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구분이 아직도 유용한가?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정당인가, 진보정당인가. 최근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로 규정한 발언이 당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진보정당이 아니라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정당이라고 언급하고 국민의 힘은 극우보수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대표 혼자서 바꿀 수 없다는 우려를 보이는 등 노선 갈등을 촉발 시키고 있다. 물론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은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른 발언이다. 국민의 힘을 극우로 밀어내려는 의도가 담겼다.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인 헌법재판소마저 ‘쳐부수자’는 광장의 극우적 행태에 실망한 중도 보수층을 끌어안겠다는 계산이다. 사실 민주당은 중도보수다 맞다. 김대중 대통령 평민당시절 정치권에 입문한 나는 한 번도 민주당 계열이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시작 때부터 중도 우파를 표방했다. 정체성 질문을 받을 때마다 중도우파임을 분명히 밝혔다. 97년 대선 때는 DJP 연합으로 보수층으로 외연 확대를 시도했다. 그 후 문재인 대통령도 당의 정체성은 그냥 보수정당이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보수 진보 논란을 떠나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정확한 개념과 현대 사회에서 그러한 구분이 과연 유용한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개념 비교정치 이념에서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는 자주 혼용되지만 그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보수(Conservatism)는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며,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는 태도이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기존의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 경제를 선호하며, 작은 정부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진보(Progressivism)는 기존 질서를 변화시키고 개혁을 통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입장이다. 경제적으로는 복지 확대와 소득 재분배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파와 좌파의 개념은 경제와 사회 이슈를 중심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파(Right-wing)는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를 옹호하며, 경제적 자유를 강조한다. 개인의 자율성과 경쟁을 중시하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선호한다. 좌파(Left-wing)는 경제적 평등과 사회적 보호를 강조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공 서비스를 확대하는 정책을 지향한다. 전통적으로 보수는 우파에, 진보는 좌파에 가깝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특정 이슈에 따라 혼재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을 지지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념 구분의 유용성오늘날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AI 4차산업혁명, 기후변화 환경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복합적인 사회적 과제가 등장하면서 특정 이념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특히, 정치적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이념적 구분이 사회 발전보다는 분열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여야 정치권이 이념을 앞세워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실질적인 해결책보다는 정쟁(政爭)에 집중하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따라서 단순한 이념적 프레임을 벗어나 실용적이고 문제 해결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분법적 구분은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국제사회의 이념적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바람직한 구별이 아니고 시대착오적일 뿐이다. 모든 문제는 양분될 수 없다. 복잡한 현대사회의 의제를 양분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는 논쟁의 핵심을 더욱 복잡하고 애매하게 만들 뿐이다. 이러한 복잡성과 모호성은 일반 국민의 정책적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명쾌하지도 않은 구별을 근거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양산한다. 국론도 분열되고 국가적 힘을 필요 없이 소진하게 한다. 한국 사회의 최대 과제: 민생 회복과 실용적 접근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민생 회복이다. 경제 불황, 고물가, 청년 실업, 고령화 등의 문제가 국민 생활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념적 대립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굳이 억지 논리를 세워 모든 정책을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로 구분할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많다.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어 특정 이념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기후변화대응, 저출산 고령화, 4차 산업과 일자리 변화, 입시제도 및 공교육 문제, 부동산 문제,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AI 디지털 기술 윤리 문제, 의료 복지 시스템 개혁, 이민 다문화정책등을 보수 진보. 우파와 좌파로 두부모 자르듯이 나누어 해결할 수 없다. 모든 문제를 보수 진보로 양분할 필요도 없다. 사안에 따라 구분하면 된다. 성장 우선을 강조하면 성장주의자로, 분배 우선을 강조하면 분배주의자로, 대북정책에서도 햇볕정책을 강조하면 햇볕 정책론자로 반대하면 상호주의자로 하면 된다. 외교정책 면에서도 한미동맹을 강조하면 한미동맹 강조론자, 민족의 자주성을 강조하면 민족 자주론자로 부르면 된다. 또한 보수진보를 떠나 변화의 속도를 강조하면 급진적 변화론자, 점진적 변화를 주장하면 점진적 변화론자라고 부르면 되는 것이다. 굳이 억지 논리로 모든 정책을 보수와 진보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 실용 정치가 답이다현재 심각한 보수 진보 이념 대립 속에서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이 방치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이념적 논쟁이 지속될수록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민생불안은 심화될 것이다. 이념을 넘어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 결정의 기준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 능력이어야 한다.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삶이다. 한국 사회가 이념적 갈등을 극복하고 실용적 정치로 나아갈 때, 경제 회복과 사회 통합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실용정치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