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현 로컬마켓 탐방기] 장성 옐로우시티로컬푸드직매장
들어가며, 소비의 선택지
지난 대선 때 광주광역시를 강타했던 건 뜻밖에도 ‘복합쇼핑몰’이었다. 이게 과연 이슈가 될 일인가? 하지만 이 이슈 역시 어찌 보면 ‘너희 동네에 이거 있니?’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시작되었으리라. 처음 사람들이 원했던 건 그 질문에서 늘 말문이 막히게 했던 호남지역에만 없는 대형쇼핑몰(C사)였던 것 같은데? 아무튼 공약 반영인지, 투자유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난 복합쇼핑몰들이 연달아 입점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내게 하나의 의문이 들었다. 광주·전남에서 소비의 선택지가 얼마나 좁기에 저게 이슈가 되나? 대선부터 지방선거까지 공약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과연 맞나? 조금은 창피한 지점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광주는 과연 돈 쓸 곳이 없을까? 소비의 선택지가 획일화되는 시대, 과연 주차타워에 들어가서 즐기는 것만이 답일까? 정답은 없다. 시대가 개인이 모두 다르게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별거 아닌 질문에, 광주에서 소비의 선택지는 몇 개나 될까? 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이런 고민들에 대해서 어떤 기록을 남길까? 하다 생활에서 내가 하는 소비의 선택들, 흔적들을 기록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쇼핑 리스트, 방문 포인트들을 기록하며 함께 공유해보면 어떨까? 돌아오는 순서마다 새로운 곳을 찾고 소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플레이 광주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쪼록 응원을 부탁드린다.
로컬푸드 매장의 이단아? 옐로우시티 장성을 광주에서 만나다
광주·전남에서 2인 가구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의 선택지는 얼마나 될까? 물론 쿠*을 비롯한 온라인 구매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누구나 장을 보러 집을 나서는 순간은 비슷하다. 대형마트부터 동네 식자재마트, 작은 청과점, 정육점, 기타 특화 매장, 그리고 운이 좋다면 로컬푸드가 있다. 다른 마트들은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가까운 곳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있다는 것은 농촌이 가까운 도시의 특권이기도 하다. 워낙 반응이 좋다 보니 대부분 근교 농촌/군 단위 농협에 매장이 있거나, 교통이 좋은 한적한 곳에 새로 건물을 올리기도 한다. 당연히 00군 로컬푸드는 대부분 00군에 위치한다. 이것은 거의 공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곳은 좀 특별하다.
광주광역시 안에 장성군이 운영하는 ‘옐로우시티장성로컬푸드직매장’ 은 22년 6월에 개점했다. 광산구에 있는 장성 특산품 매장이라니, 팝업이나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광산구와 장성군의 농산물은 물론 이 농산물을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축산/수산/베이커리/미니샵/체험교실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과 첨단단지를 사이에 둔 광주에 위치한 장성군의 로컬푸드 직매장이라는 특수한 입지를 자랑한다. 이번주 이토록 특별한 로컬푸드의 성지 ‘옐로우시티장성로컬푸드직매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건물 외벽부터 장성군의 슬로건 “옐로우시티”의 정체성을 가득 담았다. 카트까지 옐로우를 담은 건 센스일려나? 크리스마스 빨간 리본까지 연말연시 느낌을 물씬 주고 있다.입구에는 평소에 팝업스토어들이 자주 서는 편인데 오늘은 폭설 후라 아직 실외엔 어떤 부스가 서지 않았다. 실내에서는 사과 특별전, 유기농 달걀 구독 부스 등을 운영하는 듯했다. 평소에는 갓 담은 김치, 양질의 천일염, 뻥튀기 등 주말마다 팝업 이벤트를 연다. 언제 열리는지 어떻게 아냐고? 회원으로 등록하면 문자를 통해 주 1회 친절히 알려준다. 주차 공간 역시 100여 대가 가능하며, 주차장은 특별한 시즌이나 주말이 아니면 한가한 편이다. 현재는 증축 공사 중이라 사진은 생략한다. 장성 뉴스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가 소유하고 있던 5257㎡ 규모의 부지를 업무협약을 통해 군의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하여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였고, 국,도,군비를 투입하여 완공했다고 한다. 2019년부터 농가 교육, 물류 시스템을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하고 농부에게 가는 소득구조를 만들었다고 한다. 넓고 쾌적한 매장과 주차환경이 쇼핑하는 사람의 마음을 벌써부터 즐겁게 한다.

