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광주 > 웹진 『플광24』 > Different is Beautiful!

웹진 『플광24』


Different is Beautiful!

이당금| |댓글 1 | 조회수 77

Just so you know, Different is Beautiful! 그거 알아, 다르다는 것이 중헌것을?



다들 부스럭거리는 새벽 시간에 삐그덕하는 침대에서 소심한 기지개를 켰다. 곧장 전날 눈찜했던 공간에 앉아 손바닥을 모아 호흡을 끌어모으고 정중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잘 걸어보자! 뜸에 불을 붙이고 수지침을 놓는다. 마치 순례자의 의식처럼 또는 매일 새벽 어머니가 장독대에 정화수를 올리고 자식들의 무탈함을 빌던 마음처럼, 이러한 행동은 나만의 경건한 정화 의식이 되었다. 단전, 중완, 족삼리 자리에 직구로 쌀알만 한 쑥뜸을 세 번씩 올리고 그 자리에 침을 꼽았다. 이 과정이 끝나면 화장실로 직행해서 요로요법을 시행한다. 듣기만 해도 으악~하겠지만, 사람이 죽을 만큼 힘들 때는 못 할 것이 없더라!  


2004년 인도 여행 이후 손등 주변에서 시작했던 백반증이 점점 범위를 넓혀가면서 얼굴로 침입하기 시작했다. 배우로서 이 또한 얼마나 스트레스이겠는가? 의료치료, 민간요법등 좋다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한번 시작한 백반증은 사라지기는커녕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 야금야금, 아주 느리지만 확실하게 나를 점령했다. 마치 물방울 치마를 입고 발랄하게 춤추는 달마시안처럼! 자가면역질환인 백반증은 스트레스가 주원인이 되는 경우가 시작의 원인이라고 의사들은 말했다. 


아, 그랬구나, 내 안의 나, 그리고 내 밖의 세계와 계속해서 부딪히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나를 잃고 있었다는 빼박 증거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구나. 그래서일까? 나는 스스로를 태우면서 나를 불살라서 살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다. 쯧쯧, 측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보다 뜨거운 쑥이 살갗에 닿을 때의 통증이 오히려 견딜 만했다. 그나마 위로였다면, 나의 우상 마이클 잭슨또한 백반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피부를 벗기고 백인으로 성형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나는 충분히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대중의 시선을 받고 사는 슈퍼스타라면 나라도 그리했을 것이다. 어쨌든 마이클 잭슨과 같은 질환이라는 것이 유일한 나의 사치스러운 이유가 되어주긴 했지만 마음으로나 외면적으로도 늘 불편했다. 무슨 수로든 자가면역질환을 소멸시킬 수만 있는 것이라면 지극정성의 오줌요법 쯤 일뿐이다~;;


한번은 내가 뜸을 뜨는 것을 본 Peregrino 순례자가 깜짝 놀라 물었다.  

Why are you burning your body? 

그러니까...몸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우물쭈물...괜히 민망해져 just....

그러게 내 몸을 왜 태울까?!



몸을 태우는 것을 안 보이게 하는 장소가 여의치 않을때는 어쩔 수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어쩌다 걷다 보니 우리 팀이라 부를 수 있는 일행들과 하루량의 걸음을 걷고 식사 후에 와인잔을 부딪쳤다. 햇살과 땀에 얽힌 먼지를 다 씻겨내듯 시원하다. 스페인人 두 명,  루마니아人 한 명, 나까지 네 명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자연스럽게 넌 왜 Camino를 걷고 있어?  


피레네를 넘은 다음날이었어. 

론세스바예스 무니치팔 성당에서 새벽 묵상을 올리고 어두운 새벽길을 나섰어.  이슬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제법 굵은 비가 쏟아지는 거야. 함께 걷던 일행들과 서둘러

가까운 바에서 커피 한잔과 빵을 먹고 우비를 덧씌워 가방을 메려고 끙끙대는데 첫날 피레네산맥을 넘을 때 내 등을 밀어주던 David 다비드가 어느새 다가와 가방을 훌쩍 올려주는 거야 그러더니 흠칫, 가방을 다시 내리는 거야. 다비드는 다시 한번 가방을 들어 올리는 듯하더니 토끼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는 거야. 


