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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Vino No Camino

이당금| |댓글 0 | 조회수 207


 


와인 없으면 까미노 없다! 

Vino는 스페인어로 와인을 뜻한다. 

까미노 길에서는 와인을 아니 마시고는 못 배긴다이,

와인을 안 마시고 걷는 까미노는 무슨 의미야아? 

와인 마시러 까미노를 걷는다아, 

까미노의 완성은 와인이다 등등 제각각의 해석이 재밌다.

그만큼 까미노를 걷는 데 있어 와인은 빼놓을 수 없다. 


< 사진 출처 : 블러그 그짓말쟁이 사진 퍼옴 >


까미노 초반 코스에는 이라체 와인공장 BODEGAS IRACH 있다. 

‘보데가’는 일종의 포도농장이라는 뜻인데. 이곳은 수도원에서 운영한다.

목마른 순례객들에게 목을 축일 수 있도록 무료로 와인을 제공하다 보니 와인수도꼭지

앞에는 순례객이 줄지어 서 있다. 

나도 한 줄 끼어 섰다. 

앞사람이 와인을 쪼르르 내릴 때 내 목젖이 꿀꺽꿀꺽 침을 삼켰다. 

와인 꼭지를 돌리니 내 목젖이 서운할 정도로 찔끔찔끔 나온다. 

작은 생수병에라도 담아볼 요량이었는데 시음용 컵 한잔으로 만족해야 했다. 

뒤에 사람 눈치도 보이고--;;;


크크크,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의 순례객들이 텀블러등을 들고 있긴 하지만 다 채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수도꼭지로 만든 것 자체가 순례객들에게 ‘한 모금으로 축복받아 천천히 걸으시오!’ 와인 수도꼭지에서 맘대로 마실 수 있다는 소문에 잔뜩 기대를 하긴 했지만 포도농장에서 마시는 이 정도의 양이라도 와인은 그냥 꿀 맛이지 않은가! Enough!


까미노를 걷기 전 와인 마시는 일이 흔하지 않았다. 

와인은 뭐랄까, 돈 많은 선배나 누군가가 술 한잔 사줄게 하면서 바에서 와인 주문을 하지 않는 이상 마시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그래서 격식 있는 자리나 뭐 있는 사람들끼리 마시는 주류라고 여겼던 와인을! 세상에 날이면 날마다 마시게 될줄이야!   


 


첫날부터 자연스럽게 4명의 팀이 되어버린 프란시스코, 사이몬, 델리아, 나는 숙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샤워를 하고는 자연스럽게 마트를 향했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식재료를 골라 담아 넣는다. 알베르게에서 우린 각자의 식재료를 요리해서 먹는다. 그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와인이다. 와인 코너에 수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2+1 , 1+1, 3유로, 5유로등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십유로 이상 되는 와인들도 있지만 우리 멤버들은 저렴한 금액의 와인을 장바구에 담았다. 솔직히 그때까지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내가 그러니까 경험상 바에서 십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의 와인들만 마셔봤던 내가 엇, 오천원에서 만원도 안되는 금액의 와인을 마신단 말이야?라고 놀랬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스럽게 집어넣었다. 그러고 보니 마치 우리나라 막걸리나 소주처럼 서민들이 애용하는 정도의 수준의 가격이었다. 그게 뭐 얼마나 맛있겠어? 했는데 헐~ 이렇게 맛있다고 와인이? 



자주 마시는 기회가 없었던 탓에 두세명이 두병 정도 마시면 그다음 날은 늘 두통으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던 경험이 있었다. 우리 팀 네명은 처음엔 세병을 샀다. 내가 잘 못마신다고 했거든. 그런데 막상 마실 때 보면 내가 제일 많이 잘 마시는 거 아닌가!

그다음부터는 1인 1병씩 네병을 사서 마셨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 따위는 이 순간에 없었다! 산티아고 걷는 내내 와인은 나의 동반자였다. 아침을 제외하고는 점심, 휴식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늘 와인을 마셨다. No Vino, No Camino 라는 말은 나에게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어느 날은 델리아와 둘만 걷게 되었는데 그날 기분이 너무 좋았나봐

10월의 가을바람이, 푸른 하늘이, 낯선 공기가 모든 것이 다 완벽했어,

스넥이나 살까 들어갔던 구멍가게에 들어갔는데 그 작은 상점에서 와인이 있지 않겠어!

보자마자 델리아와 눈이 마주쳤지. 

오케이? 

오케이!

우린 와인 한 병을 샀지,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코르크를 따서 한 모금씩 나눠 마셨지

인심 좋은 주인아줌마가 빙그레 웃더라. 

Buen Camino!

구멍가게를 나오면서 주거니 받거니 나발을 불면서 길을 걸었지

까르르르 깔깔깔 떼구루르를 이유도 없이 웃음이 났어 눈물이 나도록!

옥수수밭 사잇길로 들어가서 춤을 췄어.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야? 이렇게 행복할 수 있었던 거야?

한 병을 다 마시도록 나는 없었어 그냥 그렇게 그 순간에만 있었던 거야. 

우린 옥수수밭에 배낭을 내려놓고 그대로 누워버렸어. 

두 팔을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올려다본 하늘이 그렇게 파랄 수가 없었어. 

잠시 눈이 마주친 델리아와 나는 까무룩 그대로 잠이 들었지 뭐야. 

부드러운 바람이 내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었어. 

당금, Buen Camino!

마치, 부드러운 엄마의 품속에서 엄마 젖을 물고 잠이 든 아이 같았어. 

달큰한 젖 내음이 나서 엄마의 뭉클한 젖을 움켜쥐고 힘껏 젖을 빨았어. 

빈곤했던 영혼이, 메말랐던 마음이, 위로받고 싶었던 심장이, 안기고 싶었던 육신이

충만해진 느낌이었어! 잠시 속울음을 울었나 봐!

델리아가 깨우더라!

괜찮아 당금?

응. 응. 괜찮아...괜찮아!

우린 잠시 껴안았어.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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