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 이야기] 2025 지방시대 엑스포 광주 개최를 염원하며 (상)
# 들어가는 말
지난 3월말 광주광역시가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2025년도 지방시대 엑스포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 엑스포는 지난 2004년부터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의 대표적 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의 정책과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지자체를 비롯한 대학, 기업, 유관기관 등 지역혁신주체간 교류를 촉진하기 위하여 시작했던 국가적인 정책박람회 행사로 올해 하반기에 22번째 행사를 앞두고 있다.
박람회는 첫 행사이후 매년 개최도시를 순회하면서 열렸고 집권정부가 노무현에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로 바뀌면서도 작년까지 21년 동안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헌법 조문에도 명확히 나와 있는 균형발전의 당위성과 중요성은 여야를 막론하고 중요 국정과제로 채택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나 실질적으로 강력하게 정책을 추진하였는지는 별론이다). 조만간 등장하게 될 새 정부 역시 대통령 임기동안 예외없이 이 박람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것임은 분명하다. 새 정부에서는 역대 어느 박람회보다도 성대한 규모의 균형발전과 지역혁신 성과창출의 장이 되길 바란다.
필자는 다가오는 5월에 있을 박람회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에서 박람회 개최지로 광주가 선정되기를 바란다. 가을에 개최될 박람회에서는 새 정부의 탄생과 함께 균형발전에 관한 모든 것이 광주로 모이고 광주에서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균형발전의 강력한 비전과 정책이 선포되길 바란다. 박람회를 통하여 각 분야의 혁신주체들이 한데 모여 진지하게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에 관한 여러 실천과제들을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의 한마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며, 이를 계기로 광주가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도시로 위상을 제고하고 한 차원 도약하기를 소망한다.
# 대한민국 균형발전 박람회의 역사
2004년 박람회가 처음 시작될 당시는 정부가 행정수도이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국가균형특별회계 설치,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거의 혁명적 수준의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던 시기였고, 이러한 정책 취지에 따라 마련된 균형발전 박람회는 전국의 지역혁신기관들이 역대 처음, 대규모로 한곳에 모여 균형발전 의지를 다짐하고 성과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혁신의 장으로서 그 의미가 컸다.
박람회는 역대 집권 정부에 따라 행사명이 그때그때 바뀌어 왔는데 노무현 정부시기인 제1회~제4회(2004~2007)까지는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 이명박정부때는 지역투자박람회로, 박근혜정부때는 지역발전주간, 지역희망박람회, 문재인정부 시기에는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로, 윤석열정부때는 지방자치박람회와 합쳐져 대한민국 지방시대엑스포로 바뀌어 오기도 했다.
# 나의 박람회 참여
필자는 참여정부 초기, 국책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서 지역산업진흥사업의 기획과 평가 업무를 수행하던중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요청으로 소속기관이 박람회 주관기관이 되면서 기획팀장으로 선임되어 제1회(2004년)부터 제3회(2006년)까지 대한민국지역혁신박람회의 기본계획(마스터플랜)을 수립하였고 행사 세부계획 마련, 박람회 준비, 행사장 운영 실무 총괄 등 업무를 수행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문적인 행사대행사를 선정하여 함께 일을 하였다)
행사 총괄부처이던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공동주최부처이던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를 수없이 드나들면서 박람회 준비를 위한 업무협의를 하였고 소속기관 내부에서 박람회 준비와 운영을 위한 사무국을 설치, 조직체계를 갖추고 개최도시 지자체 공무원을 파견받아 행사를 기획, 준비하고 박람회 현장을 운영했던 그 3년여 동안은 젊은 시절 청춘의 모든 열정을 박람회에 쏟아 부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지금도 이 박람회가 집권정부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매년 이어져 오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감회가 크고 그 어떠한 행사보다도 정말 애정이 가는 행사이기도 하다.
# 제1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 (부산 벡스코)
2004년 제1회 박람회는 부산시를 첫 개최도시로 정하고 균형발전에 관한 대통령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 지자체의 열띤 호응속에 출발하였다. 행사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시작하여 행사기본계획안 초안을 만들었다. ‘지역이 희망입니다. Go Region, Get Vision’을 슬로건으로 만들고 박람회에 참가할 기관으로 지역발전사업에 관계된 중앙부처, 지자체, 대학, 기업, 지역혁신유관기관·단체 등이 종합적으로 참여하는 박람회와 콘텐츠 체계도를 그렸다. (행사기본계획은 주무부처의 검토와 수차례 수정보완 요청을 반영하여 다듬어졌으며 행사 3개월전에 세부 행사계획이 확정되었다)
처음 치루는 VIP급 행사였던지라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는 참조할 만한 전례가 없어서 여러모로 힘들었는데, 수없는 날 밤을 지새우면서 백지에서 하나하나 기본계획을 그려나갔고, 개막행사, 각종 컨퍼런스, 전시회, 성공사례발표회, 부대 행사와 더불어 문화행사, 지역혁신콘텐츠 아이디어 공모전 등 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참여형 행사 콘텐츠도 최대한 많이 준비하려고 하였다. 당연히 그해는 여름휴가도 없었다. 행사 기본계획을 같이 준비하고 주무부처이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수차례 보고회를 함께 다녔던 내 소속기관의 본부장님은 박람회 기본계획안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은지 몇일 안되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과로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겪기도 했다.
