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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현의 로컬푸드 탐방기 8] 음식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고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배성현| |댓글 0 | 조회수 69

고서농협로컬푸드직매장

전남 담양군 고서면 가사문학로 342-3 농수산물공판장

https://naver.me/xbAEyc75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담양의 싱싱한 포도 ⓒ포더로컬 >


시인의 마음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의 고향을 그리워했을까, 아마 포도가 송이송이 열려 푸릇함이 빠알간 보랏빛으로 변해가기 전 소담한 기억을 떠올렸나 보다. 때는 바야흐로 8월, 청포도가 익어 쟁반 위에 놓이는 계절이 왔다. 


담양 고서면은 90년대부터 포도 농원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 철이 되면 고서 초입의 길가에는 포도 농원들이 천막을 쳐놓고 직접 딴 포도를 내어놓는다. 옛날엔 차를 타고 가면서 만원, 이만 원에 사던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 내리면 카드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먼저 붙어있다. 다들 현대화된 좋은 포장에 소담한 포도들을 내어놓는다. 추석을 앞두고 사먹는 샤인머스켓은 선물할 때마다 극찬을 듣는다. 조금 더, 조금 더 익혀서 내놓는 농부의 기다림이 소비자의 입에는 달디단 포도로 돌아간다. 아직은 한참 수확 철 낮이라 포도 매대는 조금 휑했다. 아쉬운 마음에 나의 발걸음은 고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향한다.



길가 하우스들의 매대가 휑한 것과는 반대로 고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금 여름 먹거리로 풍성하다. 가을바람을 쐬고 나온 첫 홍로 사과와 끝물이지만 꽤 굵은 복숭아들, 그리고 여름 볕과 미네랄이 담긴 여름비를 담뿍 받아내 영양을 챙긴 실한 채소들이 정갈한 손질을 거쳐 밥상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예로부터 창평과 고서는 물이 풍부해 평야의 다양한 농산물들을 잘 활용해왔다. 물산이 풍부한 지역은 음식문화가 발달하기 마련인데, 나는 창평/고서 출신의 음식에 진심인 분들을 볼 때마다 진심 존경스러울 때가 많다. 남녀노소 모두 식문화에 일가견이 있달까? 현재는 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창평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 예로부터 유명했던 창평 쌀엿과 한 냄비에서 나는 맛깔난 조청, 식혜는 명인들의 손을 거쳐 유기농 인증받아 공장형 생산으로 대량 유통되고 있고, 콩류를 다루는 달인들은 청국장, 된장, 고추장, 간장, 두부, 계절 콩물 등으로 정갈하고 일관된 솜씨를 뽐내고 있다.



이미 재료를 재배할 때부터 조리를 위한 전처리를 준비하는 실력자들이 함께 있다. 이런 문화에서 음식의 바탕이 되는 식재료를 납품하다 보니 로컬푸드의 손질된 식재료를 만난다는 것이 참 설레었다. 관심 없이 보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과연 요리에 진심인 농부들의 정성 어린 손길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갈하게 건조된 산채들, 나물들, 뻣뻣한 부분을 벗겨낸 고구마순, 세척된 햇고구마, 껍질을 잘 벗겨낸 시래기, 호박잎, 매운 정도로 분류된 햇 건고추까지, 마치 너무도 고생스러우나 식구들의 입에 들어가는 것들을 손질해두며 1년의 밥상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희생과 수고스러움이 느껴졌다.



쌀이 많은 동네라 그런지 쌀이 품종별로 개별 포장이 되어 있다. 영산강을 품은 평야의 드넓은 쌀의 맛을 느껴보는 것도 방법이다. 쌀, 잡곡, 조청, 식혜, 한과까지 쌀로 할 수 있는 모든 풍미가 존재한다. 



다시 포도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직 아무 소식이 없어 몰랐는데, 오는 길 현수막에 고서 포도 축제 글귀를 보았다. 수년째 지속되는 고서 포도 축제는 마을 사람들이 포도를 키우며 만들어낸 소중한 지역의 자원이다. 2025년 9월 26(금)~28(일)까지 증암천에서 열린다고 하니 고서 포도도 사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신나는 축제를 맛볼 분들께 방문을 권한다.


애호가들은 날이 덥고 사나울수록, 포도나무가 고생할수록 포도 맛이 좋아진다고 이야기한다. 올 한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담양의 여름이 사나웠던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다. 이번 명절선물로 담양 샤인머스켓과 포도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폭우와 폭염에도 불구하고 맛깔난 과일과 농산물을 내어주시는 농부님들께 경의를 표하며, 8번째 로컬푸드 탐방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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