장성 로컬에 오면 꼭 사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김치다. 일반적으로 첨단 프롬김치에서 납품하는데 알배기 배추김치, 포기김치, 오이소박이, 고들빼기, 섞박지 등 다양한 김치를 소분하여 판매하고 있는데 평이 좋다. 급한 손님이 오거나 생김치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들러 살 수 있다. 이벤트 존을 열 때는 장성 내 다양한 제조 농가가 참여하는 듯하다.
장성에서 길러낸 한우와 돼지 등을 만날 수 있는 정육 존이다. 지금 세일중이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 옆에는 돈가스를 직접 튀겨주는 부스, 닭강정, 오리 날개 튀김 부스 등이 함께 운영 중이다.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한 간편식은 언제나 반갑다.
농민들이 정성껏 갈무리한 데친 채소들은 마치 친정엄마가 손질해준 듯 말끔하다. 국산 손질 나물이 이 가격이라니! 그간 미뤄두었던 조림, 육개장 등을 끓일 기회다. 고사리, 시래기, 머윗대, 고구마순, 손질 호박, 또는 데친 종류와 삶은 종류, 불린 종류가 따로 진열되어 있으니 무조건 강추!
근교라 하우스 딸기가 많이 재배된다. 오늘은 500g 팩도 없다. 1kg씩 저렴하게 판매되고 품종별, 사이즈별, 농가별로 정리되어 있다. 설향, 킹스베리, 금실, 최근에 나온 홍희 등이 나와 있고 가끔 못난이로 엄청나게 큰 딸기가 나오는 날을 기다리는 것도 재미가 있다. 생산자 실명제로 부족한지 농장 전화번호까지 나와 있어 웃음이 나왔다. 큰 사이즈는 생과로 먹고 작은 사이즈는 주스, 잼용으로 사용해야 맛이 좋다. 모든용량이 구비되어 있으니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되려 선택지가 많아 고민이다.
마트 안에 입점한 빵집에 대한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더자람베이커리는 그렇게 평가하기에 죄송스럽다. 실제로 주말 늦게는 빵이 매진되기도 한다. 먹어본 사람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빵이다. 발효하는 스킬이 뭐랄까,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30년 노하우의 제빵 명인들이 만들었다는데? 치아바타, 바게트, 탕종식빵을 먹어보면 바로 그 클래스를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제과 라인업도 화려하고, K-베이커리의 상징 마늘빵, 치즈빵 등도 지나칠 수 없다. 무엇보다 제철을 맞은 과일을 활용해서 내놓는 생크림 케익은 포근한 시트가 기가 막히다. 17,000원부터라니 요즘 세상에…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카페에서는 두배 아니 세배를 줘야 한다. 이 케익을 보는 날이 생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구입하는 걸 추천한다. (물론 예약도 가능하다)
결제
나가는 길에는 임시포장(박스) 테이블도 있는데 공산품이 없다 보니 물량이 많지 않다. 장성군과 광산구의 관급봉투를 모두 구매하여 사용할 수 있다. 결제할 때는 고객번호를 불러주면 적립이 가능하다. 상술한 것처럼 작지만 꾸준히 쌓이는 포인트 혜택과 판촉 행사 등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으니 가입해서 나쁠 건 없다.
