 어떻게 드냐?”라는 핀잔을 들었다. 회의와 출장이 잦은 일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데, 고속열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장거리를 이동할 때면 척추를 중심으로 느껴지는 진동 때문에 피로감을 깊게, 온몸으로 느낀다. 다른 지역 출장이 유난히 잦은 시기엔 진동으로 인한 살 떨림이 심해서 안 아픈 데가 없을 정도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쯤 쉬는 날엔 몸에 진동을 더하는 운동보다 쌓인 책을 읽고, 영화를 관람하거나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나만의 쉼을 갖는다. 그러니 오랜만에 등산이나 가자는 친구의 제안이 달가울 리가 없다.


“너, 그러다 외로워서 갱년기 우울증 온다!”


친구의 일침에 슬쩍 부아가 올랐다. 실은 언제부터 시답잖은 잡담만 늘어놓는 사석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잉여의 시간도 필요하고, 오랜 친구와 목적 없는 만남이 주는 안정감 있는 즐거움을 모르진 않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좀 더 귀히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체력 또한 무한대로 자동 생성하지 않으니 에너지 분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일부 거들었다.


“등산 안가도 외롭지 않게 잘 살아~ 걱정마~”


퉁명한 대답을 끝으로 스마트폰의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통화를 끝내고 나서 친구의 말에 꼬리 물고 나의 사회적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되짚어보니 일이나 일과 관련된 연구 목적으로 공부하러 다니는 것 외에 취미활동으로 모임을 하는 게 없다. ‘아… 나 외로운 건가?’


#2_갱년기 사회성이라니?


생각난 김에 웹사이트와 여러 AI에 ‘갱년기 사회적 관계’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대략 요지는 ‘갱년기에는 신체적·정서적 변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감이나 외로움을 느끼기 쉽지만, 가족·친구·동료 등과의 적극적인 사회적 관계가 정서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니 정서적 지지, 사회적 고립 예방, 자존감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필요하다’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정기적 모임, 취미 동호회, 지역사회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넓혀 단순한 외적 네트워크가 아니라, 정서적 치유와 삶의 만족도를 높이라’(AI브리핑)라고 답변을 준다.


아니, 답변 내용이 나에게는 주로 업무와 관련된 일이 많은데 어쩌지? 그래서 계획된 업무 안에 있지만 그중에서도 의외성으로 발생하는 기회를 통해서 나의 갱년기 사회적 관계를 위한 우연한 만남을 계획해 보기로 했다. 


#3_‘갱년기 사회적 관계’를 위한 ‘우연’을 계획하다


지난 토요일, <책 쓰는 도시 문화도시 광주, 시민의 일상이 책이 되다> 시즌1 프로젝트 참가자들과 하루 워크숍을 진행했다. 담양 모처, 공기 좋고 주변이 예쁜 한옥 세미나실에서 하루 종일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나이와 삶의 배경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관심사인 ‘광주, 책, 글쓰기’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대화하는 방식도 매우 다양해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즐거운 자극이 되었다. 덕분에 관심 분야인 글쓰기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함께 참여하는 매우 다양한 24명의 글쓰기 친구와 연말에 재밌는 책이 나올 텐데 벌써 설레고 기대가 크다. 낯선 이들과 우연한 만남과 그 만남을 통한 긍정적 대화는 창의력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어느 평론가가 얘기했던가? 이 정도면 나의 갱년기 사회적 관계로 삶의 질은 충분히 만족할 만하지 않을까?


사진: <우리가 함께 쓰는 광주이야기> 하루 워크숍 Ⓒ조금다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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