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함이 가득한 일상 속에서 우리의 삶은 온통 잿빛이다. 주위를 살펴볼 따사로움은 이미 가슴에서 멀어지고 밤하늘의 별 빛은 더욱 아득하다. 어느덧 책읽기는 사치가 되었다.
신영복 작가는 “독서는 실천이 아니며 다리가 되어주지 않는다. 그것은 역시 한 발 걸음이다.”라고 했다. 즉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경험인 과거의 실천을 목발삼아 각자의 걸음으로 인생을 걸어가는 것이다.
나에게 책을 읽는 다는 것은 현실에서 멀어지고, 이상과 무기력에 다가서는 실천의 결핍을 견뎌야하는 고단한 여행이었다. 삶에 진실하지 못한 태도, 비겁한 마음을 숨기고 적막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읽었다. 때론 눈물을 흘리고 상처받은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단지 그뿐 이었다.
어느 중년 여성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물었다. “책을 자주 읽는 사람과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쪽의 인생이 더 행복할까요? 전반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더 낙천적이고 인생을 즐기는 느낌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설렁 좀 불행하다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좀 받는다 해도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는 책을 읽는 인생이 훨씬 좋습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잖아요“라고 대답했다.
독서가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지만 우리의 인생에 나침반 구실과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아를 찾기 위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인간다움 삶을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결론은 자신을 위해서 읽는다는 것이다. 그럼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체계적으로 목록을 작성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세상의 수많은 책들을 다 읽을 수 없다. 일주일에 한권을 읽는다 해도 1년 동안 고작 52권을 읽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평생 동안 열심히 독서한다고 해도 겨우 3천 권에서 4천 권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책을 구입하지만 정작 읽지도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서 선정이 너무나 중요하다. 책을 선택 할 때는 자신의 좋아하는 분야와 수준을 고려해야 되겠지만 읽고 싶은 책과 꼭 읽어야 할 책을 적당히 배분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단순히 책의 권수에 집착 하거나, 읽기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정독하는 자세로 눈으로 쓰고, 손으로 읽어야 한다. 또한 책의 의미와 사상이 단지 책속에 머물기 보다는 머리에서 가슴, 가슴에서 손과 발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책은 시대상을 반영하고 역사성을 담고 있다. 지금은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소설 「주홍글자」, 「호밀밭의 파수꾼」 , 「닥터 지바고」, 「갈매기의 꿈」의 공통점은 한때는 출판 금지를 당하거나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주홍글자(1850년)」 는 엄격한 청교도 사회에서 금기시하고 있는 간통을 다룬 것 때문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호밀밭의 파수꾼(1951)」은 거친 비속어, 혼전 성관계, 매춘 등이 논란이 되었다. 「닥터 지바고(1956년)」는 10월 혁명과 인민, 소련의 사회건설을 비판했다는 이유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먼저 출판됐다. 「갈매기의 꿈(1965)」은 미국의 보수적인 종단의 성직자들로 부터 하나님의 영역에 도전한 ‘오만의 죄로 가득한 작품’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아Q정전」 과 「이방인」의 결말 부분이 의미심장하다. 「아Q정전(1921년)」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주인공 아Q가 생각하는 것은 동그라미를 크고, 반듯하게 잘 그리는 것이다. 「이방인(1942)」에서는 주인공 뫼르소의 유일한 소원은 사형당해 죽을 때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설국(1948)」과 「무진기행(1964)」 내용은 크게 다르지만 사랑에 대한 인식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삶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사랑을 갈망한다. 첫 마음은 설렘과 조바심으로 가득하지만 그 다음에는 욕정이 차고 넘친다. 그리고 사랑은 종잡을 수 없는 미로에 빠져든다. 길을 잃어버린 사랑은 사랑의 의미를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
독서를 통해서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사유를 해야 한다. 책을 읽을 때 가능한 밑줄을 긋거나 중요한 구절을 별도 메모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고 나서는 항상 독서노트를 써야 한다. 줄거리 요약이나 느낌을 정리하기 어려우면 의미있는 글귀를 별도 추려서 적을 필요가 있다. 또한 책 읽은 후의 감상이나 생각이 주어진 환경이나 세월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철부지 시절 나는 책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세속적 욕망이 강렬했다. 하지만 그것이 헛된 망상임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다 한들 인생의 긍정적 변화와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울 줄 알아야 하는 평범한 진리 앞에서 지금은 좋은 책을 만나면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 습관이 생겼다.
우리에게 인생의 시간은 한정되어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생활하고 있는 것 같다. 어지러운 삶에서 잠시 벗어나 책과 함께 사색과 사유로 자신을 성찰해보면 좋을 듯 싶다.
사족을 더하자면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후 광주가 문화수도에 걸 맞는 진정한 ‘책 읽는 광주’가 되길 소망한다. 독서행정도 좀더 수요지향적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동네서점과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독서토론이 활발히 열리고, 시민들은 어느 곳에서나 책을 읽는 모습으로 가득하길 소망한다.
나 또한 시민, 학생들이 인문학 고전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광주독서대학’의 밑그림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