Wow, your bag weights a ton! 네 가방이 허벌나게 무겁네~ 

앞서가던 친구를 부르는 거야. 혹시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허겁지겁 달려온 친구가 내 가방을 들었어.   

Seriously, why is this so heavy? 머시가 이라고 무겁냐? 

흐미 이것들이 진짜~~  그러니까 거시기 머시기 말이여...이것은 나의 짐이여..똥 같은 짐... 

내가 살아오는 내내~~ 꽃으로 변하길 바라면서~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한 듯 말해부렀제. 


This is my whole life....그러니까...just... my painful life. do you understand?  

Hey guys, 너네들 것은 어떤디? 



덩치가 큰 유럽 남자의 등짝을 보니 신발주머니를 맨 것처럼 할랑할랑하드라. 그들 백팩 안에는 세면도구, 가벼운 여벌 옷이 전부였다. 그들이 내게 다시 배낭을 메어주면서 왜 이렇게 무겁게 다니냐. 이렇게 다니면 힘들다. 짐을 줄여라 뭐...진심 걱정하는 마음으로 충고를 해주더라. 나는 그랬지...


에...그러니까...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가 바로 이거야. 내가 그동안 짊어졌던 내 무거운 삶의 무게를 한 달여 걷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버릴 거야. 마치 헨젤과 그레텔이 빵조각을 떨어뜨리며 집으로 돌아가듯이 말이야~~ 으하하하하--


눈물이 났다. 내 삶의 무게가 이리도 무겁고 버거워지는 동안 어느 누구도 내게 돌덩이 같은 삶의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지라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해 준 사람이 있었을까?


양 손등을 그들에게 보여주면서 내 무거운 삶의 증거인 백반증이 나를 이 길로 이끌었어

라고 억울한 듯 얼룩덜룩한 손등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David는 위로의 말 대신 내게 질문했다.

아파? 

아니.

불치병이야? 

아니.

전염병이야?

아니. 

죽어?

아니.

근디 머시가 중한디~~  Exactly, You are just different! Different is beautiful~~^^


눈물이 왈칵, 뜨거운 감정이 파도가 이는 것처럼 휘몰아쳤다

길 위에서 난 이렇게 조금씩 위로받고 눈물짓고 서글픔을 뱉어내면서 울음을 참지 않았다.

울고 싶을 땐 울고, 노래하고 싶을 땐 노래하고, 춤추고 싶을 땐 춤을 추는 법을 걷는 동안 시나브로 배워나갔다. 부끄러운 부분을 직면하고,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에도 점점 익숙해졌다. 


Camino는 나의 진통제였다.

내 삶의 무게 어쩌고저쩌고 다 내가 지어낸 허구의 무게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냥 내려놓으면 되는 것을 그때 조금이나마 배웠다.  그날 이후 20여 킬로에 육박하는 내 백팩은 딜리버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벼운 것을! 5유로 정도를 지불하면 다음 동선으로 택배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짐덩이는 내가 맹글어서 댕기는 거였어~ 괜스레 인생의 무게 어쩌고저쩌고 그거 다 폼이었던거지~ 무거울땐 내려놓고 힘들 땐 소리 지르고 아플 땐 아프다고 말하고 지칠 땐 쉬면 되는 것을!!! 그때는 모르고 지금은 아는가? 




1 댓글
07.02 14:22  
등짐! 그러게요. 그걸 내려 놓는 일이 쉬운듯 어려워요. ㅠ ㅠ 지금 내가 내려 놓을 것은 무엇인가? 살피다가도 결국은 휘청휘청 지고 가드라는 어리석음! 반성도 되는 . .


카카오톡 채널 채팅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