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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기 칼럼]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나윤상| |댓글 0 | 조회수 63

 




삐따기 칼럼이란?

모두가 YES 라고 말할 때 NO 라고 말하는 ‘삐딱한 기자들의 시선’을 담은 칼럼입니다. 

기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글은 팩트에 근거하여야 하고 과도한 정치적 편향은 자제합니다. 



제대로 호구 잡혔다. 

일각에서는 힘이 없어 그랬다는 말도 나온다. 

8일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의 오찬에서 ‘나라의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도 했다. 한편에서는 또 한 번 한국 정부 패싱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나온다.


지난 4일 (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에 걸린 한국인 300여 명의 이야기다.

사실관계만 따져보면 트럼프의 말이 맞다. 조지아주에서 체류했던 한국인 다수는 적합하지 않은 비자를 가지고 있었고 그중 일부는 기간이 지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2023년 한 해만 해도 17만 명 이상이 비슷한 사유로 단속되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500여 명이 마치 마약 카르텔 현장을 급습한 것처럼 작전을 했다는 것은 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국제 관례상 지나친 무력 과시로 평가될 수 있다.


영화 ‘시카리오’의 한 장면보다 더 대규모라 놀랍다. 한편으로는 신고자인 토리 브래넘이라는 여성의 신고로 이렇게 많은 단속원이 움직였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로마의 키케로는 “사실은 쉽게 왜곡되지만,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이번 사건의 전모는 미국 정부가 설명하지 않는 한 온전히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많은 국내 언론은 한국(기업)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분개한다. 하지만 분개한다고?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될 줄 몰랐어?’라고 말이다.


기업의 자본은 이미 국경이 없어진 지 오래다. 삼성, 현대 등 한국 대기업들도 모두 글로벌 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윤이 생긴다면, 돈을 벌 수 있다면 지옥까지 갈 기업들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합법적 절차를 외면한 채 조급한 투자를 한 것이 결국 위험을 자초한 셈이다.


그런 그들이 미국이 비자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편법 비자로 인력을 파견해 놓고 이제 와서 미국이든 한국이든 정부만 탓할 수 있을까? 핵심은 그들의 욕심이 만든 속도전 아니었을까?


이 같은 조급했던 기업의 행위는 바로 돈 바치며 안달하는 드라마 ‘카지노’의 호구 형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조급함은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라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이번 사태는 서두름이 부른 대가였다.


다행히 한국 정부가 외교라인을 통해 300여 명의 한국인을 귀국시킨다고 한다. 이제 다시 볼 때다. 미국에 수십조 투자하면서 손님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안달해야 하는 쪽은 미국이지 한국이 아니다. 조급한 마음에 지금까지 호구 짓을 서슴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조금은 여유 있게 합법적 라인을 밟으면 된다.


한국 정부도 안일했다. 미국이 비자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았다면 투자가 힘들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그 한마디를 하지 못해서 오늘의 사태가 불거졌다.


어떤 이는 그럴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강경해서 그렇다고. 그렇다면 호주와 싱가포르는 왜 합법적 비자를 받았느냐 하는 점을 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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