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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지속 가능한 지역순환경제로 확장해야

하상용| |댓글 0 | 조회수 110

< 남원사랑상품권(좌), 의성사랑상품권(우) > 


최근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가 발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8%가 소비쿠폰 지급 이후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소상공인이 소비쿠폰의 긍정적 효과를 체감한 것이다. 이는 소비쿠폰이 단순한 가계 지원을 넘어, 지역 상권을 살리는 실질적 정책 수단임을 보여준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소비 쿠폰을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글에서는 그 가능성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내외에는 이미 다양한 지역화폐 모델이 존재한다. 일본 마츠모토시는 주민과 상인이 함께 운영하는 지역화폐를 도입해,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공동체 결속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전북 남원의 ‘남원사랑상품권’과 경북 의성의 ‘의성사랑’ 화폐는 공공이 주도하여 사용처를 철저히 지역 안으로 제한해, 발행액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경제 파급효과를 거뒀다. 대전의 디지털 지역화폐 ‘대전코인’은 모바일 기반 결제를 도입해 사용 편의성과 소비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역 특성에 맞춘 설계, 지속가능한 시스템, 주민 참여 확대다. 


우리 지역의 소비쿠폰 역시 이러한 강점을 흡수해 발전시킬 수 있다. 


핵심은 사용처의 전략적 설계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외부 본사로 매출이 유출되는 구조를 최소화하고, 전통시장· 동네 슈퍼· 지역특산품 판매점· 사회적기업 등 지역 고유의 가치를 지닌 업종을 중심으로 사용처를 한정해야 한다. 소비 한 번이 곧 이웃의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 내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쿠폰을 지역화폐와 연계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일회성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잔액을 지역화폐로 전환해 일정 기간 내 재사용하게 하면, 돈이 지역 안에서 여러 차례 순환한다. 예컨대 쿠폰으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 뒤 남은 금액을 지역화폐로 받아 동네 식당이나 카페에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보상 시스템도 필요하다. 환경정화, 마을 행사, 돌봄 활동 등에 지역화폐를 지급하면, ‘기여-보상-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는 공동체 활성화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이다. 여기에 소비 패턴과 업종별 매출 변화를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정책 피드백을 더하면, 정책의 정밀성과 효율성이 한층 높아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소비쿠폰은 단순히 가계에 도움을 주는 혜택이 아니다. 내가 쓰는 돈이 곧 우리 마을을 지키는 행동이라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쿠폰은 우리 동네에서”라는 간단한 구호를 생활 속 캠페인으로 확산시킬 때, 소비쿠폰은 지역 순환 경제의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소비쿠폰 발행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지역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의 장치다. 행정은 제도와 시스템을 준비하고, 시민은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할 때 비로소 소비쿠폰은 마을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진정한 경제 엔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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