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메커니즘과 인간의 지혜 : 지식의 회로, 지혜의 결
인공지능은 어떻게 ‘지식’을 갖게 되는가
인공지능(AI)은 본질적으로 패턴 인식 기계다.GPT나 Claude 같은 대형 언어모델은 수십억 개의 문장을 입력받아, 각 단어와 문장 간의 통계적 확률 분포를 학습한다.이 과정을 통해 AI는 “다음에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어”를 예측하는 능력을 갖는다.이것이 우리가 ‘AI가 지식을 갖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다.
하지만 이 지식은 결코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가 아니라, 기계적 회귀(regression of probability)의 결과다.즉, AI는 ‘의미’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가능성’을 산출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지식은 구조화된 정보일 뿐이다
AI의 내부는 수많은 가중치(weight)와 벡터(vector)로 구성된 수학적 공간이다.그 안에서 단어, 문장, 개념은 특정 방향성과 거리로 존재한다.예를 들어, '왕 - 남자 + 여자 = 여왕' 같은 계산이 가능한 것도 이런 고차원 의미공간(embedding space) 덕분이다.
하지만 그 공간에는 의도도 없고, 맥락적 경험도 없다.인공지능은 “이건 맞고, 저건 틀리다”는 윤리적 판단을 하지 못한다.그저 ‘이 문장은 과거에 자주 같이 쓰였으므로 다음 단어로 적합하다’는 통계적 근거만을 제공할 뿐이다.
지혜는 회로가 아닌 ‘결’에서 생겨난다
반면 인간의 지혜는 경험을 통한 통합적 직관에서 비롯된다.우리는 책에서 배운 정보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그 정보가 실제 삶에서 어떻게 작용했는지, 어떤 상처와 기쁨을 남겼는지를 감정, 기억, 관계 속에서 통합하여 판단한다.
지혜는 단순한 연산이 아니다.그것은 “이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윤리적 질문이며,“이 선택이 나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고려하는 정서적 상상력이다.
인공지능은 ‘무엇’에 강하고, 인간은 ‘왜’에 강하다
AI는 ‘이것이 무엇인가’를 빠르게 찾아낸다.하지만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대답하지 못한다.그 이유는 간단하다.인공지능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왜’라는 질문은 가치 판단, 감정, 책임이 결합된 자기 반영적 존재만이 물을 수 있다.그것이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삶을 성찰하며 지혜를 만들어가는 이유다.
인간이 지혜를 잃을 때, AI는 위험해진다
우리가 지혜 없이 AI를 사용할 때, 그 기술은 칼이 된다.역사를 보라. 언제나 기술은 인간의 목적에 따라 축복이 되기도, 재앙이 되기도 했다.
AI 시대에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그 기술을 어떤 인간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질문을 품고 사용하는가이다.지식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지혜는 방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