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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기 칼럼] 한국판 '밤비노 저주?'...기아, 미워도 다시 한번

이종행| |댓글 0 | 조회수 50

 




삐따기 칼럼이란?

모두가 YES 라고 말할 때 NO 라고 말하는 ‘삐딱한 기자들의 시선’을 담은 칼럼입니다. 

기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글은 팩트에 근거하여야 하고 과도한 정치적 편향은 자제합니다. 



한국판 '밤비노 저주?'...기아, 미워도 다시 한번

타이거즈, 동물원 호랑이 폐사 이후 '중하위권'

민주당 정권 땐 '곤두박질'...반대 정권 땐 '훨훨'

 

필자는 더 이상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야구장을 찾지 않는다. 야구 중계도 잘 보지 않는다. 야구에 '야'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친구·동료들 사이에선 '기아 야구' 얘기는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한 달이 넘었다. 자칫 야구 얘기를 화두로 삼았다간 '대역죄인'(?) 취급을 받는다.


필자가 광주에서 기아 야구가 열리는 날 두말할 것도 없이 단골 식당을 찾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필자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야구 경기가 있으면 경기 전 단골 가게를 미리 찾았다. TV 앞 테이블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당시 '투 아웃에 주자 2·3 상황', 이때 터진 역전 적시타 한 방은 한자리에 모인 동료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며 절로 '우~와'라는 함성을 내질렀던 기억이 있다.


한때 기아 야구는 꽉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와 같은, 정확히 말하자면 그 이상의 존재였다.


당시 필자와 친구들은 각기 다른 업종에서 직장 생활을 막 시작할 때였는데, 기아 야구는 조직 생활의 답답함과 두려움 등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유효한 즐길 거리였다.


그러나 기아 야구는 하반기 접어들면서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선 기아 야구를 빗대 '발암물질 1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16일 현재 기아 순위는 10위 중 8위다. 팬들을 미치게 하는 공격과 수비력은 물론 점수를 내야 할 상황에서 나오는 병살타, 9회 역전패는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1위 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마치 한국판 '밤비노의 저주'에 걸린 것처럼 말이다.


우치동물원과 기아 타이거즈는 지난 2009년 6월 6일 벵갈호랑이 세 마리가 기아 타이거즈의 상승세가 이어지던 중 태어난 점과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10번째 우승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아기 호랑이 이름을 '아이', '러브', '기아'로 지었다.


세쌍둥이는 홈구장에 초청돼 그라운드를 누비는 등 홈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홈 팬들의 사랑이 아기 호랑이들에게 전해진 것인지 'V10 우승 염원'은 8년 만인 지난 2017년 이뤄졌다.


이듬해인 2018년 기아는 5위를 기록해 가을 야구에 입성했다. 하지만 '아이'(수컷·당시 11살)와 '기아'(수컷·당시 14살)가 지난 2019년 12월 30일과 2022년 1월 4일 각각 질병사(패혈증)와 노령사(심부전)으로 죽었다.


이후 기아는 ▲2019년 7위▲ 2020년 6위 ▲2021년 9위 ▲2022년 5위 ▲2023년 6위를 기록하는 등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호랑이 두 마리가 연이어 폐사한 뒤 기아의 성적이 곤두박질치자 팬들 사이에선 '한국판 밤비노의 저주' 아니냐는 풍자 섞인 말들이 유행처럼 터져 나왔다.


'밤비노의 저주'는 미국 최고의 야구팀인 보스턴 레드삭스가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한 뒤 86년간 우승을 하지 못한 데서 생겨난 풍자용어다.


기아가 7년 만인 지난해 시즌 1위를 차지하면서 '밤비노 저주, 즉 호랑이의 저주'가 풀린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막판인 현재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또다시 같은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아 성적은 이들 호랑이의 생사와 무관한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말이다.


기아 성적을 보면 공통된 패턴이 또 하나 있다. 이 또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기아는 지난 2001년 해태에서 팀명이 바뀐 뒤 모두 세 차례(2009년, 2017년, 2024년) 우승컵을 안았다. 


기아가 좋은 성적을 낼 당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기아의 연고지인 광주가 더불어민주당(현) 텃밭인 점을 감안하면 기아는 민주당과 정반대의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좋은 성적을 냈다. 


대통령 탄핵도 두 번이나 있었다. 특히 기아 우승 직전(수개월) 또는 직후(수개월) 정권 교체도 두 번이나 이뤄졌다. 이는 우연의 일치일 뿐 신뢰할 수 없는 통계에 불과하겠지만 일부 패턴은 묘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 기아 가울 야구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이 패턴이 맞아 떨어진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땐 기아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26시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우연은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바라고 있다. 기아 야구를 전처럼 단골 식당 또는 홈구장에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야구가 보고 싶은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지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어서다.


필자는 기아가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역전승을 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힘이 난다. 절로 웃음도 난다. 다시 응원한다. 기아 타이거즈 파이팅.


더리얼뉴스 광주전남 원문보기 : https://www.therealnews.co.kr/5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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