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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의 세상유감] 광주문화예술을 위한 제언

박지현| |댓글 0 | 조회수 52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별을 볼 수 있습니다.”

–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오랜 기다림 끝에 조심스레 희망을 꺼내 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문화 예술인들이다.

언제나 시대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고, 때로는 목소리를 냈지만 들리지 않았던 이들.

그러나 지금, 변화의 바람을 타고 곳곳에서 작은 이야기들이 피어나고 있다.


최근 광주 지역의 문화 예술인들은 하나둘 모여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그 안에서 나는 ‘이야기할 수 있음’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그동안 꺼내기 어려웠던 말, 감춰졌던 상처, 지나쳐야 했던 부조리들이 이제는 조심스럽게 말의 옷을 입고 등장하고 있다.

아랫글은 그 안에서 정리된 이야기 중 일부를 여기에 올린다. 


 - 예술계에 드리는 말씀 -

지역 예술계의 현안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사이, 중요한 예산과 제도들이 일부 이익집단에 의해 좌우되고 있습니다.


• 예총·미협 등 관변단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원 권익 보호보다 일부 인사의 이익에 집중되고 있고, 회비만 인상되며 존재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 시립미술관과 하정웅 미술관의 구조 개편도 조용히 일어났습니다.

청년 작가의 발표장이었던 상록분관은 어느새 하정웅 미술관으로 변경되었고,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 시립미술관의 개방직 제도는 내부 승진으로 바뀌었습니다.

외부 전문가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유입하려던 조례조차 바꿔, 관행적 내부 인사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 광주비엔날레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예산이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700~1,000억을 쓰는 세계적 비엔날레와 달리 100억도 안 되는 예산이 파빌리온 등으로 분산되며 본질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 아시아문화전당은 더욱 심각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입김 아래 낙하산 인사가 내려왔지만, 지역 예술계 누구도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 ‘아트광주’도 위태롭습니다.

문화재단이 민간 행사를 직접 운영하고, 총감독 없이 갤러리만 선정해 일부 인사들이 좌지우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이 불편하게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지 ‘불편한 진실’이 아니라 우리 모두 공유하고 고민해야 할 현실입니다. 적어도 "지켜보고 있다."는 관심과 연대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눈감고 외면한 들판엔 잡초만 무성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중요한 제도와 예산이 일부 인사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는 고백은, 뼈아픈 진실이다.

이 모든 과정에 공통된 것은 "조용했다"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조용함은, 안타깝게도 익숙해진 ‘침묵’이었을 것이다.


“말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말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 한나 아렌트


우리는 때로 말하지 않았고, 알고도 침묵했다.

입찰의 불투명함, 공모의 왜곡, 이름뿐인 참여…

이 모든 것을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니까”라며 넘겼던 날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튼튼해지기 위해, 예술 생태계가 조금 더 투명해지기 위해,

이제는 말해야 한다.


공정한 제도, 투명한 절차,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환경 속에서

비로소 창의성도, 도전도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광주는 민주주의의 도시다. 또한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라는 타이틀도 달았다.

그 정신의 시작은 거리였지만, 이제는 문화의 공간으로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문화 중심도시라는 이름처럼 우리의 예술은 더 이상 주변이 아닌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은 점점 나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나와 같은 이들이 아직 있기 때문이다.”

– 루이자 메이 올컷


우리는 지금, 뭔가를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를 맞이했다.

침묵 대신 대화를, 외면 대신 참여를, 타협 대신 원칙을 이야기할 시간이다.

아프지만 인정하고, 따갑지만 고쳐가는 사회가 건강한 민주사회이다. 

이제 우리,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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