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할이 실패하는 창업,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이미지:3}- 2019 실패박람회 포스터 - 2019년, 나는 행안부가 주관하는 '실패박람회'의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망설였다. 대표적인 실패자로서 전국에 얼굴을 알린다는 것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기회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던 중, 가족들과 상의해 보기로 했다."애들아, 아빠에게 ‘실패박람회 홍보대사’라는 걸 해 달라고 요청이 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니?"아이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게 뭔데요?"나는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들도 많지만, 사업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을 이루었다가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훨씬 많겠지? 이분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행사야. 아빠도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다시 일어선 경험이 있잖아. 그 사례를 나누는 거지. 어떻게 생각하니?"의외로 가족들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아빠, 멋있는데요? 엄청 의미도 있고요. 평소 아빠가 말하는 것과 일치하니 정말 좋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결심했다.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서야겠다고.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실패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실패박람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페일콘(FailCon)'과 유사한 행사로, 실패를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재도전을 장려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창업 선진국에서는 이미 창업가와 투자자, 개발자들이 모여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네트워킹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대한민국의 실패박람회는 행정안전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로, 2018년부터 시작되었다. 이 행사는 창업자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서 실패를 경험한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재도전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행사에서는 정책 토론, 재도전 지원, 문화공연, 전시·체험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컨퍼런스, 재도전 기업인들의 경험담, 그리고 실패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와 공연도 마련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단순한 좌절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나와 함께 홍보대사로 선정된 인물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실패를 극복한 이들이었다. 전 야구선수 최희섭은 선수로서 부침을 겪으며 성공적으로 재기한 사례였고, 개그맨 송준근은 개그계에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다시 자리 잡은 인물이었다. 이렇게 사업가, 개그맨, 운동선수, 배우 등 다양한 직종에서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홍보대사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국민에게 실패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았다.이후 홍보대사로서 전국을 돌며 다양한 행사에 참여했다. {이미지:1} 필자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다시 일어설 용기만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수많은 실패자들을 만났다. 그들의 아픔을 듣고 위로하며,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는 시간이 이어졌다. 실패한 경험을 부끄러워하기보다,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창업 열기를 자랑한다. 하지만 그만큼 창업 실패율도 높다. 통계청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10곳 중 7곳이 5년 이내 폐업한다는 뜻이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경쟁 심화와 경기 변동, 임대료와 인건비 같은 고정비 부담 등으로 1~2년 안에 문을 닫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창업 실패는 단순한 사업의 종료가 아니다. 개인에게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신용 추락,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동반되는 인생의 위기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 번 실패한 이들을 ‘낙오자’로 보는 시선은 그들의 재도전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벽이 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재도전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재도전 성공패키지’는 실패 경험이 있는 창업자를 대상으로 사업화 자금(최대 6천만 원), 전문가 멘토링, 심리상담등을 제공하며 실질적인 재기 기반을 마련해 준다.또한, 재창업 전용 펀드, 신용회복 지원 제도, 재창업자 전용 교육과정등을 통해 실패 이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창업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건강한 도전 문화를 확산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정부의 재도전 정책은 정보 접근성이 낮고, 지역이나 연령에 따른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특히 5060 중장년층 창업자의 경우, 디지털 접근성이나 재교육 기회가 부족해 정책의 혜택에서 소외되기 쉽다. 또한, 창업 실패에 대한 데이터 기반 분석 시스템이 부재하여,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 이제는 단순한 ‘지원’에서 나아가,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재기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지역 기반 창업 인프라 강화, 중장년층·소외계층 대상 재도전 특화 프로그램 개발, 신속한 신용회복 시스템 구축 등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창업은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실패 이후의 재기 가능성이다.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실패한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미지: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