11월 11일 개최되어 4일간 열린 박람회 기간동안 전국의 웬만한 지자체, 대학, 유관기관 임직원과 단체 직원들을 포함하여 국민 약 10만여명이 다녀가는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행사준비과정에서 몇 개월간 전국 지자체를 순회하면서 업무협의를 하고, 행사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와 인근 해운대 일대에서 누볐던 시절은 정말로 잊지 못할 평생의 추억이 되었다.
# 제2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 (대구 엑스코)
부산행사에 이어서 2005년도 제2회 박람회 개최도시는 어디가 되었을까? 영남권에서 제1회 행사가 개최되었으므로 당연히 제2회 행사는 호남권이어야 마땅했다. 국가균형발전박람회의 취지상 당시 모두가 호남권에서 행사개최를 희망하고 예측하였으나 개최계획을 신청하는 단계에서 강력한 개최의지와 우수한 행사유치계획서를 제출한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행사개최지로 심사위원회에서 선정되었다.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엄정하게 지자체가 제출한 계획서를 토대로 평가한 결과였다. 광주가 선정되지 못한 것은 정말로 아쉬운 일이었으나 어쩔수 없었다. 섬지역이어서 교통 접근성이 불리한 핸디캡을 안고 도 제주도 역시 유치 신청을 하였었는데 신청마감일에 제출한 유치제안서에 ‘제주도민 50만명의 열정과 희망을 담아 유치신청서를 제출합니다’는 선명한 색깔의 PPT표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제주도 신청서 접수후 정상 접수여부를 확인하고 행사유치계획 설명을 위해 전화를 걸어온 제주도청의 담당 사무관과 통화도중 제주도가 꼭 개최지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사무관이 감정에 못이겨 두세차례나 울기까지 하여 달래느라 애먹기도 했는데 정말 보기 힘든 열정을 지닌 훌륭한 공무원이었다. (훗날 그 공무원은 제주도에서 국장으로까지 진급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구엑스코에서 개최된 제2회 박람회는 전야제로 개막축하 특별공연을 성대하게 치루었는데, 당시 최전성기에 있던 젊은 가수그룹 동방신기를 비롯한 유명가수들이 총 출동하여 박람회 개최를 알리며 시작되었고 행사기간 5일동안 무려 20만명이 다녀가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전야제 특별공연에 초청할 가수로 당시 SBS PD가 박람회사무국에 와서 사무국에서 출연을 원하는 인기 가수를 요청하자 나는 거침없이 송창식, 윤형주, 조영남, 해바라기, 산울림 등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포크송 가수들을 적어냈고, 대부분의 나의 젊은 부하직원들은 동방신기를 비롯한 Young한 댄스그룹 가수들을 적어내 결국은 나 혼자 왕따가(?) 되기도 했었다)
2회 박람회의 콘텐츠로는 당시 사회적 관심사이던 혁신도시 추진정책과 지자체별 계획이혁신도시 심포지엄을 통해 제시되었고, 성공사례발표회, 혁신클러스터 컨퍼런스를 비롯하여 전국 지역혁신협의회와 연구회총회, 학술행사를 비롯하여 산학협력·지역혁신(지자체)·혁신도시 등 전시관도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문화이벤트행사로는 개막축하 특별공연, 지역특산한마당, 아마티스트 콘서트, 시도민 한마음 걷기대회 Young Festival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도시(대구와 경북) 주도로 마련되었다.
필자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장 사무국을 정리한 다음 서울로 올라가기 전 대구, 경북 지역의 최대 일간신문 사설에 ‘역대 대구광역시가 생긴 이래 가장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감동에 젖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대구 박람회 행사 2일전 대구시 인근 경북 상주에서 지역방송국이 개최하는 콘서트 행사에서 무려 11명의 관람객이 압사사고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여 초긴장의 비상상황에서 행사장 안전관리 등 철야 준비 끝에 제2회 박람회를 개막하고 진행했던터라 아무런 사고없이 행사를 잘 마치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