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재취업기] 돈, 종잣돈 모으기
‘돈’은 유통수단으로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 교환에 쓰인다. 재물이나 재산 축적 대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돈’이란 단어는 15세기 문헌에 처음 나온다. 우리 말 ‘돈’의 어원은 다양한 설이 있다. 나는 여러 설 중에 오래전부터 인용하고 있는 ‘돈다’라는 동사에서 온 어원설을 좋아한다. ‘돈다’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돈의 속성을 가장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지금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은 잠시 내가 머무를 뿐이다. 땅속 단지에 묻어 둔 돈은 돈의 기능이 없다. 돈은 돌아야 제 역할을 한다. 은행에 저축한 돈은 은행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기업으로 돌면서 내게 이자를 붙여 돌아온다.
아직 미혼이고 31살인 아들이 최근 취업했다. 아들이 첫해 받을 연봉은 내가 33년간 일하다 정년퇴직한 회사에서 가장 높게 받은 연봉과 비슷하고, 지금 인생 2막으로 재취업해 내가 받는 연봉의 두 배가 넘는다. 아들을 축하해 준 후 돈과 관련해 내가 처음 한 이야기는 “수입의 50%는 저금을 하는 게 좋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돈을 번다. 사람이 일해서 번 돈보다 돈을 버는 금액이 더 커질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종잣돈이 될 목돈 마련이 중요하다. 종잣돈은 모으는 수밖에 없다”였다.
금감원의 생애주기별 금융 생활 가이드 북 자료 첫머리에도 과감하게 50%를 저축하라고 강조한다. 전기과를 졸업하고 기술자로 일하는 이과 출신인 나보다 경제를 전공해 박사학위까지 받은 문과 출신 아들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겠으나,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돈은 언제부터 모을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건 사회에서 경제활동으로 돈을 벌기 시작할 때부터다. 돈을 모으려면 금융 지식에 밝은 게 유리하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성인을 위해 우리나라에 맞는 생애주기별 금융 생활 가이드북을 개발하고 보급에 힘쓰고 있다. 나의 경우 중고등학교 때 사회과목에서 금융경제에 관해 배운 지식이 전부다.
내가 금융교육을 받고 미리 알았더라면 금융 생활에서 훨씬 더 지혜롭게 살았을 것이다. 그저 아끼고 모으는 재주밖에 없는 나에게 투자라는 개념은 없었다. 주식을 조금 하다 본전치기를 한 후 지금은 회사에서 나눠 준 우리사주를 그냥 쥐고 있다. 금감원 가이드북에 따르면, 생애주기 첫 번째는 사회 초년기다. 사회 초년기는 대학생 또는 신입사원부터 결혼하기 전까지로 학자금이나, 결혼자금, 주택자금 마련이 재무 목표다.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단기 재무 목표를 설정하고 재무계획을 수립한 후 저축 및 투자계획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우리나라 사회 초년기는 20~34세 미혼남녀다. 이 시기 월평균 소득은 20~24세 100만 원 이하가 많고, 30~34세의 경우 300만 원 이상이었다.
소득의 많고 적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저축하는 습관이다. 저축이 중요한 이유는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잣돈은 내가 아들에게 강조한 자본주의 돈을 벌어들이는 돈이다.
<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
종잣돈을 모으는 팁(※아랫글은 금감원의 생애주기별 금융 생활 가이드북 1권 사회초년생 31~32쪽 자료를 인용했다.)
취업 후 소득이 생기면 무절제한 지출을 하기 쉽다. 그러나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저축해 모아야 한다. 소득이 높지는 않지만, 종잣돈에 대한 개념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결혼, 주택, 노후 자금 준비에서 차이가 난다. 목표 금액을 정하고 모아서 성공하는 경험은 금액의 크고 작음보다 더 중요하다. 돈을 벌기 시작하는 첫 1년, 자신의 형편에 맞춰 연 100만 원~500만 원 모으기로 시작해 조금씩 목표 금액을 올려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는 게 아니라, 먼저 소득의 일정 비율을 저축하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는 습관이다. 이러려면, 자신의 지출 내용을 정확히 알고 분석해 줄일 수 있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
모은 종잣돈 규모가 클수록 더 큰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 종잣돈을 효과적으로 모으려면 자금 필요시기, 자신의 투자성향, 금융상품의 수익성과 안전성을 종합해 저축과 투자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금융상품에서 기대 수익이 높으면 위험 변동성도 크고, 기대 수익이 낮으면 그만큼 위험도 작다. 본인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하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 파악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사회초년생은 위험부담이 적은 정기적금과 적립식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다. 정기적금은 원금손실 위험은 없고 대신 이자가 적고, 적립식펀드는 수익은 높지만, 대신 원금손실 위험이 있다. 정기적금도 은행마다 다르고, 적립 방법, 세제 혜택 여부 등에 따라 다르다.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원금에 이자를 합한 금액에 다시 이자가 붙는 복리다. 복리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노후를 위해 60세까지 1억 원 마련을 예로 든다면, 20~50세까지의 사람이 5% 금리 상품에 가입한다면 매월 적립하는 금액은 아래 그래프와 같다.
20세는 40년 동안 적립하고, 50세는 10년 동안 적립하여, 적립 기간은 10년과 40년으로 4배 차이가 나지만, 20세와 50세의 월 적립금 차이는 65,260원과 641,320원으로 10배에 달한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복리의 힘 때문이다. 따라서 종잣돈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다.
나는 직업 특성상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가진 것 없이 자기 몸으로 일하는 근로자를 많이 만난다. 하는 일의 종류와 기량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용근로자, 계약직이라도 일당이 20만 원에서 40만 원을 넘어 근로자는 자부심이 있다. 근로자 중 극소수는 일을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나는 이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돕고 배려한다). 나머지 대부분은 줄담배를 피우고, 저녁에 술을 먹는다. 몸을 써서 힘들게 번 돈을 함부로 소비하는 생활을 보며 처음엔 놀랐고, 다음은 안타까웠다. 걱정하는 나의 말에 일당이 30만 원을 넘는 근로자는 자신있게 “내일 또 벌면 되지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근로자는 매일 허리가 아프다.
사람의 몸은 나이가 들면 노화가 되어 아픈 곳이 늘어나고 기능이 약해진다. 젊었을 때처럼 육체노동을 하지 못하는 시기는 다가오고야 만다. 노후를 대비하는 이유는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시기에 대비하려 함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에게도 현명한 금융 생활을 할 지식이 필요하다. 다시 돈으로 돌아온다. 돌아야 하는 돈을 술과 담배 소비로 돌게 할 것인가? 아니면 저축으로 돌게 할 것인가?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돈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모으고, 소유하고 싶어 한다. 삶에 있어서 돈은 꼭 필요하다. 입고, 먹고, 자고, 누리는 모든 것에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은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다. 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돈이 독이 되는 경우는 대부분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채우지 못한다’라는 말처럼 돈에 대한 과욕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돈을 모으는 것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모을 수 있을 때 모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