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진의 로컬&지역발전 이야기] -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우리 곁의 보물
시민 소장 생활 문화 자원의 공공 활용 방안에 대한 제언
전국 17개 광역시도중 외지 관광객 방문자수에서 거의 꼴찌를 다투고 있다는 노잼도시 광주는 이대로 관광 불모지로 머물러야만 하는가?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빅데이터 기반 한국관광데이터랩에서 보여 주고 있는 17개 시도의 외지 방문객 통계 중 거의 하위권에 놓인 광주 관광의 현실을 마냥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동안 광주에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광주시와 동구 등 지자체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광주 관광공사, 동구 문화관광재단 등을 통해 관광객유치를 위한 전략마련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까지는 극적인 전환점을 찾기 쉽지는 않은 상황인 것 같다.
유네스코 지질자원으로 인정받은 무등산을 제외하고는 타 지역에 비해 천혜의 절경(강, 바다와 같은) 등 자연 자원이 부족한 내륙도시의 한계로 자연경관을 핵심 관광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어렵다.
야간 도시 관광, 로컬의 특성을 반영한 골목 관광 등이 대안으로 추진되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타 지역과의 차별적 우위성을 갖기도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런 한계들을 극복하고 조금이라도 관광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새로운 관점과 노력이 필요할까?
최근 들어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차츰 활성화되면서, 문화 중심도시의 대표적 장소로서 관람객들이 늘고 있다. 또한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민주, 인권, 평화 정신의 역사 문화 도시로서 광주를 찾는 외지 탐방객들이 늘고 있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긴 하지만 이걸로 만족하기에는 부족하다.
기존에 알려진 역사와 문화 예술자원 이외에 광주가 전국에 자랑할 만한 콘텐츠는 또 없는 걸까 ? 아니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콘텐츠들이 주위에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해 오고 있지는 않았을까 ?
필자는 지난 2022년 5월에 서울을 떠나 고향 광주에 와 지역 발전과 홍보에 관심을 두고 그 가능성을 여러 방면에서 모색해왔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학과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외지 MZ 방문자들을 타겟 으로 '푸른길과 동구핫플레이스" 들을 소개하는 여행자 가이드북을 기획하고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다.
또한 전국 투어팀의 초청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가이드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여행자 가이드북을 받아 든 각지의 MZ세대부터,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방문객들로부터, 광주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토록 아기자기한 생활 문화 자원들이 풍부한 도시였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후술하자면 우리의 생활문화자원들 역시 관광 자원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래는 필자가 최근 2년여 동안 관찰해온 '우리가 놓쳐왔던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서 시민들이 평생 수집해온 생활 문화 자원들의 관광 자원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필자의 짧은 진단이자 의견이긴 한데 우리 지역에 예산이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노력으로 자원발굴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광주에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수십 년 동안 시민들이 모아온 생활 문화 자원들 (카메라, 비디오테입, 전파 통신기기, 도서, LP 등)이 있다. 섣불리 가격으로 매길 수가 없고, 민간 컬렉터들의 일평생 집념과 열정이 담긴 소중한 수집품들이다.
이러한 수집품 중 동명동에 있는 카메라 박물관 소장 4,500여 점의 카메라 중 '전 세계에서 단 한 점뿐이라는 카메라가 십여 점이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안타까운 것은 시민들이 평생 자력으로 수집해온 소중한 문화 자원들이 여태껏 개인에게만 맡겨져 있어 지속 가능한 보관과 활용 측면에서 거의 한계에 다다른 안타까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타 지역으로 이관이나 유출 위험도 상존하고 있는 점이다.
조대영 감독이 모아온 비디오테이프 5만 개와 테마별 도서 7만 권이 개인이 월세를 부담하고 있는 창고에서 임대료 상승 문제로 조만간 타 장소를 찾아 옮겨야 하는데 재정상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필자는 이들 수집품의 관광 자원화를 위하여 지난 2022년과 2024년에 "시민 생활문화자원, 라키비움 추진 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한 바가 있기도 한데 아직 지자체에서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지자체의 정책 의지와 공공 활용 결단이 필요하다.
수십 년 동안 엄청난 사재를 털어서 모은 이 지역의 수집가들이 장기적으로는 지역 사회에 기증 의사까지도 밝히고 있기에, 조속한 전시, 체험·교육시설 마련 등 지자체의 정책 지원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전국 여러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건물, 시설들만 지어 놓고는 정작 콘텐츠는 부족하여 이용객들이 적고 활용도가 매우 떨어져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 받는 곳들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이 현실인데, 광주는 오히려 이러한 시민 생활 문화 자원들로 인해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볼 때 더더욱 그렇다.
요즘엔 전 세계적으로 도서관, 박물관, 기록관을 따로 짓기보다는 기능을 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라키비움을 만드는 것이 트렌드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시민들이 수집, 소장하고 있는 생활 문화 자원들의 공공 활용 방안을 찾아주고 이를 지역 명소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시민들이 기증이나 무상 임대 등 방식으로 콘텐츠(자원)를 제공하고 만들어 가는 '열린 라키비움'이야 말로 지자체의 시설 마련, 시민들의 콘텐츠 참여를 통해 '시민참여형 복합문화공간 라키비움'을 추진해나간다면 광주 관광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와 시민들이 함께 만들었던 '푸른길'(국내 최초 철도 폐선 부지 공원화 사례로, 시민들이 100만 그루 헌수 운동을 통해 함께 이룬 도심 속 허파와 같은 8.3km 기적의 공원 길)처럼 일상에서 시민들에게 복합문화 공간으로 사랑받고, 관광 측면에서도 핫플레이스가 되리라 생각한다.
구하기 힘든 도서 수만 권, 비디오테이프 수만 개, 세계에서 유일하고 아름다운 카메라 등 시민들이 평생을 바쳐 수집 해온 소장품들이 보다 더 좋은 장소와 운영 방식(시민참여형 라키비움 과 같은 복합문화공간)을 찾아 널리 활용될 수 있다면, 일상 생활에서의 문화적 삶을 풍부하게 함은 물론 그동안 노잼도시로 관광 불모지나 다름없던 광주 (특히 원도심 동구)가 꿀잼도시로 가기 위한 또 하나의 강력한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는 일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시민생활문화자원 : 카메라, 전파통신 기기, 영상기기, 비디오테입, 도서, LP등으로 역사민속박물관의 농경생활 중심 민속 생활문화자원과는 구별코자 한다.
*라키비움(Larchiveum) : 도서관(Library) + 기록관(Archives) + 박물관(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