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립니다
작품수
회화, 영상, 설치 등 36점
기획의도
우리는 때때로 예기치 못한 재난과 죽음, 이별을 마주하며, 삶의 흐름 속에서 갑작스러운 멈춤과 단절을 경험한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기념전 《장미 토끼 소금: 살아 있는 제의》는 이러한 상실의 순간 이후, 예술을 통해 애도하고 상처를 나누며, 회복의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는 공동체적 공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이수경, 박찬경, 김주연 세 작가의 작품은 각기 다른 형식을 통해 제의적 의미를 담아내며, 예술의 힘으로 시공을 넘나들고 지금 이곳의 살아 있는 존재와 그 가치를 관객과 공유한다. 이는 우리 삶을 깊이 성찰하게 하고, 모든 존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향해 예술이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전시내용
우리는 예기치 못한 순간, 자연 재해나 인재와 같은 재난을 맞이하곤 한다.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위기는 늘 생각지 못한 틈에 다가오고,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순간들이 인생을 통과할 때, 예술은 그 자리에 남아 상실의 감각을 이미지의 풍경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잃어버린 것들의 기억들을 포착하여 이를 염원하기도 하며, 다시 살아나기 위한 몸짓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 《장미 토끼 소금_살아 있는 제의》는 예고 없이 다가온 재난과 죽음을 마주한 시간, 즉 연속적인 흐름의 삶에 일시적 정지와 단절이 발생한 이후, 삶이 다시 이어지기 위함을 향한 예술, 제의적 예술의 가능성을 화두로 삼았다. 이 전시는 종교적 의례를 뜻하는 제의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세상과 다시 만나는 실천 방식으로 삶과 죽음, 예술과 삶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행위로서의 제의를 현대미술을 통해 다시 불러낸다.
재난, 기후위기, 전쟁의 위협 등 자연재해와 인재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제의는 고통과 상처를 해석하고 치유하며 타자와 교감하려는 예술적 언어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상실을 애도하고, 재난의 흔적을 공유하며, 그 너머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공동체의 제의적 공감의 장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상실과 부재의 흔적 앞에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성찰과 함께 ‘남겨진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을 마주하며 결국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사유의 시작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참여작가 이수경, 박찬경, 김주연의 작품들은 감각과 언어, 몸의 기억을 통해, 다시 삶을 구성하는 방법을 함께 모색한다. 이 전시는 현대 예술 작품 속에 나타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의 흔적을 따라가 보며 제의적 예술의 가능성과 의미를 성찰해 보고자 한다.
전시제목 ‘장미’, ‘토끼’, ‘소금’은 각 작가 작품 속 주인공이거나 조연으로 상징 언어이다. 이수경의 ‘장미’는 속세의 욕망과 의지의 덧없음에 대한 부재의 감각이며 애도 과정의 촉매제이고, 박찬경의 ‘토끼’는 남겨진 개인이나 집단의 상실감을 드러내며, 관객이 현실의 문제에 공감하도록 이끄는 매개체이다. 김주연의 ‘소금’은 기억과 상처 속에서 정화와 벽사의 의미를 지니며 생명의 회복과 치유의 가능성을 비유한 문화적 경험과 기억 속에 코드화된 상징과 연결된다.
각기 다른 형식 속에서도 제의적 감각을 담고 있는 세 작가의 작품은 예술이라는 수행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지금 여기에 살아 있는 존재와 감각을 공유한다. 이들 작품은 버려진 파편들, 전통 설화로만 남겨 사라져가는 이야기, 퇴색된 기록과 정보의 잔해들, 방치되어 사라져간 것들에게 다시 새 생명을 준다. 이 전시는 뒤늦은 실천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색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모든 존재가 안녕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예술이 던지는 질문이다.
작품정보
공연장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