특별한 점을 꼽으라면 광주상생카드와 장성사랑카드 사용이 모두 가능한 곳이라는 거? 지리적 경계를 넘어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이라는 게 생생하게 다가왔다. 아직 장성사랑카드는 갖고 있지 않지만 추후에라도 이용할 의향이 생긴다. 게다가 광주상생카드 가맹점인 로컬푸드 매장이 많지 않은데 여전히 가맹을 유지하고 있어 반갑다. 카드 한장만으로 두 지역 간의 협력 현장을 만나는 기분이다.
방문포인트
좋은 점?
장바구니 물가 절대 지켜! : 시세 따라 다르지만 한 번만 가도 채소 기준 보통 마트 대비 40% 이상 절약효과가 있다. 몇몇 요소는 시장시세에 따라 비쌀 때도 있지만 우리네 밥상을 책임지는 기본적인 식재료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조금씩 사도 괜찮아: 식자재마트를 다닐 때 가장 불편한 지점은 벌크 단위를 사지 않으면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이다. 늘 필요한 기초적인 농산물은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데 2인 가구가 사도 부담 없는 소용량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다양한 협업 스토어와 이벤트: 어릴 적 엄마 따라 시장에 가면 맛있는 게 많아 즐거웠다. 이곳에 오면 돈가스, 닭강정, 튀김, 다양한 시식 코너들을 만날 수 있으며 그때그때 시즌에 맞춘 먹거리들이 준비된다. 매장을 향할 때면 항상 장날 같은, 명절 같은 마을 설렘이 있다.
블로그/홍보 관리: 블로그 운영, 문자 등을 운영하고 있어 할인,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 소식을 부지런히 전해준다.
아쉬운 점?
교통편: 자차가 있는 사람에게는 최적의 장소지만 도보로 이동해서 오는 것은 진입장벽이 있다. 도로가 좁아 빠져나오는 길이 붐빈다. 퇴근 시간에는 첨단방향으로 나오는 길이 꽉 막혀 정체를 겪는다.
명칭/정보접근성: 마트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 모르는 사람이 찾기엔 어렵다. 또한 명칭이 굉장히 길다 보니 쉽게 검색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또한 네비게이션에 각각 다른 이름으로 검색해야 안내가 가능했다.
식재료에 집중한 구색: 유제품 외에는 마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공산품(식용유, 키친타올, 양조간장 등)이 없어 장을 보러 나왔을 때 다른 마트를 또 가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익숙해지니 불편함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나가며
대부분 로컬푸드 직매장을 농협이 운영하고 있다. 하나로마트의 다른 버전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옐로우시티로컬푸드직매장은 면밀히 말하면 마트는 아니다. 모두 농가에서 납품한 농산품, 장성산 재료를 원재료로 하는 가공식품과 제조/가공제품(화훼, 목공제품, 잡화)만을 판매하는 특수매장이기 때문이다. 공산품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소위 말하는 ‘장 보러 간다’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생각보다 요리를 하는데는 다양한 제품들이 필요하기에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이 매장에서 준비한 판매 상품들을 보면 도려 식재료만 집중해서 장을 볼 수 있어 구색으로 인해 생기는 불필요한 지출은 도려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중간 유통과정 없이 농가가 직접 납품하니 가격 면에서도 월등하다. 모든 물건이 다 최저가일 수는 없지만 옐로우시티로컬푸드직매장은 도심 안에서 지역이 우리에게 주는 풍족한 자원을 싱싱하게, 그리고 넉넉하게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도심과 농촌이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주말 맛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아 첨단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 본 글은 내돈내산으로 수백만원을 쓴 후 느낀 소중한 소비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대가성이 없고 상업적인 의도로 쓰인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참고.
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949-5. 매일 09:00~ 20:00
대표 블로그 : https://blog.naver.com/js_local
티맵 : 옐로우시티장성로컬푸드직매장
네이버맵 : 장성로컬푸드 첨단직매장 https://naver.me/xeAftIzk
참고기사 : 옐로우시티 장성 로컬푸드 직매장,
광주 오픈 ‘초읽기’ (http://www.j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