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후 일향 만강하옵신지요?
세월이 하, 수상하옵니다.
겨울을 담은 낙엽 소리가 바스 바스라락 바스라져,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지난 계절의 흔적이 맨살에 오소소 소름 깨어내듯 들썩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바람이 어디 갔나 했더니 언 땅에 뒹구르며 한껏 폐부 깊숙이 모으고 있었나 봅니다.
바람에 실려 온 기억들은 어느새 훈훈해진 공기 속에 몸을 부비며 땅 위로 도드라집니다.
화르륵 화르 화르륵 타 타 타 타
불쏘시개 한 움큼 피워낸 불길에 겨울이 사르르륵르륵 사위 없이 사라지고 봄의 멀크락을 끄집고 오고 있나 봅니다
멀크락을 비집고 들어온 아지랑이가 때마침 어지러이 춤을 춥니다.
이제 새순 돋고 연둣빛 잎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까지 춤을 추어도 좋겠습니다.
뫔살을 앓던 겨울내내 애간장을 얼마나 녹였던가, 모다들 애를 태운 만큼...
춤이라도 춰 볼까?
아름없는 꽃씨 하나 반겨라도 주면
숨겨있던 웃음꽃들 얼굴을 붉히네
어린 소녀 꿈을 꾸듯 허공에 나부끼고
여린 날개 바람에 몸을 맡겨
춤이라도 춰 볼까?
강허달림의 노래에 몸을 흔드니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폴짝폴짝 튀어나와 개굴개굴 제 목청껏 소리치면 경칩, 그리하여 꽃피는 춘삼월!
꽃피는 춘삼월에 꽃무늬 원피스 화사하게 차려입고 화전놀이 나가십시다.
오메에~ 이 엄중한 시국에 먼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구요?
징글징글, 징상스런, 징허니도, 오살맞게도 빡센 겨울, 동장군 등 떠밀어 시베리아 벌판으로 옮겨 놓는 일이 참으로 버거운 시간들을 잘 견뎌온 우리네 아닙니까.
두세 집 건너 대롱대롱 매달린 임대 두 글자 빨간 단어가 한 집 건너 또는 연달아 죽어라 죽어라 칙칙폭폭 기차놀이 중입니다. 호환마마 보다 더 무섭습니다.
커피숍, 식당, 술집 등을 엮어 열려라 참깨! 복합 매장으로 대형화로 주변 상권을 패키지로 묶어 싹쓸이하는 그 반면에는 말하나 마나 사람들 온기로 그나마 조도를 유지하는 골목 가로등 불빛 같은 사람들이 헛기침을 내는, 주인장이 애써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곳에 우중충하게 드나드는 단골들과 가난한 예술가들은 바람찬 벽에 매가리 없는 굽은 등을 드러내고 있답니다
그동안 동네 가로등을 밝혔던 인정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내 옆집에 살던 이가 밤새 문을 닫아 미처 인사도 못 건네고 생이별을 해야 하니 눈물 한 방울 안 흘린다고 예의 없다, 나무라지 말아주십시오.
백성이 주인된 세상,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만 믿는 백성들이잖아요.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 백성들의 피 울음을 백성 알기를 손톱 밑 때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는 현실이 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비극적 세상입니까?
영상매체에서는 두 눈 뜨고 코 베어 간다 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거짓말에 거짓말이 쏟아지면서 어떤 이는 분노에 치를 떨고 어떤 이는 덩달아 작두춤을 추면서 삶의 근간을 엎어버립니다.
올해도 문화예술계 예산이 대폭 삭감됐습니다. 속수무책입니다.
21세기 문화 최강국 대한민국 문화예술 창작 활동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입니다.
코로나 시절보다 더 혹독합니다. 흔들리고 뒤틀리고 방치되고 있습니다.
‘싸워 이겨라, 경쟁에서 살아남아라, 그리하면 지원사업을 받을 것이다!’ 제발, 이런 식으로는 안 됩니다. 사회 취약층으로 사각지대에 몰린 예술(가) 복지를 살피고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절실한 지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왜냐구요?
‘삶의 비극은 예술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술의 신 디오니소스(바쿠스)에게 바치는 축제 기간에는 그리스 최대의 희비극 경연대회를 열었습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비극인 오이디푸스, 아가멤논 등등에서 인간의 운명을 개인의 고통과 사회정치적 문제 등을 탐구하며, 관중들은 인물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감정의 카타르시스 마침내 정화에 이르게 되어 삶의 본질을 성찰한다는 인문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다.
대한민국 오늘의 현실은 비극입니다. 하지만 비극 tragedy의 사건을 통해 한발 한숨 당당히 맞서 나아가며 세상을 변화하게 합니다.
인간 삶은 늘 비극에 가까울수록, 적합할수록 승리하기에 이르릅니다.
그 승리를 위한 예술이야말로 혼돈과 고통을 초월하는 방식이며 비극이야말로 삶을 긍정적으로 만든다, 고통을 직면하고 예술을 승화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삶을 견뎌내는 방식이다.
예술을 현실로부터 도피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실을 가장 날카롭게 비추는 것이 예술
아니겠습니까?
앙리 마티스 – 춤 THE DANCE
만물이 생동하는 꽃피는 춘삼월, 춤을 추기 좋은 시절입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겨우내 움츠렸던 기운을 털어내어야죠
춤을 못 춘다고요? 춤이란 게 별거인가요? 연극 공연장에서, 미술 전시장에서, 음악 콘서트홀에서, 책방에서, 예술적 사유를 경험하시는 것이 감정을 열고 감각을 깨우는, 인문 철학적 춤인 거죠...
Don’t worry, Let’s Dance! 예술은 당신의 빽입니다