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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의 고전소설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서해숙| |댓글 0 | 조회수 105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나라는 전통문화를 지역문화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된다. 이 추세와 분위기에 힘입어 여러 지역에서는 특정의 고전문학 작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테마공원을 조성하거나 축제를 개최하는 등 지역문화 브랜드화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었다. 우선 그동안  고전문학 작품을 활용하여 지역관광, 문화관광으로 활용한 사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전남 곡성군 <심청전>을 소재로 한 효녀심청공원과 심청축제

·전남 장성군 <홍길동전>을 소재로 한 홍길동생가와 홍길동축제

·전북 남원시 <춘향전>을 소재로 춘향테마파크와 춘향제

·전북 남원시 <흥부전>을 소재로 한 흥부마을

·전북 남원시 <변강쇠가>를 소재로 한 변강쇠 백장공원

·전북 정읍시 <정읍사>를 소재로 한 정읍사문화제

·충북 단양군 <온달과 평강공주>을 소재로 한 온달테마공원과 온달축제

·강원도 삼척시 <헌화가>를 소재로 한 수로부인헌화공원 


위에 제시한 사례는 지역사회에서 비교적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문학인 <춘향전>을 소재로 춘향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춘향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꾸준히 개최하는 남원시가 가장 모범적이라 할 만하다. 이렇게 고전문학을 활용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는데, 여기에 <콩쥐팥쥐전>이 전북 완주에서 어떻게 활성화되었는지 그 과정을 예를 들어서 살펴보자. 


콩쥐팥쥐 이야기는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오다가 20세기 초에 들어서 고전소설 『콩쥐팥쥐전』으로 출판되었는데, 대창서원본(大昌書院本, 1919), 태화서관본(太華書館本, 1928) 등이 현재 전하고 있다. 이후 근현대에 들어와서 전래동화, 뮤지컬, 연극 등의 다양한 장르로 발전하여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콩쥐팥쥐전은 전통사회에서 흔히 있었던 전처 자식과 계모의 갈등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환상적 사건과 선악 대결 구조 속에 낭만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 이러한 고전소설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콩쥐팥쥐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고 있어서, 일찍이 최남선은 한국의 대표적 민담으로 평가한 바가 있고, 이원수는 한국 설화의 세계문학적 보편성과 독자적 개별성을 이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였다. 이외에도 엄수경은 이야기의 구조가 전반부의 ‘신데렐라’ 이야기와 후반부의 한국인의 재생관념과 권선징악이라는 윤리의식이 형상화되어 있어서 다분히 한국적인 향토성이 강한 이야기라 규정하기도 했다.

 

< 이서휴게소 콩쥐팥쥐테마공원 사진:한국관광공사 >


전북 완주군에서는 2004년도에 이서면 은교리 앵곡마을을 ‘콩쥐팥쥐 동화마을’로 선정하였다. 신상섭은 1919년에 발간한 大鼠豆鼠(콩쥬팥쥬)傳이 최초의 콩쥐팥쥐 소설본과 신증동국여지승람, 관련 고지도를 기본 자료로 하여 등장인물과 관련 지명을 분석하였다. 특히 여러 고지도를 토대로 콩쥐팥쥐전의 배경 공간에 대해 검토한 결과, ‘전주 서문 밖 30리’는 현재의 완주군 이서면 은교리 앵곡마을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콩쥐팥쥐 동화마을’ 입지 타당성 확보를 위한 기초연구」, 한국환경과학회 봄 학술발표회지 15권, 한국환경과학회, 2006 참고)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증동국여지승람전주부읍지호남읍지 등에 전주부 방면 서쪽으로 이서면 지역이 35리까지 전주부 영역임을 보여주고 있고, 앵곡역 일대(현 완주군 이서면 은교리 앵교마을)가 전주 서문 밖 30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청구도>, <동흥도>, <대동여지도> 등의 고지도에도 이를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콩쥐팥쥐전>의 배경 마을임을 유추할 수 있는 지명 가운데 주목되는 ‘팥죽이방죽’(두죽제)은 호남읍지에 “전주 행정영역에 속한 제언이며 府의 서쪽 30리에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앵곡마을의 위치와 동일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앵곡마을 일대에 ‘豆’자를 쓰는 지명이 집중되어 있고, 콩쥐팥쥐전에 등장하는 소를 연상시키는 ‘쇠아치골’이란 지명이 앵곡마을에 인접한 곳에 위치하고 있음을 들었다. 


