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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위선자 타르튀프, 제21대 대통령 선거

정규석| |댓글 0 | 조회수 82

광주예술의전당에서 광주시립극단 제24회 정기 공연 ‘위선자 타르튀프’ 연극을 보았다. 위선자 타르튀프는 프랑스 3대 고전주의 극작가인 몰리에르가 1664년 발표한 희극이다. 프랑스의 연극 제목은 ‘Le Tartuffe ou L'imposteur(사기꾼 타르튀프)’로, 베르사유 축제에서 처음 무대를 열었다. 


 


타르튀프는 지금도 프랑스의 유명한 연극 중 하나다. 그러나 초연 후 이어지는 연극 공연은 순탄하지 않았다. 감히 ‘종교’ 문제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공연이 전면 금지되었다가, 초연 이후 5년이 흘러서야 해금되었다. 


연극의 배경은 1660년대 프랑스 파리다. 『부유하고 명망이 높은 ‘오르공’은 하나님과 성경을 이야기하는 ‘타르튀프’를 진정한 성직자로 생각하고 맹신한다. 오르공은 타르튀프를 자기 집으로 들어와 살게 하면서 그의 말을 따른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타르튀프의 말을 믿으라고 강요한다. 타르튀프는 아르공의 신뢰를 이용해 주인인 양 행세한다. 그러나 집안 사람은 타르튀프의 과도한 통제에 불만이 쌓이고, 의심하며 따르지 않으려 한다. 


 


오르공은 가족의 말보다 타르튀프 말만 믿으며 오히려 자신의 딸 ‘마리안’의 약혼을 파혼시켜 타르튀프와 결혼시키려 한다. 타르튀프에 맞서 하녀 ‘도린’은 오르공의 부인 ‘엘미르’와 함께 타르튀프의 거짓과 만행을 드러내기 위해 작전을 짠다. 오르공의 부인 엘미르는 남편에게 ‘타르튀프가 자신을 유혹하려 한다’라고 말하지만 남편 오르공은 믿지 않는다. 부인 엘미르는 남편 오르공이 책상 아래 숨어있게 하고 타르튀프를 기다린다. 책상 아래 숨어서 타르튀프가 자기 부인을 유혹하는 현장을 본 오르공은 마침내 자신의 믿음이 잘못되었으며 타르튀프가 위선자임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연극을 연출한 원광연씨는 ‘우리는 방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편향된 정보에 노출되면서 위선자들에게 쉽게 미혹당한다. 위선자에게 미혹 당하지 않으려면 소통 부재의 문제점과 원활한 소통 방법 및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연극을 보는 내내 탄핵당해서도 뉘우칠 줄 모르고 여전히 뻔뻔한 부부가 생각났다. 연극에서 타르튀프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호수 위의 달그림자를 쫓는 것 같다”라면서 자신의 위선을 오르공에게 숨기려 했다. 연극 전체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바로 이 대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을 속이려는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가장한다. 오히려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착각하게 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가상 세계에 살면서 거짓을 거짓이 아닌 진실이라 믿는다. 보고 듣는 다른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라고 눈치채도 자신만 모른 채 계속 거짓말을 한다. 결국 거짓말은 들통나고 자신이 최대 피해자가 된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사기꾼은 겉을 멋지게 꾸민다. 비싼 차를 타고 비싼 옷을 입는다. 말도 미사여구로 꾸민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속을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거짓보다 더 강하다. 세상 사람들은 사기꾼이 아는 것처럼 개돼지가 아니다. 오히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


연극의 제목 ‘위선자(僞善者, Hypocrite)’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겉으로는 선을 가장하지만, 실체를 알고 보면 악한 사람, 겉으로만 착한 체하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한 마디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다. 우리 주위에는 타르튀프가 많다. 21세기의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속이면서 내가 타르튀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타르튀프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내가 내 자신을 스스로 속인다. 


