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 제발 들려 주세요 DJ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 ~~
잊었던 그 사람 생각나요. DJ ~~
가수 윤시내가 부른 ‘DJ에게’라는 노래다. DJ라는 영어 이니셜만 빼면 김대중 대통령과는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다. 청와대 출입 기자 시절, DJ의 연설은 길기로 유명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대통령이 된 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특히 취임 당시 나라가 IMF라는 초유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기에 금융, 기업, 노동, 공공 부문 개혁이 기본 과제였다. 햇볕정책, 생산적 복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 그리고 IT 산업 육성은 그의 반복적인 화두였다.
그중에서도 IT 강국을 이야기할 때면 역사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인류 탄생의 혁명부터 농업혁명, 산업혁명, 사상혁명까지,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맞이한 지식혁명의 시대까지. 지정학적 위치와 제국주의 역사, 해동불교와 조선유학까지 등장하며 우리 민족이 정보화 시대에 가장 적합한 민족이라는 논리가 펼쳐졌다. 행사장에서 이를 받아 적는 기자들은 손이 아플 지경이었고, 나 역시 속으로 "그 말씀은 제발 그만하세요 DJ ♬, 손이 아파 힘들어요 DJ ♬"를 외치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반복적으로 들은 말들이 결국 현실이 되는 걸 목격했다.
DJ는 취임사에서 "산업화에서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며 "세계에서 가장 컴퓨터를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나라가 부도 위기에 처했는데 무슨 정보화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DJ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에게 "한국은 브로드밴드에서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 첫째도 브로드밴드, 둘째도 브로드밴드, 셋째도 브로드밴드"라는 조언을 듣고 이를 적극 실천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임기 내 한국은 세계 최초로 전국 초·중등학교에 초고속 인터넷을 연결했다. 당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전화 모뎀을 쓰고 있을 때, 대한민국만은 ‘초고속 인터넷’이란 새로운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그리고 그 시절 학생들은 지금 30~40대가 되어 한국의 IT와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다.
김대중 평화센터가 공개한 사형수 시절 동영상을 보면, DJ의 IT에 대한 통찰력은 거의 신앙에 가까웠다. "전자기기 한 기기에 12억 개의 지식이 들어가고, 그 기기가 말을 하면 대답하고, 글을 쓰면 글로 응답할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챗GPT'와 같은 AI 기술로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이를 혜안이라 부른다. 지금 DJ가 살아 있다면 AI에 대해 어떤 말을 들려주었을까?
♬ 그 목소리 제발 들려주세요 DJ ♬
1월 6일은 故 김대중 대통령님이 태어난 날입니다. 그의 혜안과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