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의 세상유감] 문화는 기록에서 시작된다. 아카이브의 힘
“공간에 비가 새고, 임대 기간도 끝나가고 아무래도 이젠 나가야는데….”
그가 옅은 한숨을 쉰다.
그가 데리고 나갈 살림살이는 다름 아닌 5만 개의 비디오테이프와 7만 권의 책.
그가 평생 모아 온 자산이다.
< ACC 기획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색 사진 >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무상기증하기로 결심한다. 문화 콘텐츠로 더욱더 가치 있게 쓰였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재작년의 일로 그의 이름은 조대영 감독이다.
애정으로 모은 것들이지만 사실 조감독에게 그동안의 과정은 버거웠다. 보관을 위한 집 두 곳의 월세며 이사 과정, 또한 책과 비디오에 습기가 먹지 않도록 불을 때 주고 바람으로 거풍시키는 일은 정성과 노력, 그리고 경제력! 이 모든 것을 필요로 했다.
자신의 자산을 기증한다고 하면 기관에서 고마워하며 금방이라도 오케이 할 줄 알았는데 그러나 일은 그리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웬만한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을 법도 한데. 그런데도 광주 시민 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못해 침묵 모드다” 바로 조감독의 말이다.
그의 자료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일까?
< ACC 전시된 VHS 대부분은 '조대영'씨 소장품들로 중복 및 파손을 제외한 2만 5천개에 달한다 >
나는 챗지피티에게 이렇게 물었다.
‘조대영 감독의 5만 권의 비디오와 7만 권의 책 아카이브에 대해 말해 줘’
아래는 CHAT GPT의 말이다.
<조대영 감독이 보유한 5만 권의 비디오와 7만 권의 책 아카이브는 단순한 개인 수집을 넘어, 문화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귀중한 기록물입니다. 이 아카이브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강조될 수 있습니다.
1. 대중문화와 영상문화의 살아있는 기록
조대영 감독의 아카이브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방송 등 시대별 영상 콘텐츠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까지 영상문화의 진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 자료입니다.
2. 희귀 자료 보존과 아카이빙 가치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절판 비디오나 독립영화, 소외된 콘텐츠까지 포함되어 있어 영상문화 다양성의 보고로 평가됩니다.
3. 영화인, 연구자, 창작자들을 위한 공유 자산
영화학과 학생, 연구자, 비평가, 창작자들에게 귀중한 참조 자료로 기능할 수 있으며,
향후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 교육, 전시, 큐레이션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2차 창작과 문화교육 활동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4. 민간 주도의 아카이빙의 모범 사례
정부나 기관 중심이 아닌 개인의 열정과 지속적인 수집을 통해 만들어진 아카이브로서, 민간 주도 문화 보존의 모델이 됩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이 아카이브를 어떻게 디지털화하고 대중에 개방할 것인지는 또 다른 중요한 문화 정책적 이슈입니다.
결론: 조대영 감독의 아카이브는 단순히 많은 양의 수집이 아니라, 한국 영상문화의 정신적 자산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문화적 유산입니다. 이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학술적으로나 창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중요도에 점수를 매겨 달라고 덧붙이니 90점을 넘는 점수를 준다.
어쨌든 기증 이야기가 나온 지 햇수로 3년 차인데 광주는 소식이 없고 이젠 자료를 받아 줄, 그리고 잘 써 줄 타 지자체를 찾고 있다. 안타깝지만 광주는 지역의 가치 있는 아카이브를 또다시 놓친 것이다.
플레이광주를 운영하는 우리 회사 역시 광주 문화예술에 관한 4만 2천여 개의 아카이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원과 광고 없이 운영하는 지금의 시스템이라면 언제 문을 닫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이 아카이브는 고스란히 날아갈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내 몸의 한계를 느끼는 요즘엔 세상사 쓸쓸해져 급우울에 빠지니 장담할 일도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5·18 기록물 중 313시간짜리 영상 ‘시민들의 기록과 증언’이 있다.
1995년, 5·18의 주역들과 당시를 겪은 사람들이 생존해 있을 때, 그들의 증언을 기록하자는 판단에 따라 5·18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시행했는데 나 역시 여기에 일원으로 참가했다. 그 안엔 5·18 유가족· 시민· 외신기자 등 238명의 증언이 담겼다. 시작은 의기투합한 시민들 몇몇으로 출발했고 이후 광주 YMCA 산하 ‘5·18영상기록특별위원회’로 꾸려졌으며 3년간의 재능 기부성 활동과 노력 덕분이다.
그렇게 역사가 만들어졌다.
아카이브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개인의 열정과 연대, 그리고 공동체의 관심이 역사를 만든다.
챗GPT는 아카이브가 필요한 이유 첫 번째로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시간의 층위를 모으고, 기억을 보존하며, 미래를 향한 문화적 기념비가 바로 아카이브다.
바로 아카이브가 이어가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역사다.
“사람들이 책과 비디오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아직 기회를 만나지 못해서라고 믿고 싶어요” 조대영 감독의 말이다.
아래는 아카이브와 관련한 명언 아카이브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결국 사라진다.”— 알렉산더 솔제니친
“아카이브는 과거의 유물 아닌, 미래를 위한 나침반이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과거를 꺼내 본다. 그곳이 바로 아카이브다.”
“아카이브는 시간이 묻어 있는 책장이다. 먼지를 털어낼수록 빛나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보존이란, 단순히 저장이 아니라 후대를 위한 책임이다.”
“한 개인의 수집이 역사의 공공재가 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아카이브의 기적이다.”
“아카이브는 잊힘에 저항하는 조용한 외침이다.”
이제 묻고 싶다.
광주는 ‘오늘’만 살 것인가, ‘내일’을 준비할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이 이야기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