연극을 보면서 생각했다. 서로를 속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은 속임수의 무대‘라고 한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의 말처럼 세상에는 거짓이 가득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진실이 더 많다.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비가 오는 날보다 더 많듯이…. 서로 속이지 않고 진실로 대하는 세상을 바란다면, 편견을 버리고 서로 소통해야 한다. ‘나만 옳다’는 생각은 소통을 막는 벽이다. 


세상에 1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1만의 다른 생각이 있다.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 한때 선거에서 당선을 두고 다툰 경쟁자라 하여 죄악시하고 배척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 정치(政治)를 사전에서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를 다시 풀이하면 정치의 목적은 전체 시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으며, 그 방법으로는 서로 다른 이해와 주장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타협하고 양보하는 과정을 거칠 때 국가의 권력 행사가 정당화된다. 정치의 방점은 타협하고 양보하는 곳인데 있다. 승리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전쟁조차도 자신의 군대가 죽거나 다치는 손실을 본다. 세상에 완벽하게 100:0의 결과를 내는 전쟁과 협상은 없다. 정치는 더 그렇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만 옳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반국가 세력이라고 편을 가르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하려 하면 정치는 왜곡되고 민주주의는 사라진다. 


나와 다름을 찾아 편을 가르어 나누다 보면 점점 세분하여 나누게 되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결국 자신은 소수로 전락하고 패배자가 된다. 독선을 고집하는 사람 곁에는 감언이설로 아부하는 사람만 넘친다. 공부를 많이 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며 비위를 맞추는 사람으로 변한다. 배운 것을 사회가 발전하는 공동의 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부귀영화만 위할 때, 사회가 멍들고 국가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피해는 가난하고 약한 사람부터 시작해 대상을 넓혀간다. 


지난 3년은 물리적인 3년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는 3년이었다. 호롱불조차도 아끼기 위해 심지를 낮추던 옛 선조가 보면 기막혀할 세월이었다. 정전되어야 켜던 촛불을 시민은 수시로 들어야 했다. 눈과 비가 와도, 겨울 찬바람이 불어도 거리에 나서야 했다.


훗날 세종대왕이 된 충녕은 왕이 되고서 맨 처음 한 말이 ‘의논하자’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관리를 임명하는 일까지도 신하들과 의논할 것’이라고 했다. 항우장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이 센 초나라의 항우는 ‘하여!(何如)’라고 말하며 부하에게 의견을 구하기보다 자신의 뛰어난 힘과 지략을 내세웠다. 이에 반해 한나라의 유방은 ‘여하?(如何)’라고 말하며 부하에게 의견을 물었다. 역사에서 세종대왕은 백성을 사랑한 가장 뛰어난 성군(聖君)이었으며, 초나라는 패하고 한나라가 승리했다. 한 사람의 지혜보다 열 사람의 지혜가 더 뛰어난 사례는 역사에서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 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다가온다. 21대 대통령은 혼자 말하기를 즐기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즐겨 들으며, 강자와 부자보다는 약자와 가난한 사람 편에 섰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함께 일할 사람도 잘 구별하는 혜안을 가졌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되어도 오만하지 않고 겸손했으면 좋겠다. 선거와 골프는 머리를 들면 진다고 한다. 이번 대선이 끝나도 선거는 계속 이어진다. 


앞으로는 시민이 직장과 집에서 일하고 쉬며 자신의 삶을 편히 누렸으면 좋겠다. 시민이 거리에 나서는 일이 더는 없도록 머리를 수그리고 낮은 곳에 귀를 기울이는 대통령과 정부를 기대한다. 거짓으로 꾸미는 정치인에 속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현명해야 한다. 다양한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다. 기권도 의사표시라는 말은 자기기만이며 허구다. 투표는 시민에게 주어지는 권리이자 의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 투표해야 한다. 투표하지 않으면 최악이 우리를 이끌게 된다. 지난 3년처럼 최악의 시기를 또 겪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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