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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유감] 광주에서 소상공인으로 살아가기

박지현| |댓글 0 | 조회수 386


어느 날의 나의 일기입니다.

<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나의 사업패턴이 사업도 뭣도 아닌 취미생활처럼 보인답니다. 돈이 되지 않은 일에 휘둘리느라 실속 없이 산다구요.

그 지청구를 들으면서 제 마음은 어땠을까요? 음 고마웠습니다. 바로 저를 위한 조언이었으니까요. 맞잡으니 따뜻한 손도, 칼로 찌르는듯한 조언도 모두 위로가 되었습니다. 오늘 들은 강의에서 전 엉뚱한 이야기가 제 가슴에 닿았습니다.

크게 성공한 투자회사 대표도 몇 번쯤 '살아야 하나?' 고민했답니다.

주변의 어느 대표님은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야간 노동을 뛰었다지요.

웨이브를 제작한 미디어아트 회사 디스트릭트의 대표 역시 모두 잃고 자살을 고민하던 즈음 다행스럽게도 터졌답니다.>

 

문화토리를 만든 지는 7년 차, 플레이광주 https://playgwangju.co.kr )를 운영한 지는 올해로 4년 차이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가장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 가는 이 길이 맞는지 스스로 되묻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 하나 세우지 않고 공익성으로 운영해 온 그동안의 세월에 한숨부터 나온다. 그냥 포기하고 내려놓으면 편 한 일에 왜 그리 고민하는지?’ 기업가의 마인드로 보자면 미친 짓이기 때문이다.

  

사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플레이광주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비대면 시대가 예고되었고 이런 플랫폼 하나 있으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사업으로 인식했다기보다 문화기획의 실행쯤으로 생각한 것이 나의 큰 오산이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이래저래 들어가는 인력과 예산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었던 코로나 시절이었고 그 이후로도 지역의 사정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당연히 광고료로 운영해 보겠다는 일은 요원했다.

 

이래저래 좋은 일 하나 하자고 시작한 일이, 결국 나의 발목을 잡고 경제적으로 힘들게 했으며, 몸과 마음 역시 지치게 했다. 하지만 내가 내려놓으려 마음먹으려고 할 때면 참 이상하게도 급 방문객이 늘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격려로 슬그머니 마음이 돌아섰다.

물론 국가 지원금을 받으면 그래도 좀 낫지 않느냐? 하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회사엔 지원금이 가기가 쉽지 않다. 지원기획안이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주는 게 아니다. 사실대로 써넣었다간 떨어지기 마련이고 을 쳤다간 사업을 완수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사업을 받으면 그것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해 우리 본연의 일에 소홀해지기도 했다. 또한 지역에서 지원금이나 사업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만 그런가?)여서 지역의 사업 선정 기준도 잘 모르겠다. 플레이광주 플랫폼을 통한 광주문화예술홍보 사업선정에도 떨어졌으면 뭐 말 다 한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다른 기업이 받았고 그 플랫폼 운영자는 플레이광주에 다시 업로드 홍보를 하기도 했다. 이런 일에 누군가는 심사 인력 풀이 문제라고도 했고 믿거나 말거나 우리 회사가 단단히 찍힌 것이 아니냐고도 했다. 뭐 그런 일들이 당황스럽기도, 무소의 뿔처럼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실 광주의 지원사업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참기로 한다. 조사와 취재가 동반하지 않은 이야기는 푸념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최근 아직 지원사업이 공식적으로 뜨지도 않았는데 어느 개인이 그 사업을 도와 줄 구인 광고를 올리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을 해 오면서 흔하게 겪은 일이라 이젠 놀랍지도 않다.

다만 광주이기 때문에, 더 바르고 정직해야 한다는 믿음 따윈 이미 버린 지 오래다. 이 모든 일들이 어느 순간 관행으로 굳어 버린 건, 눈치 보느라 바른말 하지 않은 우리들의 탓이라 여기자. 갑의 눈치를 봐야 하는 소상공인으로선 이것 역시 큰 용기이기 때문이다.

 

입춘이 한참이나 지난 오늘에야 눈이 멈췄다.

유난히 올겨울은 길다.

계엄 이후 시장은 얼어붙어 버렸다. 힘들다는 소리가 아우성이다.

올 한 해 망하지 않고 무사할까?’를 걱정한다.

탄핵정국, 선거를 앞두고 정치판은 권력 싸움질이다.

과연 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죽을 만큼 바닥 경제인 줄 알기나 할까? 하루하루 살기에도 벅찬 세상에도 나라 걱정, 저 먼 나라 트럼프가 안겨줄 폭탄까지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야 이 나라, 정치권력자들을 믿지 못하니까.

 

올 한 해 나는 또다시 무장하고 있다. 힘들어도 뚜벅뚜벅 가 보기로 한다.

직원들 월급 걱정으로 잠 못 들어도, 사업이야 또 어떻게 굴러갈 것이다.

실력은 없어도 내가 열심히 살고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도 눈은 그치고, 추위는 사라지며, 바람 끝이 훈기로 가득 찰 날이 올까?

오늘도 우리는 우리를 격려하며, 다시 찬 바람 속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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