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보는 한국 현대미술운동의 중요한 시기와 맥을 같이 한다. 1970년대에 들어서 '묘법' 연작을 시작했다. 이 시기를 일컬어 '백색 모노크롬 시대'라고 한다. 1982년 이전 작품들은 크림색에 가까운 유채를 화면 전반에 바르고 그 색이 마르기 전에 위아래로 선을 그려 화면을 채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정서적 흐름이나 신체적 리듬을 타고 무의식에 가까운 상태를 드러낸다. <묘법 6-80>은 초기 묘법 연작 중 하나로 마포에 칠해진 단색조의 유화 물감층에 단순한 드로잉을 반복한 것이다. 선을 반복해서 긋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행위의 호흡과 캔버스를 이동할 때의 리듬만 남은 자동기술적인 무위자연 상태에 도달해 작품과 합일된 의도에서 탄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