이외에도 콩쥐팥쥐전에 등장인물과 관련 성씨는 최씨, 조씨, 배씨인데, 콩쥐의 부친 최만춘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유명한 전주 최씨를 활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또한 친모인 조씨와 계모 배씨 성씨 집단이 앵곡마을 주변의 토착 성씨임을 들어 등장인물의 지역성과 일치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앵곡마을이 위치한 지리적 정황은 모악산 산줄기가 평야와 연결되며, 계곡과 계류수가 있는 개울 및 사람들의 내왕이 빈번한 곳으로서 소설에 등장하는 공간적 정황과도 적절하게 일치하는 곳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전북 완주군 이서면 은교리 앵곡마을을 ‘콩쥐팥쥐 동화마을’로 결론지은 것을 모두 억측이라고 일축하기도 했고,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았으나, 어쨌든 전북 완주군에서는 앵곡마을을 콩쥐팥쥐전의 배경 마을로 확신하고‘콩쥐팥쥐 동화마을’조성 계획을 서둘렀다. 그리하여 전북 완주군에서는 이서면 앵곡마을이 ‘콩쥐팥쥐 동화마을’인지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 이후 2005년부터 콩쥐팥쥐마을 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소설 속 공간 재현과 문화체험 전시공간, 숙박시설, 모험 놀이동산 등이 포함된 사업비 396억원 규모의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사업 타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과 예산 확보 대책이 미흡하다는 사유로 보류되었다. 


이후 2017년 완주군에서는 민선 6기에 들어오면서 <콩쥐팥쥐>가 완주군의 중요한 문화자원임을 인식하고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 대신에, 마을공동체사업의 일환으로 <콩쥐팥쥐>를 소재로 한 콘텐츠 개발 중심으로 사업을 변경하여 적극 진행하였다. 이미 2014년부터 창작 뮤지컬 <콩쥐팥쥐>를 제작하여 공연을 시작하였고, 2015년부터는 앵곡마을에 콩쥐팥쥐 벽화 조성, 꽃신 조형물 설치, 우물 복원, 마을 스토리텔링 사업 등 ‘콩쥐팥쥐 동화마을’을 안착시키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였다. 


실제 앵곡마을이 콩쥐팥쥐전의 모태가 되는 마을인지 그 여부를 떠나서 ‘콩쥐팥쥐’라는 특정 고전문학 작품을 소재로 지역문화자원,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고, 실제 많은 관광객이 이 마을을 찾아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고소설의 작품 배경이 되는 마을을 역사 지리적 고증을 통해 입지 타당성을 확보하고, 이를 관광자원화 하려는 노력은 전북 완주군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고전문학 작품을 테마로 한 관광자원은 오늘날의 문화산업시대에 새로운 트랜드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처럼 문학작품이 지닌 허구성, 판타지, 낭만성을 현실세계 그대로 재현하고, 이를 매개로 관광자원, 문화상품으로 확대하는 노력은 단순히 완주군 앵곡마을의 사례로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작품의 배경의 진위가 분명하다면 논란의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문학세계는 문학세계로 존재하므로 현실세계와 등가 시킬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중요한 점은 지역관광, 문화관광 차원에서 문학작품을 매개로 지역 이미지를 재고하려는 일련의 노력에 의미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의 유구한 역사성을 밝히는 작업이 밑거름이 되어 이제는 문학작품을 매개로 지역의 환상적, 긍정적 이미지를 구현하고, 이를 농촌산업, 관광산업, 지역산업으로 확장시키려는 노력은 문화 활성화, 문화 발전의 새로운 방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문화적 가치의 현대적 재현이라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관심과 함께 관광자원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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