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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내 아들의 입대

채문석| |댓글 0 | 조회수 61

최근 한 지인의 SNS에서 흥미로운 게시물을 보았다. 병무청 앱을 통해 개인 병역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자연스레 군대 이야기가 나오는데, 모임 날 서로 군번을 외워 입증하려다가 결국 병무청 앱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이는 아예 병역 기록이 조회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는 군대 다녀온 것마저 속일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왜 남자들은 그토록 군대 이야기를 하는가

술자리가 깊어지면 남자들은 어김없이 '그 시절'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 부대 선임하사는 말이야…", "혹한기 훈련 때 얼음을 깨고 들어갔는데…", "축구대회에서 내가 말이야…." 갓 전역한 복학생부터 민방위 3년 차 직장인, 심지어 제대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아버지 세대까지, 모두가 군복 무늬만 다를 뿐 어제 일처럼 생생한 '군대 썰'을 풀어낸다. 꼭 좋았던 기억만은 아닌데도 군대 이야기는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심지어 연인과의 대화에서까지 군대 이야기는 여성들을 지루하게 만들기도 한다.


군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이다. 재벌가나 특권층의 자제가 아닌, 그저 성실하게 살아온 보통 사람들이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과 '고만고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최소한 반칙하지 않고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동시에 이런 정직함이 당연히 대우받는 사회를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 AI 도움으로 만든 이미지 >


특권층에서 유독 미필자가 많은 이유

그렇기에 이 평범한 사람들은 개각 때마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고위공직자들의 이력을 보며 깊은 분노를 느낀다. 허리가 아파서, 눈이 안 좋아서, 어디가 또 안 좋아서 군대에 가지 못했다는 그들의 사유는 서민들의 보편적인 경험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특권층 자제들은 모두 몸이 약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몸이 튼튼해서 군대에 간 것일까? 국민의 의무를 공평하게 이행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고위직을 향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은 군 미필자가 국가지도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고위공직자 승진이나 선출직 진출에 병역 이행 여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두자는 적극적인 주장도 있다. 아울러 징병제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모병제나 대체복무제 같은 제도적 개선에도 힘을 보태야 할 때이다.


반칙 없는 사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향하여

9월 1일, 아들이 군대에 입대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인데도 입대를 선택했다. 군 복무를 피할 방법이 있었는데도, 아들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군 입대를 결정했다. 자랑스럽다. 입대하여 단체 생활을 배우고 국가에 대한 생각을 더욱 바르게 정립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바람이다. 분명 잘 해내리라 믿는다.


나 또한 1986년에 ROTC 장교로 입대하여 28개월간 복무했다. 군 생활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직장 생활을 잘 마치고 은퇴했다. 당시 길러진 기초 체력으로 지금도 마라톤을 한다. 군에서 얻은 유형, 무형의 자산이 삶의 버팀목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나는 무조건 군대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남자는 군대에 다녀와야 사람 된다', '책임감과 애국심을 배운다'는 이분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군을 다녀오지 않았다고 해서, 징병제가 없는 나라의 국민이라고 해서 책임감이나 애국심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사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보루가 어머니들의 힘에 있다고 믿는다. 자녀들의 교육에 헌신했던 것처럼, 군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주기를 호소한다. 우리 자녀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데, 특권층의 자녀만 혜택을 본다면 얼마나 불공정하겠는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들을 낙선시켜 주십시오. 미필 고위공직자 임명 시 적극적으로 비판해 주십시오." 이것이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다. 물질적인 성취는 어느 정도 이뤘다. 이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실천해야 할 때다. 반칙이 없는 공정한 사회, 정정당당한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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