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지하철이 주는 교훈, 작가가 설계 단계에서부터 개입해야
< 사진 : Visit Stockholm.©Per Olof Ultvedt >
거리환경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공공의 개입사례 중 가장 전형적인 것이 미술장식품 의무 설치 제도일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건축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액면의 미술 장식품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주요 내용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 숲에 숨통을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일부 탁월한 시도를 빼놓고는 그 미학적 효능감을 공감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다수 작품이 건물 앞에 세워지는 조각의 형태일 때가 많아 행인들의 발을 멈추게 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을 찾자면 크게 두 가지의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건축주나 작가가 해당 건축물의 조형적 특성이나 그 건물에 인접해있는 거리의 풍경을 심도 깊게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사진 : Visit Stockholm. ©Åke Pallarp ©Enno Hallek >
다른 하나는 작가의 상상력이 접근할 수 있는 건축적 영역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미술 장식품 설치의 대부분의 시도는 건물 앞에 놓이는 조각, 그리고 건축물 1층 홀의 벽면에 시도하는 회화가 선택지가 될 때가 많다. 미술품 장식의 발주가 건축물이 다 지어진 후에야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구조적 한계라 볼 수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지 않고는 미술장식품의 미학적 효능감은 근본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많지 않다.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스톡홀름 지하철 역사는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정평이 나있다. 구조적으로 기둥의 기능을 하는 구조재가 마치 ‘아테네 에레크테이온의 카리아티드 신전 주랑’의 여신 장식 기둥처럼 조형물 화 되어 있으며, 천정이나 벽체도 현란한 타일 부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90개의 지하철역이 모두 미술관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 사진 : Visit Stockholm. ©David Svensson >
스톡홀름 지하철 역사의 그같은 미술 장식화는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지하철 설계 단계에서부터 작가들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지하철 구조물이 다 완성된 후에야 작가의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 설계 작업에서부터 건축가와 작가가 협업하는 시스템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도시의 거의 모든 공간이 사유화된 자본주의 도시에서 미학적 접근을 시도해볼 만한 영역은 점점 더 비좁아지고 있다. 그나마 가능한 영역은 공공시설물이나 도로포장이나 가로등과 같은 스트리트 퍼니처일 수밖에 없다.
모든 공공인프라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축가와 아트디렉터 역할을 하는 미술장식품 작가가 파트너십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이 장착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