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자 연은 중학교 입학과 함께였다. 검정 교모는 고교를 거쳐 학군시절 베레모, 군대 철모, 등산·체육·여행 각종 행사모, 농사밀집모 따위 작업모까지로 늘 곁에 있었다.
1402년 태종실록에 죽모자(竹帽子)가 등장한단다. 머리에 쓰는 쓰개(몬)를 통틀어 이른 말, 차양(遮陽)>챙+자(子)접미사가 국어사전에 실려있다. 1576년 유희춘 집성, 신증유합 의복편에 곳갈 관(冠)·면(冕), 갈 닙(笠)과 더불어 감토·사모 모(帽)자가 보인다.
광주 최초 모자 흔적은 1995년 신창동 512번지 일대 옛 저습지에서다. 출토 때 유물의 용도를 알지 못해 부채모양 목제품으로 보고됐다가 2012년 ‘신창동-2000년 전 타임캡슐’ 특별전에 모자 ‘고깔’로 공개됐다.
국립광주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고깔은 상하에 구멍을 뚫은 길이 25㎝ 내외의 이등변삼각형 형태의 얇은 벚나무 판재 12~13개를 좌우로 연결해 만들었다. 하부지름 22㎝, 높이 23㎝의 원뿔 모양을 이루고 있어 여러모로 조선시대 갈모(笠帽)와 같은 형태다.
- 1995년 신창동 저습지유적 출토 당시 부채모양 유물(국립광주박물관홈페이지) -
2016년 사적 제375호 광주 신창동유적에서 발굴된 목제자료를 통한 테마전 ‘고깔-고대의 모자’가 열린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東夷傳)과 후한서 동이 열전에 담긴 대목 중 모자 책(幘)과 변(弁)을 곁들여 소개했다.
근대 모자 기록은 대한매일신보 1909년 5월 22일자 경성 대안동2층 이발부 아래 각학생 모자점 설립(延箕元)이 골자다. 광주에 따른 지상보도는 1932·1934년 충장로2가 도야마(富山)모자 광주점(淺川榮次郞)이다.
1956년 전남상공명감에서 모자점을 찾았더니 충장로4가 23번지 광신(박세개), 5가45번지 중앙(박규석), 52번지 광일(이용덕)이 보인다.
1975년 자료에 충장로3가23번지 광신모자점 창설은 1955년이다. 같은해 전남일보 6월 16일자 광신(廣信)모자점 광고문은 상업은행 앞이다.
- 광신모자점 광고(전남일보 1955년 6월 16일자) -
1985·86년 전남직업별전화번호부 광주시편에 수록된 17개 모자가게를 열거한다.
계림241-8대림, 518-26동양, 장동9미성, 87-11전일, 금남5가73-4삼성, 61중앙, 우산555-15성광, 충장5가13·수기42-13(자택)신성(정성일), 96-17명화, 96-33제일, 11-3일진, 양동171-3남도, 지산520-1신일, 누문101영신, 월산119-73오륜기업호남지사, 대인200일광, 소태702-6태양
지난해 이맘때 충장로5가 신성모자점에서 붉은색 겨울모자를 8천원에 구했다 .
칠순 윤영혁 사장은 1976년 매형 도우미로 출발했단다. 근처에 제일·일진모자 상호가 보이고, 포털에는 서동19-8번지 영신, 용봉동1401-3번지 갑자옥 모자집이 검색된다.
지구상 모자 종류는 4천가지쯤이며, 주요모양 분류로도 페도라를 포함 28가지란다. 2019년 뉴욕에서 130여종의 조선의 모자 전시회를 했단다. 1883년 한성을 견학한 Percival Lawrence Lowell은 조선은 가히 ‘모자의 나라’로 언급했다. 2023년 모자의 나라 조선(이승우) 단행본이 출간됐다.
김삿갓, 새마을모자, 정글모, 군밤장수(방한)모, 토그브랸슈(요리사모자), 너스(간호사)캡, 금동관, 면류관... 머리덮은개 패션에는 역사, 신분, 계급, 직업이 망라됐다. 백발마저 성깃성깃하니 어울리는 중절모에다 숱함·치매예방 기능까지 부착한 첨단모자를 기다린다.
찾고 기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