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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상‘s 클래식] 홍석원을 아시나요?

나윤상| |댓글 0 | 조회수 24

 

< 광주시립교향악단 제354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 


2021년 4월 늦겨울이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극장1에서 광주시립교향악단 정기 연주회가 열렸다. 어두운 조명이 깔린 가운데 무대 중앙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앉아 있고 무대 한 편에서 젊은 지휘자가 천천히 단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날 그가 지휘할 메인 레파토리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혁명’이었다. 부제만큼이나 격정적이고 까다롭다고 소문난 연주시간 50분이 넘어가는 대작이었다. 그리고 이 무대가 그의 광주시향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도 새로 취임한 이 젊은 지휘자가 어떤 내용의 음악을 들려줄지 사뭇 진지한 긴장감이 장내를 지배하고 있었다.


곡이 시작되고 바이올린과 첼로의 긴장감 넘치는 음이 연주되자 청중들은 이미 이 젊은 지휘자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악장이 넘어가고 마지막 4악장의 끝에서 강렬한 팀파니의 소리로 마무리가 되었을 때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에 이어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가 바로 13대 광주시향 예술감독인 홍석원이다.


이전까지 광주시향은 예술감독 문제로 부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광주시향의 이미지를 바꾼 것은 9대 예술감독 구자범 지휘자였다. 독일에서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하던 그는 귀국을 선택하고 좋은 자리로 갈 수 있었음에도 광주를 택했다.


구 감독의 선택은 광주로서는 행운이었다. 2010년 5⋅18기념 공연이었던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은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는 지금까지도 전설적 연주로 남아있다. 하지만 그가 경기시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광주시향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지 못했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OST를 전담으로 지휘했던 재일(在日) 김홍재 지휘자가 있었긴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광주시향에서는 그 만의 색을 내지는 못했다. 


클래식은 20세기 중반 이후 창작보다 해석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이는 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해석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감상의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창작의 시대에는 작곡가가 중요했지만 해석의 시대에는 지휘자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에서 최고의 지휘자를 모시려고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가 존재한다. 이는 오페라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페라에서는 지휘자보다 성악가를 선점하려는 노력이 다르긴 하다)


홍석원 감독이 광주시향을 이끌고 이룬 성과는 정말 대단하다. 매월 4월경에 열리는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에서 언제나 관심도가 상위권에 머물렀고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의 호응은 대극장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매년 전국 20여 개 이상 시향이 나와 겨루는 와중에 이룬 성과다. 이뿐 아니라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하면서 광주시향을 세계적 위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이 음반에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하라’가 수록된 점을 높게 평가한다)


 

< 홍석원 마지막 무대 - 광주시립교향악단 385회 정기연주회 '헌정' 포스터 >


그런 그가 지난해 6월 광주시향을 떠나 부산시향으로 옮겼다. 그리고 올 7월 다시 부산시향에서 서울대 교수로 임용됐다. 부산에서는 홍 감독의 행보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었다.


계약기간 2년을 채우지 않고 중도하차한 문제를 두고도 논란이었지만 실력 있는 예술감독이 너무 이른 나이에 학교로 들어간 것에 대한 아쉬움도 회자됐다.


클래식의 세계는 멈춰있지 않다. 비록 창작자는 고인이 된 지 수백 년이 지날 수 있지만 현대의 새로운 해석으로 음악 자체가 달라지는 맛이 있다. 이러한 세계를 알게 되면 그 무엇보다 희열감과 재미,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서편제’ 유봉이 했던 “야! 이눔아. 쌀이 나오고 밥이 나와야 소리를 하냐? 지 소리에 지가 미쳐가지고 득음을 하면 부귀공명보다 좋고 황금보다 좋은 것이 소리 속판이여”를 몸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럼, 오늘이라도 클래식을 들어보면 어떨까? 그 미지의 쾌락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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