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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 1894년 동학농민군이 던졌던 질문

임해리| |댓글 0 | 조회수 105

2025년, 오늘의 대한민국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시민들이 광장을 채우고 눈이 쏟아지는 거리의 길바닥에 앉아 대통령의 책임을 물으며 탄핵을 외쳤다. 왜 시민들은 생업을 팽개치고 주말마다 거리로 뛰쳐나가야만 했을까.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은 구시대의 유물인 계엄을 선포하였으나 결국 국민의 저항으로 실패로 끝났다. 


2025년 4월 4일,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내란수괴범의 죄목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여러 정황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1894년 봄, 전라도 고부에서 시작된 농민 봉기가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에는‘사람이 하늘이다’라는 동학사상이 있었고, 부패한 조선의 정치 구조와 사회적 모순을 개혁하기 위한 폐정개혁안 14개 조를 발표했다.



이들이 제시한 14개의 폐정개혁안은 민중의 고통을 반영하고 새로운 사회 질서를 세우자는 19세기 조선 민중의 선언문으로‘정책 어젠다’이자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피맺힌 절규였다. 그 내용 중에는 21세기 현재에도 유효한 조항들이 있었다. 


14개조의 첫 번째가 ‘탐관오리는 그 죄상을 조사해 엄벌에 처할 것’이었다. 그만큼 당시에 가장 절실했던 문제였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고위직 공무원과 검찰, 사법부가 부패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2항은 ‘횡포한 부호를 엄징할 것’이라고 요구하였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재벌 기업의 무단 행위를 지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불량한 유림과 양반의 무리를 징벌할 것’이라는 조항은 현재 교육계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하고 불의한 행태와 비교할 수 있다.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사람을 평등하게 할 것’이라는 조항은 오늘날 학벌이나 직업, 재산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명잡세는 일체 거두지 말 것’이라는 조항은 조세법과 관련된 내용이다.


그리고 ‘관리 채용은 지벌을 타파하고 인재를 등용할 것’이라는 조항은 우리 사회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특정 대학 출신이나 특정 지역의 인물을 등용한 결과 결국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해서 정치, 경제, 사법부 등지에서 좌지우지해온 것이 현실이었기 때문이다.‘왜와 통하는 자는 엄징할 것’이라는 요구는 오늘날 아직도 친일파들이 암약하며 대일외교 관계에서 국익에 반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들은 심지어 항일 열사들의 업적을 지우고 친일파를 미화하는 만행도 부끄러움 없이 저질렀다.


그리고 ‘성실한 농민에게 농사에 힘쓸 수 있도록 장려할 수 있게 하라’는 조항은 현재 농업 정책의 진흥을 위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동학 혁명농민군이 제시한 14개의 폐정개혁안은 근대적 정치 개혁 선언으로 평가되며 ‘백성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민중의 함성이었다.


13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현실은 과연 이 개혁안에서 발전되었는가. 권력의 사유화, 양극화, 부패와 불공정의 문제는 여전히 미결로 남아있다.

동학군이 남긴 14개의 폐정개혁안은 과거의 요구가 아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보내는,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국민은 여전히 둘러리인가?”

“우리는 지금, 제대로 개혁하고 있는가?”


130년 전의 ‘혁명’이 지금 우리에게 묻는다.

폐정개혁안 14조는 오늘을 움직이는 정치와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 문제이다.

말뿐인 개혁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개혁. 1894년, 동학농민군 그들의 선언은 지금의 우리에게 여전히 묻고 있다. 우리는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청산되지 않은 역사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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