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삶의 여행길이 늘 행운하길! Buen Camino, Peregrinos (2)
“생장피데포르, 산티아고 순례길, 그 당시 나는 세상에는 비밀과 신비한 길들이 숨어 있고 대부분의 인간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것들을 이해하고 주관하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영적 탐색을 하고 있었다...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믿는 것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깨달음이었다_소설 순례자 중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서 폭풍 검색했다. 생장피데포르? 산티아고 순례길? 뭔데?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순례길을 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고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프랑스행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배낭과 등산화를 구입하기로 했다. “최근 일곱 달 동안 여행을 가나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밤낮으로 고민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한 일이 사실상 거의 없음을 상기시켜 주기엔 그걸로 충분했다.
아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출국 날짜가 찍혀있는 두 장의 비행기표를 내게 내밀었다_소설 순례자중에서” 덜컥 비싼 돈을 저질러서라도, 파울로 코엘료의 머뭇거림을 떼밀어주는 아내가 없는 내가 그렇게 해야만 어쩔 수 없이라도 그 순례자 길에 들어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비로소 비밀, 신비한, 금지. 영적 탐색, 길, Saint-Jean-Pied-de-Port, 산티아고 순례길 등의 단어들이 출렁임을 느낀다. 어쩌면 이 출렁임은 파울로 코엘료 소설 순례자를 알기 전, 소설 브리다를 먼저 읽을 때 시작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법을 배우고 싶어요‘ 소설은 주인공 브리다가 마법을 배우고 싶다며 대뜸 마법사에게 들이댄다. 마법사는 그 순간 브리다가 소울메이트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한눈에 반한다라는 말이겠지) 자신의 마법을 전수하면서 브리다가 영적인 진리를 찾게되는 과정을 돕는다. 순례자 이후 쓰여진 소설이지만 난 브리다를 먼저 읽었다. 아, 나도 마법을 배우고 사랑을 알고 싶다는 울렁거림이 있었는데 안식년 기간 내내 갈구했던 에너지가 비밀스럽게 일어나면서 운명처럼 순례자를 만났으니 어찌 떠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신의 계시임이 분명하잖아.
내 사연과 사정을 안 순녀, 안식년을 결정하고 첫 기웃거린 것이 에미서리 영성 공동체다. 막막했던 삶에 전환점이 필요한 여행이 필요할 때 제주도로 날아왔다. 4박5일 영성 수련은 막혔던 숨을 밭아낼 수 있었다. 한방을 썼던 룸메이트는 수녀님과 순녀님이었다. 이름이 비슷하지만 한 사람은 진짜 수녀이고 한 사람은 이름이 순녀였다. 수녀님은 더 깊은 영적 체험을, 순녀님은 몇 번 경험한 영성 수련으로 과정의 마지막 단계를 진행하는 중이었고, 나는 처음이었다. 사실 이런 류의 수련이니 어쩌고 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었던 터라 영성 수련보다는 제주도에 있는 조이빌 리조트라는 조건이 내게는 좀 더 끌림이었다 할까!
그것은 마치 조이빌 리조트라는 장소가 2012년 인도 오쇼 메디테이션 센타 또는 오쇼 리조트라 불리우던 곳에서 영성을 경험하면서 내게로 온 화두가 JOY, 미친 듯이 춤을 추는 과정에서 ENJOY 라는 단어가 꺼어꺽 올라오는 울음 속에서 토해지면서 펑펑 울었던 경험의 달콤함과 생경함의 묘한 끌림이었기도 했다.
제주도 바람과 바다가 주는 습한 에너지 때문인지 또 한 번 배꼽 숨을 뱉어내게 하면서 서로 끌어안았고 마침내는 큰 울음을 토해내면서 비밀스러웠던 나만의 비밀 역사를 공개했다는 민망함이 있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오랫동안 숨어 있던 나를 끄집어냈다. 꽁꽁 숨어 있던 어린아이는 위로와 공감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차마 꺼내지 못했던 마음을 꺼낸 덕분에 우리는 좀 더 가까워졌고 그녀는 기꺼이 선물을 했다. 50리터 배낭을, 등산화는 여동생이 제법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사주었다 잘 다녀오라는 선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코스, 준비물,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어떤 준비 마음이 필요한가? 파울로 코엘료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인도하는 ‘페트루스’가 있었지만 난 혼자 해야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800km 여정. 폭풍 검색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안내한다는 정모를 신청했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모였다. 종교인이세요? 아닌데요. 그럼 왜? 그냥...아, 그냥?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목적은 사람마다 달라요, 영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삶의 전환점에서, 몸과 마음의 치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남, 도전과 성취, 예술적 창조적 영감등 다양한 이유들이 시작점이지만 걷다 보면 이유가 더해지는 길이라는 것을 걸으면서 걷고 나면 알게 되더라구요. 꼼꼼히 잘 준비해서 다녀 오세요. 삶의 의미가 달라지실 거예요. 모임에서 얻은 정보를 준비하면서도 피레네산맥을 넘어서 카미노 데 콤포스텔라까지 과연 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두려움 반, 설레임 반, 기대 반, 자신감 반등이 적절이 섞여 또 다른 희열이 교차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대부분의 이슈는 무리 없이 완주하는 것이었지만 나름 걷는 건 부담이 덜 했다.
이미 칠 개 월차에 접어든 명상, 108배, 쑥뜸, 수지침 공부, 크고 작은 등산력 게다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깨끗한 정신력까지! 어쩌면 순례자가 되기 적정한 과정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걷는 건 나름 자신 있었다.
하지만 혼자! 혼자 걸으신다고요? 나를 쳐다보며 걱정이 섞인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긴 난 그때 마흔일곱 살, 소위 우리나라에서는 중년 여인이 아니던가! 2~30대 젊은 여성도 아닌 오십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아줌마께서 말이야! 헛,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길을 나서기로 마음먹었으니 못 먹어도 고! 고! 고! (내 이럴 줄 알았거든!) 서울 한성대 성곽 부근에 사는 아는 동생 집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마지막 훈련에 임했다.
낙산공원, 한양도성, 북악산, 청와대 등을 코스를 오르락내리락했다.
배낭을 매고 사전 연습까지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는 할 수 있다를 반복하며 서울 순례길이 정겨워질 무렵 마침내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날아갔다.
생전 처음 방문한 프랑스 파리, 예술과 패션의 도시 그야말로 파리지엥을 경험할 수 있는 3박4일 일정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으로 결정했다. 한국 민박은 프랑스길을 선택하는 순례자들이의 경험담을 배울 수 있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도 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곧바로 파리 시내로 향했다. 파리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애플파이와 크로와상 그리고 커피를 퐁네프 다리 야외 카페에서 먹는 것이었다.
줄리엣 비노쉬와 드니 라방 주연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의 지독한 사랑은 충격이었다
실제로는 만 영화 속 다리는 세트였다고 하는데 어쨌든 프랑스를 가게 된다면 꼭 와보리라 했던 퐁네프 다리를 걸어 노트르담 성당 앞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저물어 간다.
아! 지독히도 외로웠던 순간들이 붉게 저물어가는 노을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구나!
붉은 태양이 사위어가는 파리의 늦은 오후, 파괴적이도록 뜨거운 사랑이 머물렀던 그곳.
그렇게 고독한 순례자의 … 사랑이 시작된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