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은 달리는데 한국의 로보택시는?
며칠 전 7월 22일 자 중앙일보 1면 톱기사가 눈에 띄었다. 기획 기사가 1면 톱을 장식하기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끼어들기까지 배운 중국 AI 택시>라는 기사 제목이 내 마음을 훔쳤다. 설마 AI 택시, 이른바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끼어들기까지 한다고? 기사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지난달 23일, 바이두의 6세대 로보 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RT6’를 타고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장강대교 위를 달렸다. 텅 빈 운전석 앞 창 너머 멀리, 다리 끝 지점에서 차량 행렬은 두 방향으로 갈라졌다. 직진으로 도심에 진입하는 차들, 그리고 오른쪽 끝 차선을 타고 다리를 빠져나가는 차들이었다. 직진 도로는 한산했지만, 끝 차선엔 출구 200m 전부터 긴 대기행렬이 만들어졌다. 경로 상 다리를 빠져나가야 했는데, RT6는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출구 가까운 곳까지 달렸다. 그런데 출구를 20여m 앞둔 지점, 오른쪽 차선 두 차 사이 빈틈이 생기자 RT6가 갑자기 핸들을 돌려 끼어들었다. 마치 급한 일이 있는 운전자가 된 듯, 대기줄을 유유히 지나치며 눈치를 보다 새치기한 것이었다. 뒷좌석에 탄 바이두 관계자와 취재진 모두 놀라 서로를 쳐다봤다. 불법은 아니었지만, ‘얌체운전’이었다. 바이두 관계자는 “이렇게 운전 하는 건 처음 봤다. 자주 다니는 길이다 보니 상황을 보고 스스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폭발적 성장: ‘얌체운전’까지 학습한 로보택시
국제사회에서 우한은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곳이다. 현재는 중국 로보택시의 심장부다. 인구 1,300만 명의 이 도시에서 바이두는 2022년 5대의 로보택시로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는 400여대가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다.
바이두는 베이징과 홍콩 등 전 세계 15개 도시에서 1억 7천만km 이상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 손님의 호출을 받고 운행한 횟수만도 1,100만회 이상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UAE, 사우디 아라비아 등 해외까지 진출하고 있다.
미국 로보택시 주도권 경쟁: 웨이모 vs. 테슬라
미국 자율주행 시장에서는 구글 계열의 웨이모가 선두를 달리고 테슬라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웨이모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29개 센서로 360도 감지를 하며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여러 도시에서 수만 건의 무인 로보택시 운행에 성공했다. 다만 센서와 고정밀 지도 등 높은 운영비가 약점이다.
반면, 6월 말 텍사스 주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테슬라는 카메라 8대에만 의존하는 방식이다. 카메라를 ‘사람의 눈’처럼 학습시킨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깔린 600만 대의 테슬라가 매일 주행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고 ‘도조’ 슈퍼 컴퓨터가 이 데이터를 처리해 FSD(Full Self-Driving)에 업데이트시켜 활용한다는 것이다. 장차 기존의 전기차에도 FSD(Full Self-Driving) 베타 프로그램만 깔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테슬라는 방대한 데이터와 저렴한 차량 가격이라는 강점이 생겼으나 아직 안전 신뢰도 면에선 과제가 남아있다. 후발주자인 테슬라는 텍사스에서 로보택시 비용을 거리와 상관없이 4.2달러(약 5,800원)만 받는다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 불완전 시범 운행과 규제의 벽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인구수와 복잡한 교통 환경 면에서 우한과 큰 차이가 없는 서울에서 운행 중인 로보택시는 단 3대뿐이다. 이마저도 안전요원이 직접 탑승한 채 시범운행 중이며, 완전 무인 로보택시는 단 한 대도 없다. 업계는 ‘기술적 완벽’을 요구하는 강한 규제 탓에 상용화에 발이 묶여 있다고 지적한다.
이 대목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타다 금지법’이다. 타다 금지법은 2020년 3월 정치권이 택시 기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우버 같은 승차 공유를 원천적으로 막아 버린 사례이다. 승차 공유가 자율주행 무인차로 발전해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도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한 표’에 굴복해버린 결과였다. 이후 법원이 타다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미 혁신의 동력은 사라진 뒤였다. 지금 우버는 코스피 2위인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능가한다.
자동차의 미래는 자율주행…한국의 선택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자율주행, 특히 로보택시 중심으로 재편될 거란 전망은 명확하다. 공유형 로보택시는 차량 수를 줄여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고령화 사회에서 운전이 어려운 사람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기반으로서 탄소 감축 효과도 기대된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규제의 틀에 갇혀 혁신의 속도를 늦춘다면, 세계 시장에서 또 한 번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