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현의 로컬푸드 탐방기 6] 장성의 무한한 가능성,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다
장성의 무한한 가능성,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을 만나다
전남 장성군 진원면 산정리 284-9
장성군로컬푸드직매장
도시 근교의 시골이란 도무지 어떤 것이 있고 어떤 것이 없을지 알 수가 없다. 아마 도시와 시골 그사이의 어중간함에서 정의를 내리긴 어려운 지역이라 그럴까? 특히 담양, 장성 등 광주와 출퇴근 거리에 있는 근교일수록 이렇다 할 마트나 어떤 편의시설의 여부를 알 수가 없다. 도시와 가깝지만 아직 거주하는 사람의 나이대가 고령층이 많고, 데이터화되지 않은 날것의 정보들이 위주다. 광주 10분 거리, 출퇴근권인데 생생한 로컬푸드들이 존재하는 신비한 곳이라 그 편의성과 화재성을 모두 충족시킨다. 그래서 나는 근교 나들이가 언제나 신난다.
지난 연재 때 소개한 옐로우푸드 장성로컬푸드 직매장이 광산구와 장성군의 합작으로 만들어져 첨단을 타겟으로 한다면, 이곳 “장성군로컬푸드직매장” 역시 근교 거주민과 나들이 겸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타겟으로 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진원면에 위치했는데 ‘남면농협’이 운영한다는 점이랄까? 장성의 풍부한 농산물과 하나로마트 특유의 물류, 그리고 샵인샵들이 어우러진 장성군로컬푸드 직매장으로 함께 떠나자!!
장성군로컬푸드직매장에서 만난 장성의 푸드 팩토리, 식품가공업!이곳 장성군로컬푸드직매장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나는 “식품 가공업의 메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두부, 묵, 쌀과자, 김치, 장, 건나물, 양조제품, 곶감, 청, 진액, 빵, 즙 이 모든 것이 제조 설비를 갖추고 한 고장에서 생산되다니?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점은 이 로컬푸드 매장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하겠다.
전라도의 손맛이 제품으로, 가공식품의 천국
물산이 풍부한 전라도는 재료가 남아돌아 이것저것 다 해 먹어야 철이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열무 하나를 따도 보드라운 상태로 연한 나물을 먹고, 푸릇하면 구수한 된장을 곁들인 열무쌈, 이제 수확량이 더 많아지면 빨간 열무김치, 물김치를 담궈 고소한 참기름을 뿌린 열무 비빔밥, 여름을 달래줄 열무국수를 해 먹어야 한다. 어지간한 채소들이 다 그렇다. 김치는 왜 그리 다양하게 담아야 하는지 그리고도 남으면 장아찌, 시래기, 건나물로 탄생하는 일종의 ‘루틴’을 거쳐야 한다. 솜씨 좋은 어머니들은 마을에서 모여 새로운 노동 공동체를 만들어 먹거리를 공유하고 레시피를 발전시켜 간다. 그런 노력에서 비롯된 건지 마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풍부하고, 농공단지를 위주로 전국 단위 유통에 성공한 제품들도 보인다. 어린이용 쌀과자, 생두부, 각종 농산물 저장식품(청, 장, 액)들이 아주 세련된 디자인으로 저렴한 가격에 나와있다. 종전에 다양한 떡들이 장성에서 대부분 제조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떡은 물론 빵까지 대량 공정에 성공해서 성공적인 판매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날것의 전라도가 아닌 무언가 세련되게 만들어진 전라도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한 번쯤 와서 여러 제품들을 살펴봐도 좋겠다. ‘이게 장성에서 난다고?’ 싶은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쌀과자, 두부, 청, 장까지
이런건 어디서 사더라? 쉽게 대답하기 힘든 건조 나물들과 약재들, 특히 건치자, 건뽕잎, 그리고 곶감까지 기본적인 건조식품들이 풍부하다.
광주 기반 로컬푸드를 다룰 때는 소개하지 않았는데, 지역농협 기반이다 보니 지역 양조장의 고유한 술을 접할 수 있는 것도 로컬푸드의 매력이다. 이곳 매장에는 황룡면에서 나오는 축령산막걸리와 다양한 약주들이 구비되어 있다.
로컬푸드매장의 6월은 참 풍요롭다. 과일의 가격이 싸지고 양도 풍부해진다. 토마토, 양배추, 메론, 양파, 오디, 수박이 함께 나올 철에 특수 작물인 레몬도 보인다. 장성군이 요즘 홍보하고 있는 장성 안평쌀과 산소미는 품질 좋은 단일 품종 쌀이다. 찰지고 윤기나는 쌀을 접할 수 있으니 할인할 때 사보면 좋다.
수산에 진심인 사람들, 수산 코너는 꼭!
농협 매장들에 입점해 있는 수산코너는 산지가 아닌 이상 공급 업체를 통해서 유통망을 구축하여 같은 하나로 매장이라도 한 블록 차이로 구색이 다를 때가 많다. 장성이라고 해서 생선의 불모지로 생각하고 간다면 오산. 장성군로컬푸드 직매장은 생선에 있어서 전문성과 함께 자신감이 느껴지는 수산코너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게 로컬매장답게 산지가 표시된 물품이 대부분이었다. ‘목포 먹갈치’. ‘제주 은갈치’ ‘지도 병어’가 준비되어 있고, 횟감 오징어, 갑오징어들이 가득하고 잘 썰린 회들이 적당한 양으로 구비되어 있다. 특히 전복같은 경우 마트들이 대부분 가격만 적어놓을 때가 많은데 이곳은 1kg에 몇 마리가 들어가는지 표준 사이즈를 적어놔서 쉽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쉽게 연결한다는 지점에서 전문성이 느껴졌다. 전라도 밥상을 채울 수 있는 조기, 아구, 참돔, 칠게, 돌게부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참다랑어까지 냉동으로 부위별로 구비되어 있으니 시간이 나면 꼭 들려보시라.
나가며
광주와 가까운 것이 때로는 장성을 발전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근교 도시에 비해서 특색있는 시도들이 있긴 했지만, 마케팅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맛집, 관광지, 특산품으로도 아직 이렇다 할 것을 떠올리진 못하지만 이번 로컬푸드직매장을 가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식품에 있어서는 장성군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낀 탐방이었다. 세련된 식품가공업부터 잘 정리된 농수산물까지,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패키징, 소개, 정리가 더 돋보였다. 근교 나들이를 가신다면 들러 주변 맛집을 찾아보신 후 드라이브 삼아 장을 보고 오셔도 좋을 것 같다.
종종 로컬푸드 마켓을 소개할 때마다 아이템이 얼마나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전라도의 십 분의 일도 소개하지! 못했다. 지역 소멸을 이야기할 때, 로컬푸드야말로 다시 주목하고 발견해 나가야할 우리의 소중한 자원임에 틀림없다. 다음 탐방도 기대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